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1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1년,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 승인 2019.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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社 說

“제가 가장 사랑하는 우리 엄마가 상담해 드릴 예정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연결해드릴 상담원은 우리 회사가 아끼는 팀원이자 누군가의 소중한 가족입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어느 유명기업의 콜센터 통화연결음이다. 지난해 10월 18일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되면서부터 기업, 기관, 지자체 등은 자사의 콜센터 직원들을 보호한다는 명목 하에 앞 다투어 콜센터 통화연결음을 위와 같은 감성적 메시지로 바꾸었다. 또 백화점이나 병원 등 감정노동자가 많은 회사들 역시 감정노동자보호법을 알리며 직원 보호에 나서기 시작했다.

참고로 ‘감정노동자’란 콜센터상담원, 백화점판매직, 승무원 등 고객을 응대하면서 자신의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서비스해야하는 직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말한다. 그리고 ‘감정노동자 보호법’은 고객의 폭언·폭행 등으로 고객응대근로자에게 건강장해가 생기지 않도록 사업주가 예방조치를 하게 의무화한 조항이 추가된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제26조의2 고객의 폭언 등으로 인한 건강장해 예방조치 신설)을 가리키는 말이다.

‘감정노동자보호법’이 시행된 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우리 사회에는 그동안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과연 우리의 바람대로 감정노동자들은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고 있을까? 애석하게도 사실상 큰 변화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감정노동전국네트워크 등 관련 단체들은 최근 감정노동자보호법 시행 1년을 맞아 실시한 ‘감정노동자 보호와 직장 내 괴롭힘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는 병원이나 백화점, 정부 기관 등에서 일하고 있는 감정노동자 2765명을 상대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다. 이에 따르면 감정노동자들은 여전히 심각한 감정노동에 노출돼 있었다. 설문대상 여성 노동자 중 62%가, 남성 노동자는 57%가 감정노동으로 인한 고통으로 심리적 치유가 필요한 상태인 것으로 조사됐다. 더불어 응답자의 70%가 현장에서 법이 작동하지 않는다고 했고, 50%는 법 자체를 잘 모르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등에 따르면 현재 전국의 감정노동자수는 약 740만 명인데,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즉, 수백만에 달하는 감정노동자가 여전히 고통 속에 놓여있는 것이다. 법이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보다 정밀한 현황 파악이 필요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특히, 얼마 전 마무리된 국감에서 지난 1년간 감정노동자보호법 관련 신고건수는 9건, 과태료 부과는 2건에 불과했다는 지적이 있었다. 어떻게 실제 설문조사에서는 수많은 감정노동자가 고통을 받고 있다고 하는데, 표면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드러난 곳은 겨우 10곳에 불과할까.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결국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명확하다. 법이 현장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했다는 것이다. 정부는 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고, 기업이나 기관 등은 보여주기식 예방활동에 머물고 있다고 밖에 볼 수 없다. 

유야무야한 법이 되지 않도록 서둘러 주무부처인 고용노동부가 각 사업장을 보다 철저하게 관리 감독하고, 법 위반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야 할 것이다. 이와 함께 사업주들이 감정노동자보호법의 엄중함을 잘 인지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감정노동자들이 속한 기업의 인식변화도 시급하다. 특히 원청사는 하청회사소속 감정노동자들이 법의 사각지대에 놓이는 일이 없도록 보호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그 의무를 다하지 않는 것 또한 위험을 방치하는 것과 다름없다.

끝으로 일반 시민들의 변화도 필요하다. 감정노동자들은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흔히 만나는 상대들이다. 가족이나 지인 관계를 넘어 누구든 감정노동자의 위치에 서게 될 수 있다. 서로 배려하고 존중하는 문화가 필요한 이유다. 더불어 그것이 바로 감정노동자를 근본적으로 보호·치유하는 최고의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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