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내가 죽어도 병원 사람들은 조문 받지 말아 달라”

지난 5일 서울의료원 A간호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유서에 남긴 말이다. A간호사의 안타까운 죽음에는 병원의 직장 내 괴롭힘, 이른바 ‘태움’이 배경이라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새서울의료원분회 측은 10일 입장서를 내고 “주변 동료들과 유가족의 말에 따르면 고인은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해 희생된 것으로 여겨진다”고 주장했다.

직장 내 괴롭힘 관련 사고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달 11일에는 직장 선배에게 언어폭력을 수시로 당한 의혹이 있는 제주공항 용역 특수경비원 B씨가 제주시 애월읍 해안가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또 지난해 2월에는 서울아산병원의 한 신입 간호사가 병원 근처 아파트에서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되어 태움 논란이 제기된 적이 있다.

가정을 지탱케 하고 삶을 풍족케 하는 소중한 일터가 괴롭힘과 욕설, 폭행으로 얼룩져 누군가에게는 삶을 포기하게 할 정도의 지옥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많이 늦긴 했지만 이런 직장 내 괴롭힘을 근절케 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15일 마련됐다는 점이다. 이날 직장 내 괴롭힘 금지를 골자로 하는 개정 근로기준법이 공포됐다. 개정법은 직장 내 괴롭힘의 개념을 법률에 명시하고, 이를 법적으로 금지했다. 또 사용자로 하여금 직장 내 괴롭힘 예방 및 발생 시 조치사항 등을 정해 취업규칙에 필수적으로 기재토록 했다.

요즘 청년들은 취업을 낙타가 바늘구멍에 들어가는 것보다 더 어렵다고 말한다. 힘들게 이 좁은 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그곳에서 행복이 아닌 절망을 보게 된다면 과연 어디에 희망이 있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개정법 시행을 계기로 행복한 일터가 더욱 늘어나길 기대해 본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