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작업 인력투입 無, 산재보험도 가입돼 있지 않아
입사 5개월 만에 20kg 빠져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택배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발생 롯데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주최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숨진 롯데택배 노동자 A씨의 죽음이 과로사라고 주장하며 사측의 사과와 대책을 요구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는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택배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발생 롯데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주최했다. 대책위는 이날 오전 숨진 롯데택배 노동자 A씨의 죽음이 과로사라고 주장하며 사측의 사과와 대책을 요구했다. 이미지 제공 : 뉴시스

 

정부를 비롯해 택배사들이 과로사 방지대책을 잇따라 내놓았지만, 장시간 노동에 시달린 택배기사가 또다시 사망했다.

택배노동자과로사대책위원회(대책위)는 지난달 23일 오후 서울 중구 롯데택배 앞에서 ‘택배노동자 과로사 발생 롯데택배 규탄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택배 수원권선 세종 대리점 소속 택배 노동자 A씨가 집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며 “2020년도에만 16명의 택배노동자가 과로로 숨졌다”고 밝혔다.

고인의 가족과 동료의 증언에 따르면 A씨는 올해 7월 입사 이후 체중이 무려 20kg이나 감소했다.
고인은 매일 아침 6시부터 밤 9시까지 하루 15시간의 장시간 노동을 해왔으며, 하루 평균 배송 물량은 250~300여 개에 달했다.

지난해 반복되는 택배기사의 과로사를 방지하기 위해 택배사별 대책을 내놓았지만 A씨의 죽음은 막지 못했다. 지난 10월 롯데택배는 1000명의 분류작업 인력을 투입하고, 대리점과의 계약 조건에 택배기사의 산재보험 가입 관련 조항을 추가키로 했다. 하지만 고인이 일했던 터미널에 분류작업 인력은 전혀 투입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고인은 7시간 정도 분류작업을 하고 배송을 나갔다. 또한 고인은 입직 신고조차 되지 않아 산재보험에도 가입돼 있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강민욱 대책위 교육선전국장은 “그간 노조에서는 고강도 작업과 함께 장시간 노동이 과로사로 이어지고 있다며 정부와 택배회사들에 분류작업 인력 투입을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라며 “분류작업만 하지 않았더라도 고인의 죽음은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택배노동자 과로방지 ‘생활물류법’ 국토위 통과
하지만 분류작업 인력 투입의 문제는 노사 간 첨예한 대립으로 아직 뚜렷한 결론이 나지 않은 상태다.

택배노동자들은 ‘분류업무는 택배기사 업무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택배회사는 ‘분류업무는 배송업무에 포함되며 배송 수수료에 분류수당도 포함된다’고 맞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달 2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를 통과한 ‘생활물류서비스산업발전법(생활물류법)’ 제정안이 그 보완책이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박홍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대표 발의한 생활물류법은 택배노동자의 과로사를 방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토교통부는 과로사가 발생한 택배사업자에게 자료요청과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 현재는 관련 법적 근거가 없어 과로사가 발생해도 고용노동부의 근로감독에 의존하고 있다.

아울러 택배노동자에게 과중한 업무 부담을 유발하는 ‘분류업무’의 책임소재를 표준계약서 작성을 통해 명확히 규정하도록 했다. 이에 따라 분류업무가 소위 ‘공짜 노동’에서 ‘대가가 있는 노동’으로 바뀔 것으로 박 의원은 기대했다.

또한 본사에서 대리점과 영업점을 직접 관리하도록 했다. 현재 택배노동자가 본사가 아닌 대리점.영업점과 계약을 하면서 부당한 갑질, 백마진 요구, 불합리한 배송구역 배정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을 개선하기 위한 조치다.

박 의원은 “택배노동자 과로사를 막을 수 있는 매우 중요한 대책이 될 것”이라며 “택배노동자의 과로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만큼, 여야가 조속히 법안을 최종 통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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