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유니온 김영경 위원장

청년 근로자들의 안전·실업문제 ‘심각’

지난해 12월부터 지금까지 전국이 ‘피자와의 전쟁’으로 들썩이고 있다. 한 피자업체의 배달원이 피자배달 중 교통사고로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자, 배달 근로자의 안전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것. 사실 처음 사고가 났을 당시만 해도 이 사고는 우리 사회의 큰 이슈가 아니었다.

허나 노조원 210명의 작은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배달원의 안전을 위협하는 ‘30분 배달제’의 폐지를 끊임없이 대형 피자 회사에 촉구하면서 점차 뜨거운 감자로 변해갔고, 여론의 시선도 모아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주요 피자 업체들은 거대화 된 여론의 힘에 밀려 최근 ‘30분 배달제’의 폐지를 선언했다.

안전의 사각지대에 놓인 청년 근로자들의 권리 향상을 위해 앞장서고 있는 청년유니온의 김영경 위원장을 만나, 현재 우리나라의 청년층이 겪고 있는 문제와 향후 유니온의 활동 계획 등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청년유니온과 위원장님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저는 청년유니온 위원장이기에 앞서 한 명의 학원 강사입니다. 대학교 4학년 때 등록금을 마련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로 학원 강사일을 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습니다.

학원 강사는 특수고용형태다보니 우리 사회에서 근로자로 잘 인식이 되어 있지 않은데다 대부분이 임시직, 아르바이트 등 불안한 지위에 놓여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약 30만명에 달하는 20대에서 30대 학원 강사 중 상당수가 근로자로서 마땅히 누려야할 권리를 행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런 현실이 비단 학원 강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현재의 우리나라 청년들 대다수가 인턴, 아르바이트 등의 불안정한 취업 상태에 놓여있거나 반복적으로 취업과 실업을 오고가고 있습니다.

저는 이런 불안한 상황 속에 놓인 우리 청년 근로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우리를 대변할 단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뜻이 맞는 청년들과 함께 지난해 3월 13일 청년유니온을 창립했습니다.

Q. 어떤 철학을 갖고 단체를 이끌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알바에게도 빽이 있다’는 것을 널리 알리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아르바이트, 속칭 알바라고 하는 것은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 청년들의 불안정한 노동현실을 대변하는 말입니다.

지금 우리 청년들은 부모님 세대보다 불안정한 일을 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 처해 있습니다. 고용 이원화 정책 때문에 1년이나 2년짜리 임시·계약직이 넘쳐나고 있으며, 이마저도 부족해 많은 청년들이 구직활동을 하면서 알바를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사회 고용구조로 인해 불안정한 노동을 하고 있는 청년들이 갈수록 늘고 있는데 반해 이들을 보호하는 법제도나 사회 안전망은 매우 미흡한 실정입니다.

이런 점에서 우리 유니온은 사회 약자층으로 전락한 청년 근로자들이 무시당하거나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데 최선을 다하고자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유니온의 비전이자 사명입니다.

Q. 30분 배달제 및 배달 근로자의 안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배달 근로자의 안전문제는 지난해 12월 갑자기 터져 나온 문제가 아닙니다. 2009년 12월경 한 지하철 무가지에서 이 문제를 기사화한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유니온 창립 전이었지만 사회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갖고 있던 터라, 유니온을 창립하면 꼭 이 문제를 다뤄야지 하고 결심을 했었습니다.

헌데 때마침 정부에서 시행한 청년인턴제에 대응을 하느라 이 문제를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렇게 1년이 가고 지난해 12월 모 피자업체의 한 근로자가 배달 중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소식을 접하는 순간, 우리가 해야 될 일을 늦추는 바람에 고귀한 생명이 사그라졌다는 죄책감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큰 반성 속에 바로 활동을 시작했지요.

먼저 우리가 초점을 맞춘 것은 ‘30분 배달제의 폐지’였습니다. 30분이라는 짧은 시간 내에 피자를 배달하려다보니 속도를 내게 되고 결국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본 것입니다.

사실 이때만 해도 우리는 성공여부에 확신을 가질 수가 없었습니다. 대기업을 상대로 한 싸움이 이길 것이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지요. 그저 젊은 친구의 허망한 죽음을 널리 알리자는 각오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활동을 시작하니 예상보다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셔서 사회적인 반향이 커졌고, 결국 ‘30분 배달제 폐지’라는 좋은 결실을 맺을 수 있었습니다.

Q. 배달 근로자의 실태와 현황에 대해 조금 더 설명해 주실 수 있을까요?

산재통계에 따르면 2005년에서 2010년 5년 동안 배달원 사고가 무려 4~5배나 증가했습니다. 또 발생한 사고 건수는 총 7,081건으로, 이중 절반이 교통사고입니다.

그나마도 이 수치는 산재처리가 된 경우입니다. 저희들이 배달 근로자들의 제보 등을 통해 알아본 바에 따르면 사고 대부분이 본인의 부주의 또는 상대방의 부주의로 처리가 돼 산재처리를 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합니다. 이런 점에서 실제 사고는 2배 이상을 훨씬 넘을 것이란 게 저희의 예상입니다. 매우 심각한 상황인 것이지요.

때문에 저희는 앞으로도 배달 근로자의 안전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나갈 계획입니다. 현재 국회의원, 관련 전문가, 정부 인사 등이 참여하는 국회 토론회를 준비 중에 있으며, 법제도 등에서 배달 근로자의 보호 대책이 세워질 수 있도록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Q. 청년들은 우리나라의 전반적인 안전수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습니까?

