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재활원 김종배 재활보조기술연구과장

얼마 전 장애인용 핸드싸이클을 타보고자 두 명의 사지마비 경수손상 동료와 함께 잠실의 한 핸드싸이클 동호회를 찾아간 적이 있다.

이곳 회원분들은 대부분 소아마비 장애인이다. 소아마비 장애인들은 개인적 차가 있긴 하지만 대게 척수손상으로 마비를 겪는 장애인보다 운동신경이 좋은 편이다. 덧붙여 말하면 운동을 할 때 필요한 신체적 기능이 훨씬 좋다.

척수손상장애인은 손상된 척수 이하로는 소위 ‘마비’가 되어서 감각을 느낄 수 없고 움직일 수도 없다. 뇌로부터의 신경신호 전달이 차단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척수손상장애인들은 소대변 조절이 불가능하고 성기능에도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일상생활이 이러한데 하물며 운동은 어떠할까? 당연히 제약이 많을 수밖에 없다. 특히 척수손상장애인 중에서도 경수(목뼈 속의 중추신경)에 손상을 입은 장애인은 그 정도가 더욱 심하다. 마비 범위가 가슴 위까지 올라가면서 팔과 손마저 못 쓰게 되기 때문이다. 사고로 경수 5번에 손상을 입은 필자가 바로 이런 경우다.

필자는 이런 몸으로 26년을 살아왔다. 열 손가락은 전혀 움직일 수 없고, 팔꿈치는 굽혀지기만 할뿐 펴지지 않는다. 이런 신체조건으로 할 수 있는 운동은 사실상 거의 없다. 운동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정말 견디기 힘든 나날이었다.

그런데 최근에 자전거의 뒷바퀴를 두 개로 하고, 발이 아닌 손으로 패달을 돌리는 핸드사이클이 장애인들의 레저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는 기사를 외국의 한 신문에서 읽게 됐다. 비록 마비된 손이지만 핸드사이클의 손잡이에 손을 끼울 수 있게 개조만 한다면 운전이 가능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찾은 곳이 바로 이곳 핸드사이클동호회였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이곳에는 우리가 달릴 수 있는 싸이클이 없었다. 이곳에 있는 핸드사이클은 모두 손과 팔의 기능에 문제가 없는 분들이 타는 것으로, 손잡이에 보조장치가 없었다. 특히 브레이크와 기어변속은 꼭 손을 사용해야만 작동시킬 수 있었다.

하지만 작심을 하고 왔는데 차마 그냥 갈 수 없어서 우리 중 한 친구가 시도를 해보기로 했다. 컨트롤을 할 수 없는 상체를 벨트로 등받이에 묶고, 양손을 손잡이에 고정시키자 그는 어느 정도 사이클을 움직일 수 있었다.

트랙을 한 바퀴 돈 그는 재미는 있지만 브레이크를 제동할 수 없고 탑승이 불편해서 우리가 타기에 적합한 제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조금 더 노력을 해보기로 했다. 그래서 동호회측에 패달의 반대방향으로 회전을 하면 멈추는 브레이크와 착탈식 구동부 등을 준비해 달라는 부탁을 하고 돌아섰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설레임이 가득했다. 머지않아 사랑하는 아내와 딸, 그리고 나 이렇게 우리가족 셋이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 하이킹을 즐길 수 있을 것이란 상상을 했기 때문이다. 가족끼리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리는 풍경은 일반 사람들에겐 평범한 일이다. 하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필자가 다친 지 26년만에 다시 찾아오는 소중한 행복이다.

장애인 가족의 소망은 그저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아보는 것이다. 스포츠도 이런 의미다. 일반인들이 쉽게 즐기는 스포츠를 장애인들도 하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에는 장애인들이 쉽게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잘 구축되어 있지 않다. 아니 매우 척박한 환경이라는 것이 맞는 표현일 듯싶다.

우리 사회가 장애인들도 즐길 수 있는 스포츠 환경을 조성하는데 조금만 더 신경을 써준다면,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