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yt Column

임현교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임현교 충북대학교 안전공학과 교수

 

코로나로 사회가 한껏 경직되어 있더니만, 최근에는 하루 확진자가 500명을 오르내리고 있어 제3차 유행으로 가고 있다고 관계기관의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것 같다. 몇 차례 오르락 내리락하는 감염자 수와, 오락가락 하는 정책을 보며 안전관계자로서 자문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사회는 안전을 올바로 알고 있는 건가? 국가의 위기관리 관계자들은 일반 대중들의 특성을 알고 정책을 펴고 있는 건가?

선진국 -적어도 안전에 관한 한 우리보다 많은 재난극복 경험을 가진 나라- 에서는 이런 특성에 대하여 오래 전부터 연구를 해왔다. 그 대표적인 사람이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이스라엘의 심리학자요 경제학자인 카네만(Kahneman)이라는 학자이다. 그는 행동경제학이라고 하는 독특한 분야를 연구하였는데, 쉽게 설명하면 동일한 위험요인에 대해서도 사람들이 각기 다른 감정과 행동을 갖는 이유는 무엇인가, 사회나 조직이 소비자로부터 원하는 행동을 끌어내려면 어떤 선제적 노력이 필요한가를 연구하였다. 그 중에서 특히 위험인식과 관련된 그의 연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 마디로 사람들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대상은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를 연구한 것이다.

그는 핵전쟁과 같은 대규모 사회적 위험요인부터 천연두, 강도와 같은 소규모 위험요인까지 국가, 사회, 지역 등 다양한 형태로 비교하면서 그 이유를 찾으려 애썼다. 연구 결과, 사람들이 어떤 대상이 위험하다고 판단하는 이유는 1)잘 알지 못하는 미지성, 2)위험요인으로 인한 피해의 심각성, 3)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느냐 하는 피해 범위 세 가지로 요약되었다. 다시 말해, 잘 모르는 원인, 잘못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는 절박함,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동시에 피해를 볼수록 위험하다고 느낀다는 것이다.

코로나19도 처음에는 그런 세 가지 요인이 통했다. 어디서부터 시작되었는지 모르는 원인으로 인하여, 목숨을 잃을 수도 있다, 그것도 동시에 여러 사람들이! 그래서 사람들은 몸을 사렸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1)관련 정보는 자연스레 공유되어 점차 전파 원인과 방법을 알게 되고, 2)대응 방법과 대책이 개발됨으로써 사망자가 일부 연령층에 국한되고, 3)마스크와 손 소독을 자주하는 한편 사회적 인식 증가에 따라 피해규모는 한정되고 사망률이 점차 낮아진다면? 게다가 국내외에서 백신개발이라는 긍정적인 소식이 들려 온다면? 그런 상황 변화에 일반인들의 위험의식이 점차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은 카네만의 연구결과를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이건 안전과 안심의 문제이다. 안전은 객관적인 개념이지만, 안심은 주관적인 문제이다. 아무리 정부가 안전을 도모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강조해도, 일단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지면 그 방법은 더 이상 효과를 볼 수 없다. 수입 소고기가 아무리 안전하다고 강조해도 촛불을 들고 광화문을 메웠던 2008년 군중들의 불안감이 그것을 말해준다. 작년 말 코로나19 초창기에 마스크 하나를 사기 위해 몇 백 미터씩 줄을 섰던 데 비하여, 최근 마스크 시장의 변화도 그 단적인 예이다. 사람들의 인식변화를 정부기관이 통제할 수는 없다.
안전과 안심은 다른 것이다. 안심하기 시작하는 순간 사고는 시작된다. 교통안전도 마찬가지이고, 산업안전도 마찬가지이다.

그럼 이제 첫 번째 질문. 고속도로를 운전하는 경우 사고가 다발하는 곳은 어디일까? 연구결과에 따르면 출발하고부터 10분 내외, 목적지 도착하기 전 10분 내외이다. 왜? 앞의 경우는 출발하고 나서 아직 장거리 주행에 익숙하기 전의 부적응 상태를 상징하며, 뒤의 경우는 ‘이제 다 왔다’라는 만족감과 이후 전개될 시내운전을 계획하느라 머릿속이 혼란스럽기 때문이라고 한다.

두 번째 질문. 운전면허를 따고 나서 사고가 발생하기 시작하는 시점은 언제쯤인가? 답은 운전면허 취득 후 1년쯤이다.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겠지만, 면허 취득 후 1년이 되면 운전 숙련도가 올라가 ‘내가 운전을 안다’라고 자신감을 갖게 되는 순간 안심, 안도감이 증가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세 번째 질문. 산업현장에서 사고가 발생하기 쉬운 상황은? 답은 ‘내가 이 현장, 이 일을 안다’고 자신감을 갖게 되는 순간이다. 위험은 방심하는 순간에 찾아온다는 평범한 진리를 말해 준다. 사고를 예방하는 단순한 원칙은 위험요인에 대하여 겸손해지는 일이다.

겸양지덕은 옛부터 인생을 사는 데 필요한 덕목이라고 선인들은 강조해 왔다. 아무리 디지털 기술이 아날로그 감성을 앞서는 시대라지만, 인간이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항목이 산업현장에 남아 있는 한 아날로그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산업재해를 예방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아는 척, 이해한 척’ 주관적 안심에 의지하지 말고, 객관적 안전에 기반해야 한다는 산재예방의 기본원칙, 그래서 이 시점에 더 중요하다고 생각된다.
그런데, 번개는커녕 정기 동문회 참석도 삼가하고, 마음놓고 사우나 출입도 못하고 있는 ‘지병있는 60대’ 필자에게 얹혀 있는 개념은 ‘안전’인가, ‘안심’인가? 매일 TV를 켤 때마다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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