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 서한중 근로복지공단 인천북부지사 과장


산재근로자 김정규씨(58)에게는 잊지 못할 추억이 하나 있다. 그것은 지금으로부터 5년여 전의 일이다. 당시 그는 근로복지공단에서 실시하는 재활프로그램에 참여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하지만 누군가의 도움 없인 집밖을 나갈 수도 없던 터라 결국 포기를 해야만 했다. 그때 공단의 한 직원이 그를 돕겠다고 찾아왔다. 그 직원은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김씨를 업고 공단을 오갔다. 이일로 김씨는 용기를 되찾는 등 큰 감동을 받았지만 정작 이 큰 선물을 준 그 직원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담담히 자신의 자리로 돌아갔다. 그 직원은 바로 현재 근로복지공단 인천북부지사에서 근무 중인 서한중 과장이다.

산재근로자에 대한 보상과 재활을 담당하는 실무자로서 묵묵히 맡은 바 임무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눠봤다.

◇ 과장님께서 보시는 국내 안전보건 수준에 대해서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2000년 초 갓 입사를 하여, 인천 서구 검단지역을 대상으로 보상과 재활 등의 업무를 담당하던 때만 해도 재해조사차 사업장에 방문을 하면 늘 충격에 휩싸여 돌아오곤 했었습니다.

입구가 어디인지조차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허름한 사업장, 춥고 지저분한 사업장 등 그 겉모습도 충격이었거니와 프레스에 의한 손가락 절단사고 정도는 ‘재수 없는 일상’으로 간주되는 현실에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었지요. 또 제가 방문해 산재보험 가입관계를 확인하면 무조건 화를 내는 사업주도 부지기수였습니다.

하지만 10년여의 시간이 지난 지금은 몰라보게 바뀌었습니다. 무조건 산재를 은폐하려던 풍토가 지금은 산재처리를 올바른 대처법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로 바뀌었고, 산업안전측면에서도 근로감독관들을 피하려고만 했던 풍토가 이제는 사업장 스스로 개선에 나설 정도로 변화했습니다. 다시 말해 이제는 사업장들 스스로가 안전보건을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을 갖기 시작했다고 평가할 수 있습니다.

◇ 가장 보람이 있으실 때와 힘드실 때는 언제인가요?

사실 저는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합니다. 이 일 자체가 제가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굳이 가장 보람된 순간을 꼽는다면 산재근로자분들이 저와의 상담을 통해 다시 희망을 갖게 되었을 때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가장 힘이 든 순간은 딱한 처지에 놓인 재해자와 가족들에게 제 마음과 다르게 충분한 보상을 해주지 못할 때입니다. 재해조사결과 긴급한 도움의 손길이 필요하고 보상이 필요함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법률적인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불승인을 해야 할 때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10년여에 걸쳐 이 일을 하면서 익숙해질 만도 한데 이런 일을 겪을 때면 늘 마음이 아픕니다.

◇ 산재근로자들의 빠른 사회 복귀를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무엇보다 ‘희망’이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희망은 일반인들에게는 추상적이고 애매모호한 단어이지만 산재근로자들에게는 생명을 놓게 만들거나 반면에 다시 일어서게 만들 수도 있는 중요한 존재입니다. 즉, 희망은 재활의 성패를 쥐고 있는 열쇠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과거 제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도 ‘긍정의 희망’이 있는 분들은 반드시 재활에 성공해왔습니다.

이런 희망의 중요성을 감안하여 우리공단에서는 올해부터 심리재활프로그램인 ‘희망키움’과 ‘희망찾기’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희망이 있는 분들에게 재활은 단지 시간의 문제일 뿐입니다. 이 점을 꼭 명심하시고 저희 공단과 함께 해법을 찾아가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 향후 계획이나 소망이 있으시다면?

사회보험에 대하여 보다 체계적이고 깊이 있게 공부를 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작년에 취득한 ‘공인노무사’ 자격증과 연계하여 재해예방, 산재보상, 재활, 원직복귀, 그리고 창업컨설팅 등까지 모든 분야의 정보를 막힘없이 제공할 수 있는 전문가가 되고 싶습니다. 또 이를 통해 산재근로자분들에게 작은 희망과 꿈을 나눠드릴 수 있는 사람이 되고자 합니다. 이것이 저의 소중한 꿈이자 인생의 최고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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