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급 계약 단계에서부터 원청의 안전의무 대폭 강화

(이미지 제공 : 뉴시스)


조선업·해외건설업·해양플랜트업 등 산업재해 발생 위험이 높은 9개 업종의 경우 원사업자의 안전관리 책임이 하도급 계약 단계에서부터 대폭 강화될 전망이다. 대표적으로 하도급 업체의 안전관리비를 원사업자가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담아 ‘표준하도급계약서’를 제·개정했다고 지난 13일 밝혔다. 표준하도급계약서는 원사업자에 비해 힘이 약한 하도급업체의 권익 보호를 위해 공정위가 보급해 사용을 권장하는 계약서를 말한다.

주요 개정 내용을 살펴보면, 먼저 조선업·조선제조임가공업·해외건설업·해양플랜트업·정보통신공사업·방송업·가구제조업·경비업·제지업 등 9개 업종에 대해 안전관리 책임의 궁극적인 주체가 원사업자임을 새 계약서에 명시했다. 이와 함께 안전관리 업무에 들어가는 비용은 원사업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하고 부당 특약을 통한 비용 전가도 금지시켰다.

이들 9개 업종의 경우 특성상 산재 발생 가능성이 크고, 안전관리비를 하도급업체에 전가해 하도급 노동자의 안전에 위협이 가해질 수 있다는 게 이번 조치에 대한 공정위의 설명이다. 더불어 인건비 절감을 위한 하도급 구조가 안전보건관리 사각지대를 만들어도 원청업체는 사고 발생 때 책임을 지지 않는 ‘죽음의 외주화’ 구조를 계약 단계에서 막겠다는 취지도 담겨 있다.

◇하도급법에 위반되는 부당 특약은 원·수급 사업자 간에 효력 無
새 계약서에는 이들 9개 업종에서 하도급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하도급업체가 원사업자 소유 물건에 유치권을 행사할 수 있는 규정도 담겼다. 또 하도급법에 위반되는 부당 특약은 원·수급 사업자 간에 효력이 없음을 명시하고, 그러한 부당 특약에 따라 비용을 부담한 수급사업자는 이에 해당하는 금액의 지급을 원사업자에게 청구할 수 있도록 규정했다.

개별업종별 규정 사항을 살펴보면, 정보통신공사업종의 경우 건설 폐기물 처리에 소요되는 비용을 원사업자가 수급 사업자에게 지급하도록 규정했다. 경비업종은 업무의 안전도 향상 등 정당한 사유가 있는 경우 원사업자는 수급 사업자와 협의를 거쳐 경비 업무에 사용되는 CCTV, 무전기, 바리게이트, 경광봉, 후레시, 차단기 등 작업 도구나 비품의 사급재를 제공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원사업자가 제공한 사급재의 대금 수준이 과도하게 높게 책정되고 있다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해양 플랜트 업종은 목적물 제작 및 품질 향상 등을 위하여 필요한 경우 원사업자는 수급 사업자에게 제작 기술, 공법 등에 관하여 기술지도를 할 수 있도록 하되, 그 비용은 원사업자가 부담하도록 규정했다.

조선 업종은 원사업자와 발주자 간에 체결된 계약의 내용에 대해 원사업자가 수급 사업자에게 그 정보를 제공하지 않음으로 인해 원사업자에게 손해가 발생하더라도 수급 사업자는 배상 책임이 없음을 명시했다. 이외 방송업종의 경우 수급 사업자가 방송 콘텐츠를 창작한 경우, 방송콘텐츠 저작권 등 지식재산권은 원칙적으로 수급사업자에 귀속되지만, 기여 비율에 따라 원사업자와 공동으로 가지도록 규정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표준 하도급 계약서 제·개정을 통해 그동안 수급사업자들이 제기한 애로사항들을 상세하게 반영했다”면서 “앞으로 수급사업자들은 보다 공정한 거래 조건으로 사업 활동을 영위해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