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반도체는 각종 첨단산업에 없어서는 안 될 부품으로 ‘산업의 쌀’로 불린다. 세계 각국과 기업들이 반도체 개발에 혈안이 돼 있는 이유다.

대만은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 세계 최강국인 미국과 맞먹을 정도로 강력한 경쟁력을 갖춘 국가로 꼽힌다. 세계 최대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 업체인 TSMC를 비롯하여 반도체 설계를 전문으로 하는 팹리스, 반도체 후공정을 하는 패키징 등 세계적인 수준의 기업이 즐비하다.

대만은 우수한 기술력만큼 안전 분야에서도 경쟁력을 보이고 있다. 대만에게 배워야 할 안전 포인트 몇 가지만 소개하고자 한다.

◇외벽 통유리로 된 모든 건물에 소방관 진입창을 설치하자
2017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되돌아보면, 사우나가 통유리 구조로 돼있던 것도 유독가스로 인한 피해를 키웠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창문은 열어서 연기를 배출시킬 수 있지만, 통유리로 된 창문은 열수도 없을 뿐더러 대부분 강화유리로 되어있어서 깨기도 어려워 당시 여성 사우나 안에 있던 사람들이 더 빨리 질식했을 가능성이 높다.

대만은 오래전부터 창문을 여닫을 수 없는 통유리 건물에 ‘소방관 진입창’을 설치하고,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빨간색 역삼각형을 표시한다. 이 유리는 깨기 쉬운 재질로 되어있다. 한국도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를 계기로 2019년 4월 ‘건축법’을 개정하여 대만처럼 소방관 진입창을 설치하고, 외부에서도 쉽게 식별할 수 있도록 창문의 가운데에 지름 20cm 이상의 역삼각형의 빛이 반사되는 붉은색으로 표시하도록 규정하였다.

또한,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 제18조의2에는 소방관 진입창의 세부사항으로 2층 이상 11층 이하인 층에 각각 1개소 이상의 소방관 진입창을 설치하고, 창문의 한쪽 모서리에 타격지점까지 원형으로 표시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건축법 시행령’ 제51조에서는 11층 이하의 층에는 소방관이 진입할 수 있는 창을 설치토록 하고 있으면서도 대피공간 및 비상용승강기를 설치한 아파트는 제외하고 있다. 또한 소방관 진입창 설치규정도 2019년 4월 이후 건축허가를 신청하거나 건축신고를 한 경우부터 적용되므로 2019년 4월 이전 지어진 건물은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와 같은 건물에는 소방관이 신속히 출동했다고 하더라도 쉽게 파괴할 수 있는 창문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아 건물 내부로의 진입이 늦어져 화재진압 및 인명구조에 시간을 지체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소방관 진입창을 모든 건물에 확대 적용하여 안전조치를 더 강화할 필요가 있다.

◇옥내소화전 앞에 물건을 쌓아두지 않도록 표시를 명확히 하자
도로교통법 제32조는 소화전 등의 소방용수시설, 비상소화장치가 설치된 곳에서 5m 이내에 주정차를 금지하고 있다. 소화전 인근의 경계석 등에 붉은색 표시를 하여 주차하지 않도록 안내하거나, 야간에는 경광등을 점등하여 소화전 위치를 알려줌과 동시에 5m 이내에는 주차하지 않도록 계도하고 있다. 또한 소화전 앞에 주차하면 신고할 수 있는 체계도 마련하고 적극 홍보에 나서는 듯하다. 이 모든 것들이 화재발생 시 신속하고 원활한 소방 활동을 지원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옥내소화전 앞은 어떠한가. 물건을 쌓아두지 말라는 안내 표시가 없어서인지 옥내소화전 앞에는 적치물이 쌓여 있으며, 이로 인해 초동진화에 방해가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일반 시민들은 이러한 행동이 얼마나 위험한 지 제대로 인지 못한다.
이에 대만에서는 옥내소화전 앞에 물건을 쌓는 행위가 얼마나 위험한지, 또 물건을 쌓아두면 과태료가 얼마나 부과되는지 명시하여 경각심을 높이고 있다.

화재는 대형 인명피해를 야기할 수 있는 만큼, 철저한 예방과 초동대응이 필수다. 대만의 우수한 소방정책, 활동 등을 배우고 적용하여 화재의 위험성에 철저히 대비하길 바란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