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조은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정조은 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누구나 습관 하나쯤 가지고 있을 것이다. 아침에 휴대전화를 켜자마자 이메일을 확인한다든지, 집중할 때 혀를 앞으로 쏙 내민다든지 말이다. “이제 술 마시는 게 습관이 된 것 같아요”  알코올 사용장애 치료를 위해 병원에 방문한 환자와 금주하기 어려운 이유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자주 듣는 말이다.

◇습관은 뇌가 효율성을 위해 반복되는 행동을 자동화한 상태
습관이란 의식적으로 생각이나 노력을 하지 않고 어떤 행동을 반복하는 것을 말한다. 습관이 만들어지기 전까지 뇌는 어떤 행동을 학습하기 위해서 ‘생각하는 뇌 영역(전전두엽)’이 다른 뇌 영역과 함께 일을 한다. 즉, 낯선 경험이기 때문에 뇌가 의식적으로 학습하고 이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다.

하지만 학습이 점차 반복되면 생각하는 뇌 영역은 일을 줄이고 행동과 관련된 다른 뇌 영역을 주로 사용하게 되면서 자동화가 일어나는데 그렇게 습관이 형성되는 것이다.이처럼 습관은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고 행동이 일어나는 것으로, 뇌를 효율적으로 사용하려는 본능에 의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에서 문제는 뇌는 어떤 것이 좋은 습관인지 나쁜 습관인지 구별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중독은 특정 행동을 중단하기 어렵고, 금단 증상이 나타나는 상태
그렇다면 중독은 나쁜 습관일까? 이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면서 ‘아니다’이다. 습관이 형성되는 위의 과정이 중독 과정에 일부 관여하지만, 또 모든 것을 설명하지는 못하기 때문이다. 술, 마약, 도박같이 중독되는 물질이나 행동을 처음 시작하는 것은 자발적이나 이것을 반복하다 보면 비자발적인 상태가 된다. 이는 의식하지 않고 자동으로 일어나는 습관과 유사하다.

하지만 중독은 나쁜 습관처럼 잘못된 학습만이 아니라 다른 행동으로 대체하기 어렵고 조절할 수 없어 계속된 부정적인 결과에도 불구하고 반복적으로 물질이나 행동을 반복하게 되는 것이다. 중독은 술과 같은 특정 자극에 뇌가 반응하면서 다른 일상생활에서의 소소한 만족감, 자극에는 반응이 줄어들어 중독 물질 혹은 행동이 다른 것보다 우선순위가 되게 한다.

또한 그 특정 자극에 대한 반응도 점점 낮아져서 더 많이, 더 오래 그 물질 및 행동을 취해야만 하며, 줄이거나 멈추려고 시도했을 때 심리적 혹은 신체적 금단 증상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에 더해 생각하는 뇌의 기능이 감소하면서 조절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로 중독 행동을 멈출 수가 없다. 즉 중독은 뇌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과 정반대 상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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