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주 의원,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위한 정부조직법 개정안 발의
국회서 토론회 개최
명칭 변경에서부터 독립성 확보 위한 방안 등 다양한 의견 제시돼
고용부 “안전관련 다른 중앙부처와의 협업 기능 강화할 것”

이은주 의원(정의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고, 각계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진 제공 : 뉴시스
이은주 의원(정의당)은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하고, 각계 의견 수렴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했다. 사진 제공 : 뉴시스

 

국회를 중심으로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설립에 대한 논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7월 김영주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산안청 설립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한데 이어 지난 3월 11일에는 이은주 의원(정의당)도 같은 내용으로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법안의 가장 큰 차이점을 살펴보면, 먼저 김영주 의원안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사무만을 산안청에 이관하는 것이고, 이은주 의원안은 산업안전보건에 관한 사무와 산업재해보상보험에 관한 사무까지 산안청으로 이관하는 것이다.

이은주 의원은 “산업안전보건 행정의 전문화, 특수화, 효율화를 위한 산업안전보건 기준 수립, 산업재해 조사·감독·지도, 산재 예방을 위한 행정·통계작성·기술 연구 및 지원, 재해 보상·재활 등 산재보험업무를 총괄하는 산업안전보건청을 설립해야 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그렇다면 산안청 설립에 대해 각계는 어떤 의견을 내놓았을까. 이은주 의원이 주최해 지난 3월 11일 국회에서 열린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입법 토론회’(제대로 된 산업안전보건청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나?)에서는 각계 인사가 참여해 산안청 설립에 대해 심도 깊게 논의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정의당 강은미 원내대표와 이은주 국회의원이 참석했다. 또한 임상혁 녹색병원 원장이 좌장을 맡고, 강태선 세명대학교 교수,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연구소 소장, 류현철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소장, 박미진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교수, 손필훈 고용노동부 산재예방정책과 과장, 이상윤 노동건강연대 대표, 이현주 우송대학교 교수, 최명선 민주노총 노동안전보건실장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강태선 교수 “전문성과 독립성 확보 여부가 관건”
강태선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집행조직의 전문성과 독립성 등 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강 교수는 “집행조직의 획기적인 개편 없이 중대재해법이 시행된다면 ‘돼지 목에 진주목걸이’, ‘부뚜막의 소금’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강 교수는 “현재 사업주는 산업재해의 근본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교훈을 도출하기보다는 ‘휴먼에러’ 또는 ‘작업자 부주의’로 간주하고 있다”라며 “정부도 아직은 ‘현장의 기술적인 안전조치 위반’ 정도로 재해의 원인을 단순하게 바라보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덧붙여 “신설될 산업안전보건청은 산업재해의 근본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교훈을 도출함은 물론 사회 구성원들이 문제와 대책을 잘 알 수 있도록 공개해야 한다”라며 “산안청 신설을 통해 그동안 사각지대에 방치됐던 ‘연구실 안전’, ‘농업인 안전’, ‘어선원 안전’에 대해서도 적극 나서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광일 소장 “근로감독과 산업안전감독 분리는 문제 소지 있어”
김광일 소장은 산재보험기금의 징수와 집행사무가 이원화되는 부분과 안전보건공단의 역할 재정립 등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 소장은 “산업재해 예방기금의 징수는 고용노동부, 집행은 산안청으로 이원화될 경우, 산안청의 설립취지와 다르게 예방사업에 즉시 예산이 투입되지 못하는 등 지장이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안전보건공단과 민간재해예방기관의 기능, 역할도 명확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밝혔다.

김 소장은 “현재 대부분의 산업재해 예방기능을 안전보건공단이 수행하고 있어, 산안청은 안전보건공단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라며 “산안청 설립에 따른 안전보건공단의 존치 여부에 대한 명확한 정리가 필요하다, 안전보건공단이 어떤 기능을 하느냐에 따라 민간재해예방기관의 역할도 재정립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김 소장은 근로감독과 산업안전감독이 분리되는 것도 고려사항이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탄력근로, 유연근로 등 노동형태와 시간이 변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근로감독과 산업안전감독을 분리하는 것이 올바른지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현철 소장 “산업안전보건청 명칭부터 바꿔야” 
류현철 소장은 산업안전보건청이라는 명칭을 쓸 것인가부터 합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 소장은 “명칭은 조직이나 기구의 설립 취지, 철학, 역할을 반영하는 것이다”라며 “‘산업안전보건’이라는 용어의 연원이 정확하지는 않지만 산업(industry)이 가지는 의미의 제한성 때문에 이미 ‘직업’(occupational) 혹은 ‘일’(Work)’이라는 명칭을 쓴 지 오래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해외 안전보건행정 집행기구의 명칭을 보면 미국은 ‘Occupational Safety and Health Administration’, 영국은 ‘Health and Safety Executive’로 어디에도 산업이라는 단어는 없다”라며 “새로운 조직에 대한 논의라면 시대에 걸맞은 표현을 쓰는 것이 필요하다. 직업안전보건청, 노동안전보건청, 안전보건청 등의 명칭을 사용해야 한다”고 밝혔다.

