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가연성 물질 취급과 화기작업 금지
‘다중인명피해 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 추진

정부는 6월 18일 고용노동부, 국토교통부, 국무조정실, 법무부, 소방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수립한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은 지난 4월 29일 발생한 이천 물류센터 화재사고 이후, 동일한 사고가 다시는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마련됐다. 건설안전과 관련된 모든 부처와 민간전문가들이 대책 마련에 참여한 이유도 이와 같다.

사실 기존에도 범정부 차원의 화재안전대책은 있었다. 2016년과 2019년에 수립·시행된 ‘화재저감 종합대책’과 ‘범정부 화재안전 특별대책’이 바로 그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대책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천 화재사고가 발생한 이유로 기존 화재대책은 주택, 고시원, 전통시장 등 완공된 기존 건축물의 화재 예방을 중심으로 수립·추진된 것을 꼽았다. 작업공정이 수시로 변화하고 화재·폭발 등 다양한 위험 요인이 잠재되어 있는 시공 중에 있는 건축물에 대한 대책으로는 미흡하다는 것이다.

즉, 정부는 이번 대책을 통해 건설현장에서 이천 화재와 같은 사고가 재발하지 않도록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대책은 ▲건설현장 화재 안전성 강화 ▲위험작업의 촘촘한 관리.감독 ▲기업과 경영책임자의 노동안전 경각심 제고 등 크게 3가지 추진과제로 구성돼 있다. 대책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 참석에 앞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과 혼재작업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 총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정세균 국무총리가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정현안점검 조정회의 참석에 앞서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으로부터 건설현장 화재안전 대책과 혼재작업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왼쪽부터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정 총리,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 이미지 제공 : 뉴시스

 

▣건설현장 화재 안전성 강화

◇적정 공사기간 산정 의무화


정부는 건설공사의 사전 안전성 확보를 위해 공공·민간공사 모두 적정 공사기간 산정을 의무화하기로 했다. 현재 국토부 및 산하기관에만 적용하고 있는 이 제도를 건설안전특별법 제정을 통해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계획·설계단계에서 전체 및 작업별 공사기간을 산정토록 하고, 무리한 공기 단축을 지시할 경우 형사처벌한다는 계획이다.

지금은 임의가입으로 운영되고 있는 근로자 재해보험의 가입도 의무화된다. 또한 다수 인명피해 발생 시 적절한 보상이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 특히 보험료 일부를 공사원가에 계상하여 발주자가 부담토록 하고, 우수 시공사가 수주에 유리하도록 보험료 편차를 확대하기로 했다.

유해위험방지계획서도 개선된다. 사망사고 위험요인 중심으로 개편.간소화하여 현장의 안전활동 지침서로서의 활용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샌드위치패널 마감재료 사용 시 준불연 이상의 성능 확보해야

일정규모 이상의 공장·창고에 대해서만 적용되던 마감재(외벽·내부) 화재안전 기준은 모든 공장·창고 등으로 확대된다. 특히 샌드위치패널을 마감재로 사용할 때에는 준불연(700℃에서 10분 정도 대피시간 확보) 이상의 성능을 확보해야 한다.

공장·창고 등의 내단열재도 난연성능(700℃에서 5분 정도 대피시간 확보)을 갖춰야 한다. 난연성능 미만 단열재 사용이 불가피한 경우(냉장창고 우레탄 뿜칠)에는 건축심의를 받아야 하며, 단열재 공사 중에 전담감리인을 배치해야 한다.

창호의 화재안전성능 기준도 독일 등 선진국 수준으로 강화된다. 정부는 국토부, 소방청, 연구기관, 전문가, 업계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조속히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인접건축물과의 이격거리에 따라 외벽에 방화유리창(화염·연기 30분 이상 차단) 또는 스프링클러를 설치하도록 할 방침이다.

화재안전 품질인증제도도 도입된다. 정부는 건축자재의 화재안전 성능과 업체의 품질 관리능력을 모두 평가하고, 기준 미달 시에는 인정취소 등 행정제재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감리에게 공사중지 권한 부여

앞으로 화재위험 작업은 안전조치를 반드시 이행한 후에 작업을 해야 한다. 특히 가연성 물질 취급작업(단열재 등)과 화기 취급작업(용접·용단 등)의 동시 작업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하는 경우 감리에게 공사중지 권한을 부여한다.

아울러 시공 중인 건축물에 유증기 감지를 위한 가스경보기 설치를 의무화한다. 가스경보기, 비상경보장치 등의 설치비용은 공사비에 계상해야 한다.

