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도심에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을 타고 이동하는 이른바 ‘두 바퀴 족’이 눈에 띄게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의 장기화로 붐비는 대중교통 대신 비교적 안전한 자전거, 전동킥보드 등 개인형 이동 장치(PM, Personal Mobility)를 이용하는 이들이 급증하고 있어서다.

현재 정부가 탄소중립 시대를 맞이해 자전거 이용을 권장하는 정책을 추진하는 가운데 개인형 이동장치 시장의 성장으로 이용자들이 더 늘어난다면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헌데 문제는 차량 등으로 이미 혼잡한 도심 내 비좁은 도로에 이러한 두 바퀴 족까지 늘어나면서 인명피해를 유발하는 안전사고도 덩달아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 심각성은 정부의 각종 통계 현황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경찰청, 도로교통공단 등의 교통사고 현황을 살펴보면 최근 3년(2016~2018년)간 서울에서 총 7090건의 ‘자전거 대 자동차 사고’가 발생해 68명이 숨지고, 7275명이 부상을 입었다. 개인형 이동장치 상황도 마찬가지다. 지난 2019년 447건이던 개인형 이동장치 사고건 수는 지난해 무려 50%나 늘어난 897건으로 집계됐다.

이처럼 안전사고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이유는 자전거와 전동킥보드 등이 간편한 이용수단인 반면 별도의 보호 장치 없이 운전자가 외부에 노출되어 있어서다. 특히 현행 법규상 이들은 자전거 전용도로를 이용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비좁은 일반 도로의 오른쪽 가장자리로 통행해야 함에 따라 도로를 주행하는 차와의 접촉사고가 발생할 우려도 매우 높다.

이러한 상황을 감안해 정부도 따릉이 등 공공자전거 이용 시 안전모 착용을 의무화(2018년) 하고, 전동킥보드 탑승 시 헬멧 착용도 의무화(2021년)하는 등 관련 법과 제도를 보완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관리.감독이 어려운 탓에 현장에서 실효성 문제 등을 놓고 논란이 많은 실정이다.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의 접근이 필요해 보인다. 본래 보행자의 안전을 확보하고 자동차의 원활한 통행을 위해 설계한 도로. 그 곳을 어쩔 수 없이 이용해야만 하는 두 바퀴 족. 상호 간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대책은 없을까.

자전거 왕국으로 손꼽히는 네덜란드에서 그 해법을 찾아볼 수 있다. 자전거 운행 대수가 총 인구수보다 많은 네덜란드에서는 지난 1960년대부터 도로 위 자동차와 자전거간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더치(Dutch) 리치(Reach)를 도입했다.

이는 네덜란드를 뜻하는 ‘더치’와, 손을 뻗다는 의미의 ‘리치’가 결합된 것으로, 크게 3단계로 구분된다. 먼저 운전자가 룸미러와 사이드미러를 보고(1) 후방을 확인(2)한 뒤 문에서 멀리 있는 쪽 손으로 차문을 여는(3) 식이다. 우측 조수석에 앉아 있는 사람이라면 가까운 오른쪽 손이 아닌 왼쪽 손으로 차문을 여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자연스레 몸이 후방을 향해 틀어지게 되고 자전거, 오토바이, 전동킥보드 등이 다가오는 것을 쉽게 확인해 충돌 사고 등을 예방할 수 있다.

앞으로 두 바퀴 족은 더 늘었으면 늘었지, 결코 줄지는 않을 것이다. 특히 과태료 부과 등 교통법규를 강화 한들, 수많은 두 바퀴 족을 일일이 집어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여기서 필요한 것이 서로간의 안전을 지켜주려는 마음이다. 빽빽한 도로 위를 비집고 배려가 꽃필 때 우리나라의 교통안전 수준이 높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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