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기간 2년 남아 스프링클러 단 한 대도 없어
전기적 요인에 의한 화재 추정, 정밀 감식 추가 진행

지난 10일 경찰·소방당국·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병원 1층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지난 10일 경찰·소방당국·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는 병원 1층에서 합동 감식을 하고 있다.

 

30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전남 고흥 병원의 화재사고 당시 1층 출입문이 잠겨있어 신속한 대피가 이뤄지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병원 내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초기진화에 실패하며 피해가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대피로인 1층 출입문의 폐쇄여부와 정확한 화재원인과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 10일 오전 3시 42분께 전남 고흥군 윤호21병원에서 화재가 발생해 3명이 숨지고, 27명이 다쳤다.
당시 병원에는 입원환자와 보호자, 간호사 등 80여 명이 있었으며, 119와 인근 주민들의 구조 활동으로 더 큰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부상자 가운데 중상자가 있어 사망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경찰과 소방당국,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차 합동감식을 벌인 결과, 1층 내과 앞 안내데스크 위 천장을 최초 발화지점으로 추정했다. 화재 당시 폐쇄회로 영상에 따르면 천장에서 발생한 전기 불꽃이 안내데스크 쪽으로 뚝뚝 떨어지면서 20여 초 만에 불길이 치솟았다. 불은 의료집기 등 가연성 물질을 태우며 삽시간에 7층까지 번졌다.

경찰은 전선 합선으로 허용 용량 이상의 전류가 흘러 순간적인 폭발 또는 발열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전류가 전깃줄 밖으로 새거나 제대로 공급되지 않는 누전 가능성도 열어두고 추가 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스프링클러 설치 미비로 초기 진화 실패

소방당국은 이번 화재가 환자들이 깊이 잠든 새벽시간에 발생했고 병원 내 초기진화에 필요한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지 않아 인명피해가 커진 것으로 보고 있다.

경남 밀양 세종병원 화재 참사를 계기로 마련된 소방시설법에 따르면 윤호21 병원은 스프링클러 의무설치 대상이다. 지난해 종합병원에서 일반병원으로 분류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윤호21 병원은 2022년 8월까지 유예기간이 남아있어 설치를 미룬 것으로 파악된다.


◇1층 출입문 폐쇄 여부 조사 필요

화재 당시 1층 응급실 반대편 출입문이 열리지 않아 대피로가 확보되지 못한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강기윤 의원(미래통합당)은 지난 13일 “화재 당시 응급실 반대편 쪽 출입문이 열리지 않았다”는 119신고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신고자는 “불이 커서 응급실 쪽 출입문으로는 대피가 안 된다. 지하 쪽으로 대피하고 있는데 정문 쪽으로 문이 열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강 의원이 확보한 병원 건축 도면을 보면 화재가 발생한 1층 응급실의 바로 옆에는 출입문이 위치해 있다. 또 해당 응급실의 반대편 쪽에는 또 다른 출입문과 지하 1층으로 내려갈 수 있는 계단이 있다.
즉, 신고자의 통화내용과 건축도면을 미루어보아 신고자들은 응급실 옆 출입문은 이미 불길이 번져 접근이 어려웠고, 응급실 반대편에 위치한 문은 잠겨있어 어쩔 수 없이 지하로 대피한 것으로 유추할 수 있다.

강 의원은 “해당 출입문은 현행 건축법과 소방시설법에 따라 별도의 출구로 피난시설에 해당되므로 폐쇄해선 안 된다”며 “출입문 문제가 인명 사고 발생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명확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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