또한 정부는 인화성 물질의 농도 기준을 설정하고, 인화성 물질 작업 시 제트팬, 국소환기장치 등 강제 환기장치 설치도 의무화하기로 했다.

위험작업에 대한 현장 감시기능도 강화된다. 안전 전담감리를 도입하여 공공공사는 모든 규모, 민간공사는 상주감리 대상공사에 배치토록 할 방침이다. 민간공사 상주감리 대상도 현재 3층·5000㎡ 이상에서 2층·2000㎡ 이상으로 확대키로 했다.

원청에게는 사전에 위험한 작업의 일시·내용·기간 등 정보를 파악하여 하청업체들의 작업조정 의무를 부과할 계획이다. 이외에도 화재위험이 높은 작업 착수 후에는 정기적(월 1회)으로 비상대피 훈련을 실시하고, 감리 등이 확인해야 한다.

 

 


▣위험작업에 대한 관리·감독 강화

◇중소규모 현장 위험작업 신고제 신설


정부는 중소규모 현장(50~120억)에 대한 위험작업 신고제를 신설하기로 했다. 여기서 말하는 위험작업이란 배관작업(용접·용단 등), 미장방수도장(유증기 발생), 절단작업(그라인더 등에 의한 불티), 단열작업(우레탄폼 등 가연성 자재 사용) 등 화재폭발 위험작업을 말한다.

또한 정부는 건설현장 기술지도 시스템(K2B)에 위험작업 신고 정보, 유해위험방지계획서의 작업공정 및 시기 정보, 착공신고 정보(세움터)를 연계하여 위험현장과 작업시기 등을 파악해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스마트폰을 활용한 건설근로자 동선 감지(AI) 시스템과 건설근로자 전자카드시스템을 통해 위험작업(용접 등) 현장의 근로자 위치를 파악하기로 했다.


◇지방자치단체의 현장 지도 권한 부여
이번 대책을 통해 정부는 지자체가 현장 지도·점검 등을 할 수 있는 법적 근거(산안법 개정)를 마련하기로 했다. 또한 자치단체별 산재예방 계획을 수립·이행하고, 건설현장을 대상으로 순찰·지도에 나서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2021년까지 광역 시·도 및 인구 50만 이상 지자체에 ‘지역건축안전센터’를 설치해 지자체의 건축현장 관리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화재 위험작업 예방 교육 강화

건설현장의 각 주체별 화재예방 교육도 강화된다. 먼저 사업주를 대상으로는 ‘산재예방요율제 사업주 교육’에 화재 위험요인 및 조치 등과 관련된 내용이 추가된다. 사업주가 직접 화재사고 예방에 관심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다.

근로자를 대상으로 하는 교육도 대폭 강화된다. 건설 일용직 근로자 채용 교육 시 화재·폭발예방을 위한 안전수칙, 피난교육 등의 내용을 추가키로 했다. 이와 관련 고용부는 ‘안전보건교육규정(고시)’을 개정해 화재·폭발예방 교육시간을 의무적으로 배정키로 했다.
아울러 용접·용단·도장 등 위험작업에 대한 직업훈련 과정에 화재위험요인 및 예방에 대한 교육을 포함하고, 외국인 근로자를 위해 ‘모국어안전교육’도 확대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현장관리자, 화재감시자를 대상으로 하는 화재예방 전문교육과정도 운영된다.

 

 



▣산업재해에 대한 경각심 제고

정부는 안전에 대한 기업과 경영책임자의 인식 제고를 위해 우선적으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에 대한 법정형의 실효성을 높이기 했다. 산안법 위반사건에 대한 검찰의 구형기준과 법원의 양형기준을 개선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또한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을 통해 경영책임자에게 사업장 안전관리에 대한 보고 규정 등을 신설하고, 법인에 대한 경제적 제재 강화 방안(과징금 제도 등)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다중인명피해 범죄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정 및 시행을 통해 다중이용시설이나 산업재해 등으로 다수의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처벌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현안조정회의’, ‘국민생명 지키기 3대 프로젝트 점검 협의회’ 등을 통해 이번 대책과 관련된 관계 부처의 이행실태를 점검하기로 했다.

대책을 뒷받침할 법적 근거 마련도 신속하게 추진된다. 정부는 고시 등 행정규칙은 올해 10월까지, 시행령·시행규칙 등 하위법령은 연말까지 개정을 완료하기로 했다. 또한 법률의 제·개정 작업도 올해 말까지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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