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일본의 언론 매체인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자체적으로 실시한 ‘2019년 주요상품.서비스 세계시장점유율 조사’ 결과를 보도했다. 내용인 즉슨 한국이 세계 첨단기술 분야 제품 시장점유율에서 일본과 함께 공동 3위를 차지했다는 것이었다.
한국은 스마트폰, D램, OLED패널, 낸드플래시 반도체, 초박형TV, 대형액정패널, 조선 등 7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차지했으며, 2016년 이후 4년 연속 7개 분야에서 세계 1위를 유지했다. 눈길을 끈 부분은 1등 분야 7개 중 5개가 삼성전자 제품이라는 것이다. 과거 삼성은 일본을 이른바 ‘기술스승’이라고 부를 정도로 일본의 기술력을 쫓는데 여념이 없었던 시절이 있었다. 실제 금성사가 국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1970년대 초반 삼성은 굴지의 일본 전자회사였던 산요와의 합작을 통해 도약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런데 지금은 어떤가.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은 현재 일본 전자업계 전체의 영업이익을 합한 것보다 많다. 이처럼 한국은 경제 분야에서 눈부신 성장과 발전을 이뤘다. 하지만 아직까지 일본에서 배워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안전이다. 필자가 전에 일본여행 중 보고 느낀 일본 산업현장 안전의 특이점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째, 작은 것에도 소홀하지 않는 마음가짐
도로를 거닐며 크게 인상 깊었던 점은 작업상황과 주변을 감시하기 위해 배치된 안전요원이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현행법상 밀폐공간 등 질식재해 고위험 작업 시 감시인을 배치토록 하고 있으며, 용접.용단 작업을 하는 공사현장에서도 화재감시자를 의무적으로 배치토록 하고 있다. 헌데 이것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아 재해가 빈발하고 있다. 반면 일본에서는 전력구 맨홀 등에서 작업 시 방책 및 안전표지판을 철저히 설치하는 것은 물론 안전요원이 배치되지 않은 경우를 보기가 어렵다. 특히 작업현장의 안전을 모니터링하는 것에 더해 행인들의 안전한 도보 이용을 도모하기 위해 주변 정리에 적극 나서는 점은 실로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일본에서 돌아온 뒤 접한 국내 모 건설사의 화재감시자 구인광고 문구(단순한 업무, 가만히 서 있기만 하면 됩니다)는 개인적으로 더욱 씁쓸한 뒷맛을 남겼다. 작은 것에도 소홀하지 않는 마음가짐에서 안전이 각 국가에서 차지하는 위상의 차이를 엿볼 수 있다.

둘째, 작업현장 소음측정의 일상화
일본에서 길을 걷다가 한 건축물 건설 공사현장에서 특이한 광경을 목격했다.
누구나 쉽게 공사현장의 소음 수준을 확인할 수 있도록 외부에 소음측정기기 전광판을 설치해 둔 것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도 소음.진동관리법(제22조의2)에서 명시하고 있듯이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소음을 적정하게 관리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공사를 시행하는 자에게 소음측정기기를 설치토록 하고 있으나, 권고에 불과하다. 실질적으로 건설사 자율에 맡기고 있는 실정이다. 건설현장 소음 때문에 인접 주민들로부터 잦은 민원이 발생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제 우리나라에서도 공사현장의 소음측정기기 설치를 의무화해 인근 시민들에게 불편함을 주지 않고 안전한 공사가 이뤄지도록 하면 어떨까?

셋째, 보이는 않는 부분까지 고민하는 섬세함
아파트를 신축할 때 눈에 보이는 구조물의 외관뿐만 아니라 배치, 동선, 안전을 고려한 실내 인테리어의 수준도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날카롭고 각진 디자인 대신 빌트인 가구를 인테리어의 일부로 포함시키는 것이 대표적인 예다. 각종 소방시설의 디자인도 변화하고 있다. 초기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옥내소화전함도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들이 출시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눈에 바로 보이지 않는 옥내소화전함의 내부는 어떠한가? 날카로운 모서리 때문에 설치과정에서 작업자들의 크고 작은 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또한 사용 시 인출과정에서 이 날카로운 부분에 의해 소방호스가 찢겨져서 옥내소화전이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가 하면 모서리에 걸려서 잘 꺼내지지 않아 신속한 인출을 방해하기도 한다. 이외에도 호기심 많은 어린이들이 옥내소화전함을 열어보다 손을 다치는 등 안전사고의 우려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에 반해 필자가 일본에서 본 옥내소화전함은 내부가 들여다보이는 투명한 옥내소화전함이었다. 이렇게 투명하게 만들어 사용상 편의성을 높인 것은 물론 날카로운 부분에 고무패킹을 씌워서 안전성까지 확보하고 있었다. 보이지 않는 부분까지 신경 쓰는 이러한 섬세함. 우리가 여전히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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