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대법원 양형위원회가 3월 29일, 전체회의를 열고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수정 양형기준을 최종 의결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 강화된 법률과 달라진 사회 분위기를 반영하여 법원의 산업안전보건법위반범죄의 양형기준 설정 범위를 확대하고, 형량 범위를 대폭 상향한 것이다.

양형기준은 법정형과 달리 강제성은 없으나, 일선 재판부가 기준을 벗어나는 형을 선고할 경우 그 사유를 판결문에 기재해야 된다. 합리적 사유 없이는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 없어 양형기준 준수율은 통상 90%를 유지한다.

이번에 결정된 양형기준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 설정 범위를 확대한 것이다. 특히 사업주뿐 아니라 도급인의 산업안전보건의무위반 및 산업안전보건의무위반치사 모두 양형기준을 적용토록 했다. 하청 노동자의 산업재해를 예방하기 위해 실질적인 지배·관리 권한을 가진 도급인의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또한 현장 실습생 관련 조치의무 위반 사항과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범죄 확정 후 5년 내 재범할 경우도 설정 범위에 포함했다.

아울러 안전.보건조치 의무 위반 치사죄의 권고 형량 범위를 상향했다. 종전에는 사망재해에 대해 기본적으로 ‘징역 6월~1년6월’이 선고됐지만, 이를 ‘징역 1년~2년6월’로 높이도록 했다. 특히 다수범일 경우와 사망재해 재범(5년 내)에 대한 양형기준을 산안법 위반의 최대 형량인 10년6월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했다.

그렇다고 아쉬움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안전과 관련된 법적 사항이 제·개정될 때마다 노사가 극과 극에서 대립했다. 산안법이 전부 개정될 때에도,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될 때에도 그리고 양형위가 앞서 지난 1월 양형기준을 상향할 것이라고 발표했을 때에도 경영계와 노동계는 갈등을 빚었다.

그리고 그때마다 공통적으로 경영계는 과잉처벌 등을 이유로 기업의 경영활동이 크게 위축될 것을 우려했고, 노동계는 보다 강력하고 실효성 있는 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양쪽의 입장이 다른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만 더 생각해보자. 이날 양형위 전체회의에서는 과실치사상·산업안전보건범죄 양형기준 외에 주거침입범죄와 관련된 유형을 새롭게 구분하기도 했다.

눈에 띄는 것은 주거침입에 따른 기본형량이 ‘징역 6월~1년’이라는 것이다. 이에 비춰보면 사망재해에 따른 기본형량이 ‘징역 1년~2년6월’로 상향됐다고 해서 진정으로 형량 수준이 올라간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느냐이다.

전부 개정 산업안전보건법, 중대재해처벌법, 그리고 양형위의 양형기준 수정 등은 모두 산업재해를 예방하는데 방점이 있다. 사후 처벌을 강화하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는 말이다.

법은 최소한의 도덕이라는 말이 있다. 단순히 법을 무서워하지 말고, 같이 일하는 내 동료, 내 부모, 내 자식이 한 순간에 일터에서 목숨을 잃는 것을 더 무서워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법을 개정했다고 그것만으로 안전일터가 조성되는 것은 아니다. 법이라는 기초 골조에 어떤 구조물을 어떻게 만들지는 우리사회 구성원 모두의 숙제이다. 안전일터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한마음으로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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