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2016년 산업재해보상보험법(산재보험법)의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법안이 개정된 가운데, 새 법안이 시행되기 전이라도 헌재의 판단 이후 발생한 사고라면 소급 적용이 가능하다는 취지의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부장판사 장낙원)는 “A씨 유족이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유족급여와 장의비 부지급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지난 5일 밝혔다.

전기공으로 일하던 A씨는 지난 2017년 11월 29일 회사 숙소에서 공사현장으로 향하다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자신이 소유한 화물차를 몰고 출근하다 차가 미끄러지면서 발생한 사고였다.

A씨 배우자는 남편의 사고가 직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2018년 4월 공단에 유족급여와 장의비 지급 청구했다. 하지만 공단은 같은 해 11월 “지급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앞서 헌재는 지난 2016년 9월 자전거나 자가용 등으로 출퇴근하다 사고를 당한 근로자에게는 업무상 재해를 인정하지 않도록 한 산재보험법이 위헌이라고 결정했다. 이에 따라 법안이 2017년 10월 개정됐고, 2018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현행 산재보험법은 출퇴근 재해에 대해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퇴근하는 중 발생한 사고’라고 규정하고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A씨의 사고를 직무상 재해로 판단할 수 있다. 문제는 시기였다. A씨의 사고는 헌재의 위헌 결정 이후 발생했지만, 개정 법안이 시행되기 전에 발생했다. 공단은 위헌 결정 이후라도 개정 법안이 시행되기 전이라 A씨 사고에는 직무상 재해가 적용될 수 없다고 해석한 것이다.

반면 유족은 “출퇴근 재해에 대한 업무 재해 인정 여부는 단순한 정책 변경에 따른 것이 아니라 위헌적 요소가 있어 이를 해소하려는 반성적 고려에서 개정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법원은 유족 측 주장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A씨는 통상적인 경로와 방법으로 출근하던 중 이 사건 사고로 인해 사망에 이르렀다. 이는 업무상 재해에 해당한다”며 “이와 다른 전제에서 이뤄진 이 사건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한다”고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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