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산업재해 발생현황’에 따르면 올해 1분기의 산업재해율과 재해자수, 사망자 수 모두 전년 동기보다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민의 염원으로 탄생한 전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이 지난 1월 16일 시행됨에 따라 산업재해가 줄어들 것이라는 다수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임이 분명하다.

사실 올 초까지만 해도 개정 산안법의 시행이 ‘2022년까지 산재 사고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정부의 목표에 돛을 달아줄 것만 같았다. 하지만 현장의 근로자들은 여전히 죽음의 위험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깝고 답답하다.

대체 무엇이 우리의 기대를 무참히 꺾은 것이며, 제도와 현장의 괴리를 불러온 것일까. 그 원인 중 하나는 강화된 산안법에 비해 위반했을 때의 처벌이 약하다는 데 있다. 의무는 커졌지만 그에 상응하는 책임을 물을 수 없으니 제도가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고용노동부의 ‘산업재해 상해.사망사건의 형량 분석결과’를 살펴보면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자연인 피고인 중 징역 및 금고형을 받은 경우는 2.93%에 불과했다. 대부분은 집행유예(33.46%) 및 벌금형(57.26%)에 그쳤다. 심지어 평균 형량은 시간이 지날수록 줄어들었다. 2013년 평균 징역 및 금고기간은 각각 13.9개월, 12개월이었으나, 2017년에는 각각 10.9개월, 6개월로 감소한 것이다. 실형선고 사건에 대한 징역형이나 금고형이 1년도 채 안 된다고 볼 수 있다. 산안법이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진 이유다.

이처럼 처벌이 약하다보니 현장에서는 안전이 등한시 될 수밖에 없다.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과 준법정신이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이는 산업재해 위반 재범율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2017년 산안법 위반 초범자 대비 재범자의 비율은 98%에 달했다. 특히 재범에 대한 3범의 비율과 3범에 대한 4범의 비율은 각각 65%, 82%에 이를 정도로 심각하다.

사실 산안법을 위반할 경우 산안법 상 처벌 규정이 아닌 과실치사상죄를 적용받고 있어 선고형량이 낮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산업재해에 대해 국민이 느끼는 법 감정과 실제 처벌 간의 괴리가 컸던 것이다.

다행히도 최근 들어 고용노동부에서 산안법 위반에 대한 양형기준을 강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 3일 이재갑 고용부 장관이 김영란 대법원 양형위원장을 만나 사업주에 대한 처벌이 강화된 개정 산안법 내용을 반영하여 양형기준을 상향시켜 줄 것을 요청한 것이다. 이는 실제 법관이 형량을 정할 때 참고하는 양형기준이 조정돼야 산안법의 실효성도 강화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노동자의 생명을 보호하는 최후의 보루다. 때문에 산안법 위반 등 안전의무를 소홀히 했을 때 받는 불이익보다 얻는 이익이 많다는 인식을 불식시켜야 한다.

이런 과정에서 한 가지 유념해야 하는 것은 모든 것을 법에 의존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힘 없는 노동자를 위해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강화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법이 무서워 안전의무를 한다’는 인식이 생기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지금도 산안법에서 규정한 것 이상으로 안전관리를 잘하는 기업들이 많다. 이들 기업에서 철저한 안전관리를 전개하는 이유는 처벌이 무서워만은 절대 아니다.

산안법 위반에 대한 실질적인 처벌을 강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은 분명 환영할만한 일이다. 이제 후속조치로 준법의식 제고와 함께 자율안전관리체계 정착을 위한 관리와 지원 방안도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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