류 소장은 예산의 독립성도 간과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류 소장은 “기관의 독립성을 유지하기 위해서 ‘청’의 형태로 분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재정과 예산의 문제도 해결해야 한다”라며 “산업재해보상보험 및 예방기금에서 출연 비중과 국고의 지원에 대한 규정을 명시하거나 기타 다른 방법으로 재원에서부터 독립성을 제고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상윤 대표 “산안청은 위원회의 성격을 가져야”
이상윤 대표는 산안청 설립에 대한 프레임에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어떤 산업안전보건청을 만들 것인가?’라는 질문보다는 ‘어떤 가치와 비전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에 대한 대중의 에너지를 결집시킬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덧붙여 “노동자 안전과 건강의 프레임에서 대중이 요구하는 것은 불평등 완화이다”라며 “때문에 산안청은 행정적, 제도적인 개념으로 접근하기보단 정치적인 영역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정권이 바뀌더라도 독립적이며, 전문성을 유지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라며 “정부예산에 얽매이지 않기 위해 대기업의 부담금과 법인세를 재원으로 사용하고, 대통령의 지휘를 받는 행정기구가 아니라 노·사가 참여하는 위원회의 결정에 따라 집행하는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현주 교수 “산안청의 모태인 산업안전보건본부 구성에 관심 필요”
이현주 교수는 오는 7월에 설치될 예정인 고용노동부 산업안전보건본부에 대한 의견을 밝혔다.

이 교수는 “산업안전보건본부의 기능 및 조직은 산업안전보건청의 미래를 결정하는 매우 중요한 기반이 된다”라며 “고용부 외청 설립은 입법화 과정이 지난하고, 여러 가지 정치적인 상황에 영향을 받는다. 또한 기재부, 행안부 등 다른 부처와의 협의도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이어서 “여러 상황을 고려했을 때 산업안전보건본부의 기능에 대해 논의하는 것이 현실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 교수는 “2020년 징수된 산재보험료 수입만 7조1121억원으로 고용노동부가 관리하고 있는 5개 기금 중 고용보험기금 다음으로 규모가 크고, 적립금 규모만 20조원이 넘는다”라며 “산재보험급여로 5조9968억원, 산재예방사업으로 4997억원이 지출되었는데, 고용노동부가 이 정도 규모의 기금사업을 외청으로 보내는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한 이 교수는 “현재 고용부에서는 산재보상업무를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아닌 노동정책실로 이관하려고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산재보험은 사회안전망으로서의 사회보장적 성격을 강화해야 하는데, 산재보상 행정조직이 과업의 내용보다 조직논리로 결정되서는 안된다. 산재보상정책과가 노동정책실로 회귀하는 것은 산재보험제도의 퇴행을 의미한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이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으로 산업안전보건청 설립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는 상황에서 산재보험이 보상중심에서 탈피해야 진정한 산재예방이 가능하다”라며 “산재보상정책과를 산업안전보건본부에 두는 것이 시대적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최명선 실장 “예방 중심의 점검 감독 필요”
최명선 실장은 안전보건에서 노동자 참여 활성화 방안, 소규모 사업장의 재해예방 방안 등이 선결돼야 한다는 입장을 전했다.

최 실장은 “정부의 안전보건 감독체계가 구축된 지 수 십년 만에 ‘감독행정의 획기적인 전환’의 계기가 될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청에 대한 입법발의가 이어지고, 설립이 본격화되는 것 자체는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라고 평가하면서도 “그러나 아직까지 ‘무엇을 어떻게 바꾸어야 하는가’에 대한 실물적인 논의가 부족하고, 모든 내용을 이제부터 채워야 한다는 점에서는 매우 안타깝다”고 밝혔다.

특히 최 실장은 “산업안전보건이 노사정의 참여를 기본 원리로 한다는 것은 누누이 강조되고 있지만 실제 안전보건 감독과 행정 서비스에서 노동자는 참여의 주체가 아니라, 대상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라고 강조했다.

최 실장은 “특히 우리나라 산업재해가 하청 노동자, 건설 노동자, 파견 노동자에게 집중되어 있는 상황에서 산재예방의 당사자로서 노동자 참여 권리를 보장하는 제도도 미흡하고, 참여권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의 요구는 계속적으로 묵살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상황을 감안해 산안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를 담는 방향으로 설립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 실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단순히 처벌하려는 것이 아니라 산업재해에 대한 기업의 구조적인 예방체계를 구축하는데 그 의의가 있다”라며 “현행 처벌 중심의 감독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감독과 수사가 진행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최 실장은 “산안청이 소규모 사업장의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 어떤 역할과 기능을 해나갈지에 대한 정리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필훈 과장 “사회적 합의기구 통해 다양한 의견 수렴할 것”
이날 토론회에서 고용부는 산안청 설립에서 독립성과 전문성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손필훈 과장은 “산안청 설립과 관련된 논의에서 기저에 깔려 있는 것은 노동행정, 산업안전보건 행정에 대한 실망감, 불신감이라고 생각된다”라며 “그래서 산안청 설립 방향을 잡아갈 때 어떻게 해야 사회적인 요구를 수렴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덧붙여 “중대재해법 제정을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본부와 산안청 설립에 대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는데, 단순히 조직을 개편하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고자 한다”고 말했다.
특히 손 과장은 “규제 일변도가 아니라 영세 중소 사업장, 취약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감독.수사의 효과성.효율성도 크게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산안청 또는 산업안전보건본부가 산업안전보건의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지 독점적인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원자력, 전기, 가스 등의 분야는 안전과 땔 수 없다. 다른 중앙부처와 협업 및 총괄에 대한 기능설계도 고심하고 있는 부분이다”라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손 과장은 “기본적인 추진 전략은 조속히 본부를 출범하고, 이후에 청을 설립하는 것이다”라며 “경사노위 등 사회적 협의기구에서 다양한 의견을 수렴할 방침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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