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3년여 만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환자 A씨는 서울대병원 국가지정격리병동에서 철저한 통제 아래 치료를 받고 있다.
국내에서 3년여 만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했다. 환자 A씨는 서울대병원 국가지정격리병동에서 철저한 통제 아래 치료를 받고 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지난 2015년 38명의 사망자를 기록하며 전국을 공포에 떨게 했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확진 환자가 3년여 만에 또다시 발생했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61세 남성 A씨는 지난 8월 16일부터 9월 6일까지 업무출장 차 쿠웨이트에 머무른 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를 거쳐 7일 오후 4시 51분께 인천 국제공항으로 입국했다.
A씨는 건강상태질문서에 설사와 근육통이 있다고 제출했으며, 검역관 조사 시 10일 전쯤 설사증상이 있었고 약물복용은 하지 않았다고 응답했다. 당시 고막체온은 36.3℃로 정상이었다. 검역관은 발열과 호흡기 증상이 보이지 않자 매뉴얼에 따라 메르스 관련 주의사항을 안내한 채 A씨를 통과시켰다.

하지만 귀국 직후에도 재차 설사증상을 보인 A씨는 리무진 택시를 이용해 삼성서울병원으로 이동했다. 도착 후 응급실 음압진료실로 바로 이동하여 다른 환자들과의 접촉은 없었다. 흉부방사선검사 결과 폐렴 증상이 확인됐고 병원 측은 21시 34분 보건당국에 메르스 의심신고를 했다. 그리고 서울 강남구 보건소는 지난 8일 0시 33분 국가지정격리병상이 있는 서울대학교 병원으로 A씨를 이송했다. 이후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메르스 검사를 실시한 결과 A씨는 양성으로 최종 판정됐다.

이러한 이동 과정에서 A씨와 밀접하게 접촉한 사람은 11일 기준 같은 비행기에 탔던 승무원 3명과 좌석 앞뒤 3열 승객 10명을 비롯해 입국장에서 A씨 체온을 검사한 공항근무자 2명, 인천공항에서 삼성서울병원까지 A씨를 태운 리무진택시기사 1명, A씨 상태를 살핀 삼성서울병원 의료진 4명 등 총 21명이다. 이 외에 항공기에 동승한 승객 등의 일상접촉자는 400여 명이다.

A씨가 리무진 택시에서 내린 후 23회 걸쳐 다른 승객이 탄 것으로 드러났으며, A씨와 함께 비행기를 타고 입국한 외국인 승객 50여 명에 대해 연락이 닿지 않아 향후 접촉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 ‘관심’에서 ‘주의’단계로 격상
질병관리본부는 지난 8일 메르스 확진자 발생에 따른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을 ‘관심’에서 ‘주의’ 단계로 격상하고, 본부 내에 중앙방역대책본부를 설치해 메르스 추가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은 ‘관심(해외 메르스 발생)’, ‘주의(해외 메르스 국내 유입)’, ‘경계(메르스 국내 제한적 전파)’, ‘심각(메르스 지역사회 또는 전국적 확산)’ 단계로 구분된다.

아울러 모든 시도별로 지역 방역대책반을 가동하고, 접촉자 조사 및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밀접접촉자 21명의 경우 해당 지역 보건소에서, 일상접촉자 400여 명의 경우 해당 지자체에서 최대 잠복기간(14일) 동안 집중 모니터링 하고 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행정안전부, 메르스 확산 방지 지자체 총력대응 독려
행정안전부는 지난 10일 오전 전국 17개 시.도 부단체장과 질병관리본부 관계자 등과 함께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을 논의했다.

이날 회의에서는 각 시·도별 방역대책반을 구성.운영하는 가운데, 특히 확진자가 발생한 서울시는 구청별로 방역대책반을 운영하는 등 총력대응체계를 가동키로 했다. 현재 서울·인천·경기 등 밀접접촉자가 있는 시·도에서는 환자와 보건소·재난부서·경찰 등을 1:1로 매칭하여 관리하는 ‘전담 공무원’ 지정을 완료하였으며, 1일 2회 이상 방문 또는 전화·문자 등으로 건강 상태를 직접 점검·확인하고 있다. 수동감시자인 일상접촉자도 지자체 전담요원을 지정하여 매일 안내전화를 통해 증상 발현여부를 확인하는 등 능동감시자에 준하여 관리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국민들의 불안감 해소와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지자체 중심의 민관 합동기구를 구성·운영할 계획이다.

◇李총리 “메르스,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더 낫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9일 국내에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것과 관련해 “늑장대응보다 과잉대응이 더 낫다”면서 초동 대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국무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메르스 긴급 관계장관회의에서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38명의 사망자를 냈다는 결과 못지않게 그 과정 또한 아픈 경험으로 우리에게 남아있다”라며 “대응은 더뎌서 국민들의 분통을 야기했고.환자가 다녀갔거나 입원한 병원도 공개하지 않을 정도로 불투명하게 관리해 국민들의 걱정을 증폭시켰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아 이제는 초동 대응을 제대로 하고 모든 일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처리해야 한다”라며 “지금까지는 초동 대응을 잘하고 있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발생할지 모르기 때문에 조금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미리 대처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총리는 “추석을 앞두고 건축물 안전사고에 이어 메르스까지 발생해 국민의 불안이 몹시 커져 있다”면서 “특히 메르스와 관련해서는 국민이 필요 이상으로 불안감이나 억측, 과장된 걱정을 갖고 있는 만큼, 모든 상황에 대비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국민에게 설명해야 한다”고 밝혔다.

끝으로 이 총리는 “2015년 메르스 사태 당시 저도.한 지역의 의사협회장과 공동대책위원장으로 현장에서 뛴 경험이 있다”라며 “이번에야말로 우리가 메르스에 대한 불명예스러운 세계적인 평가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었으면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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