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지난 2015년 1월 12일 파주 소재 LG디스플레이 공장에서 유지보수 작업 중 질소가 누출돼 협력업체 근로자 3명이 숨지고 3명이 부상을 입은 사고가 발생했다. 1.2심에서는 LG디스플레이 임원 및 책임자에게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로 유죄를, 협력업체 A.B사의 관계자에게는 산업안전보건법 위반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은 다르게 판단했다. 협력업체에서 직접 관리.운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와 관계없이 산소농도 측정 등 취할 수 있는 조치들을 하지 않았으므로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를 다시 심리.판단해야 한다며 원심을 파기하고 환송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6년이 지난 1월 13일 같은 공장에서 또 한 번의 화학물질 누출사고가 발생하면서 안전불감증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LCD 패널 제조에 사용되는 장비를 유지보수 하는 과정에서 수산화테트라 메틸암모늄(TMAH)이 누출되면서 협력업체 근로자 6명이 중경상을 입은 것이다. 이 물질은 반도체 가공 공정에서 세척제 등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피부에 닿을 경우 심한 화상과, 신경계 이상을 일으킬 수 있는 독성물질이다.

다른 상당수의 기업에서도 화학물질 유출사고와 인명피해가 계속 반복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에 따르면 2014년부터 2020년까지 LG그룹과 SK그룹, 롯데그룹 등을 포함하여 3건 이상의 화학사고가 발생한 기업은 16곳, 2건 이상 발생한 기업은 26곳에 달한다. 특히나 눈여겨 볼 점은 이들 사고가 안전경영을 외치며 안전을 핵심가치로 삼겠다는 대기업에서 반복됐으며, 인명피해는 대부분 협력업체 직원으로 알려졌다는 사실이다.

물론 이런 상황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으로 아무런 노력도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5년 화학물질 관련 사고를 예방하고 사고 시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화학물질관리법이 본격 시행됐다. 또 협력업체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원청의 안전보건 책임을 강화하는 내용으로 산업안전보건법이 전부 개정되기도 했다.

하지만 유사 사고는 여전히 계속되고, 협력업체 직원 등 근로자의 죽음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에 법이 현장에 제대로 녹아들지 못한 것은 아닌지 면밀한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문제는 또 있다. 기업의 최고경영자가 지속적으로 안전을 강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계속되는 중대재해에 ‘보여주기식 안전관리’라는 지적이 끊이질 않고 있다. 기업에서 보여주는 의지만큼이나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안전관리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특히 원청사는 협력업체 직원들이 위험에 방치되는 일이 없도록 보호 의무를 다하여야 한다. 협력업체에서도 소속 근로자의 재해예방을 위해 더욱 힘써야 한다. 위에 언급한 판례에서 알 수 있듯이, 협력업체에서 작업장을 직접 관리.통제하지 않는다고 해도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았다면 이에 따른 책임이 뒤따르기 때문이다.

처벌을 피할 수 없으니, 안전관리에 신경쓰자는 것은 아니다. 지난 1월 8일 제정된 중대재해법도 같은 시각에서 볼 필요가 있다. 관건은 의지와 실천에 달려 있다.

안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그 어느 때보다 높으며, 산업안전보건법도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문제는 현장이다. 결국 현장에서 산업안전 관련 제도나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결국 사고는 되풀이 될 것이다. 우리 모두 맡은 책임과 의무가 있다. 그것만 제대로 이행 한다면 중대재해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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