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의 푸른 숲을 다시 보기는 틀렸습니다
고성의 푸른 숲을 다시 보기는 틀렸습니다
  • 승인 2019.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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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fety Column
임현교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임현교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TV 화면을 보면서 필자는 할 말을 잊었었다. 태평양 건너 먼 나라의 이야기로만 알았던 대형 산불이 우리나라 한반도 한쪽 등줄기를 속절없이 유린하리라고는, 살아오는 동안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게 현실이라니! 일어나리라 상상할 수도 없었던 재난이 현실로 발생하는 시대이고 보니, 참으로 하루하루 생명을 부지하는 게 용하게 느껴지는 요즈음이다.

산불, 가뭄, 홍수, … 등 개별적인 단어는 필자가 어릴 적에도 들어 본 적이 있었지만, ‘재난’이란 용어는 그다지 들어 본 적이 거의 없었다. 과거에 비하여 ‘재난’이란 용어를 자주 접하게 되었다는 것은 뒤집어 얘기하면 그만큼 현대에 빈발하고 있다는 의미이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학자들은 몇 가지 원인을 찾고 있는데, 우선 예전에 비하여 석유나 가스 등 에너지를 이용하는 빈도가 증가하였기 때문이라고 한다. 예전에는 암흑세상이었던 심심산골에도 요즈음에는 전기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고, 도로가 있고 없고를 떠나 자동차가 들어가지 않는 곳이 없다. 전기, 가스, 유류 등의 사용량이 늘어나면서 관련시설이 곳곳에 들어서서, 그만큼 위험성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한편으로는 시설이 대규모화, 복잡화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밀집해서 사는 만큼 고출력 에너지를 다량으로 보관하고 먼 곳까지 보내기 위해서는 용량도 더 크고, 구조도 더 복잡한 시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설에서는 사소한 트러블이라도 발생하면 치명적 대형 사건을 초래하기 쉽다.

그리고 또 하나, 크고 작게 발생한 사회구조적 변화나 환경문제가 누적적으로 작용하여 지구 온난화 등 환경변화를 초래하고, 그 결과 과거에는 경험하지 못했던 가혹한 자연현상이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여름의 기온이 더 높아지고, 겨울의 삼한사온 현상이 없어졌으며, 북극 빙산이 녹아 해수면이 높아지고, 수온이 온난화되는 등 자연의 변화는 심상치 않다. 이번 대형 산불을 초래한 양간지풍도 순간 초속 35m, 화염전파속도 5km의 태풍급이었다고 한다.

어디서부터 꼬이기 시작하였는지, 이번 산불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그리고 최초 발화 후 어떻게 번져 나갔는지를 밝혀내는 것은 물론 전문가들의 몫이다. 이후 면밀한 수사를 통해 책임소재야 차차 밝혀질 테지만, 일단 엎질러진 물이야 그렇다고 치고 . 관계자들의 법률적 책임과 사고예방 책임은 별개로 하더라도 - 당장 시급한 일은 체계적이고도 효과적으로 동시에 신속하게 복구하는 일일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여기서 짚고 넘어가고자 하는 점은, 이번 대형 산불의 교훈을 잊지 않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과연 효과적으로 다음 재난을 대비할 수 있도록 개선할 수 있겠는가 하는 것이다.

1995년 1월 17일 일본 효고현 고베와 한신 지역에 발생한 리히터 규모 7.3의 도시직하형 지진은 6,440여 명의 사망자와 행방불명자를 초래하였고, 25만 채에 이르는 건물을 파괴하였다. 이 대형 재난을 일본인들은 뼈아픈 반성의 기회로 삼았고, 철저한 도시 재건계획을 통해 사람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고 재해에 강한 지역사회를 건설함으로써 극복하고자 하였다. 이를 위해 일본인들은 1995년 1월부터 6개월간을 ‘긴급 대응기’, 1995년 8월부터 3년간을 ‘복구기’, 1998년 4월부터 2년간은 ‘복구 전기’, 2000년 4월부터 2005년 초까지를 ‘본격 재건기’로 설정하여 꼬박 10년을 도시 재건에 매진하였다. 그 결과는 비교적 만족스러웠지만, 그래도 이전의 수준을 완전히 복구하지는 못했었다고 한다. 다만, 당시 대형 재난의 원인과 문제점을 6개 분야 54개 주제로 정리하여 검증하고 대책을 459개 항목으로 정리하여 10년 동안 지속적으로 개선하였던 덕분에, 이제는 지진 발생 10분 만에 피해규모를 상당히 정확히 예측해 내는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고베에 있는 ‘사람과 방재 미래 센터’에 가면 그 교훈과 흔적을 지금도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에 의하면, 이번 산불의 경우 산불 이전의 수준으로 회복하는 데까지는 30여 년 이상 걸릴 거라고 한다. 어류가 회복되는 데 약 3년, 수목이 이전 크기의 1/3 정도로 성장하고 산림의 하층식생도 풍부해지는 데 약 20년 이상 경과되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조류도 이와 비슷한 시기에 회복될 것이라고 한다. 더욱이 산림동물의 경우에는 산불 이전과 유사한 숲이 구성되는 35년 이후에나 유입될 것으로 예상되고, 산림토양의 경우에는 장기간에 걸친 토양동물과 미생물의 활동이 요구되기 때문에 그보다 더 긴 기간이 필요할 거라고 한다.

자, 이렇게 보자면 30년 이상 지나야 비로소 회복될까 말까 하는 이번 산불 사건에 대하여 과연 누가 책임질 수 있을까. 어쨌거나 필자 나이를 생각해 보니,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고성의 푸른 숲을 다시 보는 것은 이미 틀렸다는 얘기이다. 필자의 아쉬움은 그렇다고 치고 그나저나, 매스컴에 직접 언급되지는 않았지만 인간의 ‘문명’이라는 굴레 때문에 생명을 잃은 수많은 숲속 생명들은 얼마나 되며, 그 원혼은 과연 누가 달래 줄 것인지!

그래서 오늘 또 반성하고 명심하건대, ‘예방-대비-대응-복구’의 4단계 재난 관리 원칙 중,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예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