청년들 대부분이 안전에 대해서는 무감각한 게 사실입니다. 아무래도 현 20~30대의 경우 안전교육을 체계적으로 받은 적이 없고, 사회경험도 부족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의식전환을 위한 대대적인 교육사업을 펼쳐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업은 필히 현 고용실태를 감안해서 실시돼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대기업의 정규직 청년 근로자들에게는 안전교육이 잘 실시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대기업에서는 사고율도 적은 편입니다. 문제는 영세한 중소업체에 근무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임시·계약직 사원 등입니다. 이들이 과연 정기적인 안전교육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까요? 당연히 힘듭니다.

이를 감안해 정부나 지자체에서는 각 지역단위별로 또는 직종별로 이들 불안정한 지위에 놓인 청년 근로자들을 모아 정기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해야 합니다. 특히 이때 이들의 고용주들이 직원들의 교육 참여로 손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에서 인건비 등을 지원해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래야만 높은 참여율 속에 효과적인 안전교육이 진행될 수 있을 것입니다.

Q. 향후 중점을 두고 펼칠 정책이나 활동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앞으로는 보다 많은 청년들이 관심을 갖고 있는 문제를 해결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방침입니다.

먼저 최저임금과 관련한 부당사례를 없애는데 노력하고자 합니다. 작년에 저희가 편의점 실태조사를 했는데, 최저임금에 못 미치는 임금을 지급하는 곳이 상당수 있었습니다. 헌데 이 위반사실을 알면서도 대부분의 아르바이트생들이 귀찮거나 대응절차를 잘 모른다는 이유로 신고를 하지 않고 있더군요. 이런 점을 감안해 최저임금 위반 사업장을 보다 쉽게 신고할 수 있고, 또 이와 관련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최저임금고발센터를 당이나 지자체의 도움을 얻어 만들고자 합니다.

두 번째로는 고용주들이 아르바이트생이나 임시·계약직 청년 근로자들에게 강제해고 등 부당한 처우를 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 노력할 예정입니다. 일본의 경우 단 한 명의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해도 그에 대해 부당한 해고나 임금위반 등을 못하도록 법제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우리도 이에 걸 맞는 제도가 마련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해보려 합니다.

이밖에 고용이 불안정해서 나타나는 사회적 현상인 청년 근로자들의 주거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는 한편 대기업이나 공공기관들로 하여금 일정 규모 이상의 신규채용자를 받도록 하는 청년 고용할당제의 도입에도 적극 나설 방침입니다.

Q. 청년실업문제가 심각해진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요?

청년실업은 정부, 기업, 청년 그 어느 한 주체에게만 이야길 할 수 없는 문제로 삼자가 다 같이 고민해 나가야 할 대상입니다.

혹자는 구직자의 85%가 대학을 졸업할 만큼 고학력자가 많아짐에 따라 구직자의 눈높이가 높아진 것이 원인이라고 하는데 저는 이것만큼은 분명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어떻게 구직자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노력한 것이 실업의 원인이라고 쉽게 말할 수 있을까요?

저는 실업의 가장 큰 원인이 이들을 포용할 수 있는 산업구조로 변화되지 못했다는데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는 여타 선진 산업국에 비해 공공 서비스, 사회 서비스 분야의 일자리가 부족한데다 산업의 흐름이 여전히 제조업 중심으로 흘러가고 있습니다. 고학력 구직자가 많은 만큼 지금부터라도 산업구조를 지식기반산업으로 바꿔가려는 시도를 해야 합니다.

두 번째 원인은 양질의 일자리가 줄고 있다는 것입니다. 정규직 채용은 줄어들고 비정규직 채용만 늘어나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누가 취업에 적극적으로 나설까요. 상황이 이러니 유능한 인재들이 공무원 시험과 고시에 매달리게 되는 것입니다. 정부가 나서서 기업들이 양질의 일자리를 늘리도록 유도를 해야 합니다.

이밖에 구직시장이 원활히 돌아갈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책이 나와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현재 실업급여를 받는 조건이 너무 엄격합니다. 젊은 근로자들은 사회 경험이 부족하고 적성을 찾는데 시간이 걸리다보니 이직이 잦습니다. 그런데 현 제도상으로 자발적 이직자들에게는 실업급여가 지급되지 않습니다. 어떠한 형태의 실업자라도 편히 구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해줘야 구직시장이 활발해지고 실업이 개선될 것입니다.

Q. 끝으로 전국의 청년 근로자들에게 인사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현재 청년 근로자들이 겪고 있는 다양한 문제는 고용주나 사업주들이 책임감을 느끼고 개선에 나선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일을 하는 우리도 그에 상응하는 책임감을 발휘해야 합니다. 즉 고용주나 근로자 모두가 서로에게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것입니다.

고용주는 노동을 시키는 만큼 정당한 대우를 해줘야 하며, 근로자는 대우를 받는 만큼 책임감을 갖고 맡겨진 업무에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때 서로 간에 부당함이 발견될 시에는 적극적으로 개선을 요구해야합니다. 부당함을 참는 것은 발전을 불러오지 못합니다. 끊임없는 요구를 통해 지속적인 개선이 이루어질 때 우리는 선진사회로 나아갈 수 있는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은 단 하루의 아르바이트를 해도 꼭 갖추고 있어야 할 기본자세입니다.

우리 유니온은 바로 이런 기본이 서있는 사회, 상식이 통하는 사회를 만드는 게 목표입니다. 이런 사회를 만드는데 더 많은 청년근로자분들 그리고 고용주분들이 함께해 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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