Health Talks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오한진 을지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몸에 좋은 음식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TV에서 어떤 음식이 몸에 좋다고 하면 바로 마트나 시장에서 해당 음식이 동이 날 정도로 관심이 뜨겁다. 덜컥 병이라도 나면 좋은 음식에 대한 관심은 더 커진다. 가벼운 질병이 아니라 심각한 질병이거나 꾸준히 관리해야 하는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을 때 사람들이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이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하나요?” 혹은 “이 질병에 좋은 음식이 무엇인가요?”라고 한다.

인터넷을 검색해보면 어떤 병에 좋다는 음식, 몸에 좋은 음식이 수도 없이 많다. 과연 몸에 좋다는 음식을 열심히 먹기만 하면 건강해지는 것일까?

몸에 좋은 음식을 먹기보다 나쁜 음식 먹지 않기가 먼저

몸에 좋은 음식이라면 열심히 챙겨 먹는 사람이 있다. 면역력을 높여주는 음식, 간에 좋은 음식, 뼈에 좋은 음식 등 몸에 좋다면 돈을 아끼지 않는다. 요즘에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각종 건강보조식품을 곁에 두고 끼니때마다 챙겨 먹는 것도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음식이 곧 보약’이라는 말이 있다. 일찍이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는 ’음식으로 못 고치는 병은 약으로도 못 고친다’라고 했다. 그만큼 어떤 음식을 먹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지방의 함량이 적으면서도 질 좋은 단백질을 제공해주는 생선, 통곡물처럼 정제가 덜 돼 소화·흡수가 천천히 되는 탄수화물, 비타민과 무기질이 풍부한 채소 등은 당뇨에 좋은 음식이다. 이런 음식들을 통해 혈당을 한결 수월하게 조절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몸에 나쁜 음식을 먹지 않는 것만으로도 우리 몸은 한결 더 건강해지고, 질병으로부터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 사실 몸에 나쁘다고 알려진 음식 외에는 다 몸에 좋은 음식들이라 해도 무방하다.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보는 식재료도 충분히 좋은 음식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어떤 음식이 몸에 좋은가를 따지기 전에 우리 몸에 나쁜 음식이 무엇인지를 알고 가능한 한 멀리하는 것이 건강을 지키는 첫걸음이다.

몸에 좋은 음식도 과하면 독

탄수화물이 당뇨병을 비롯해 비만, 고지혈증 등의 대사증후군, 심지어는 암을 유발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탄수화물 섭취를 극도로 자제하는 사람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탄수화물도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이다. 필요 이상의 탄수화물을 과잉 섭취하는 것이 문제지, 적정량의 탄수화물은 건강을 위해서 꼭 섭취해야 한다. 몸에 좋은 음식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몸에 좋은 음식이라도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섭취하면 오히려 건강을 해칠 수 있다.

요즘 갑상선에 문제가 생겨 투병 생활을 하는 연예인들이 많다. 갑상선 건강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영양소가 ’요오드’다. 요오드는 갑상선 호르몬을 만드는 중요한 재료로, 미역·다시마·김 등 해조류에 풍부하다. 갑상선 건강을 염려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요오드가 풍부한 해조류를 많이 먹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꼭 그렇지는 않다. 갑상선 호르몬은 부족해도 문제지만 많아도 문제다. 부족할 경우 갑상선기능저하증이 생기고, 너무 많이 분비될 경우 갑상선기능항진증이 발생한다. 갑상선기능저하증에는 해조류 섭취가 어느 정도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갑상선기능항진증일 때는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예는 너무나도 많다. 현미나 보리는 탄수화물이지만 식이섬유가 풍부해 건강에 좋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혈당을 조절해야 하는 당뇨병 환자는 현미나 보리가 흰쌀보다 소화, 흡수가 더뎌 결과적으로 혈당을 천천히 올리기 때문에 선호한다. 그러면서 현미나 보리는 몸에 좋으니 충분히 먹어도 괜찮을 것이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현미나 보리가 쌀밥에 비해서는 혈당을 관리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맞지만, 이 역시 탄수화물이다. 필요 이상으로 많이 섭취하면 결국 당이 지나치게 많아져 혈당을 올린다. 이처럼 좋은 음식을 찾아서 먹는 것보다 몸에 필요한 만큼만 적정량 섭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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