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d 건강칼럼

최지욱 교수(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최지욱 교수(가톨릭대학교 대전성모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우울증에는 표면적인 이유가 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다. 의지가 약한 사람이 걸리는 것도 아니다. 우울 상태는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 속에 혼자 있는 것과 같다.

◇뜻대로 되지 않아 더 답답하고 힘든 우울증
진료실로 들어오는 그녀는 정신건강의학과를 찾기까지 수없이 망설이고 고민했음을 한눈으로도 알아차릴 수 있을 만큼 얼굴에 수심이 역력했다.

막상 무슨 말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하는 눈치였지만 느닷없이 눈시울을 붉혔다. 남들이 들으면 아무도 이해하지 못할 거라며 첫마디를 꺼낸 그녀는 평범한 두 아이와 가정적인 남편이 있으며, 직장에서도 인정받는 편이었다.

그런데 몇 달 전부터 툭하면 가슴이 답답하고 두근대고, 익숙한 회사업무인데도 집중이 잘되지 않고, 긴장과 부담이 커져만 갔다. 전과 달리 사람들이 하는 말도 괜히 마음에 걸려 모임이나 대화도 피하게 되고, 짬짬이 즐겼던 드라마나 쇼핑도 흥미를 잃었다.

또한 출근 시간이 다가오는 것이 점차 무서워졌고, 아이들에게 소리를 질러대며 혼내거나 남편에게 감정 폭발을 하는 일이 잦아졌다. 툭하면 눈물만 나고, 피곤한데도 도무지 잠이 오지 않고, 집안일도 귀찮고 할 엄두가 나지 않았다. 직장을 그만둘 수도 없고 이래서는 안 되겠다 수없이 다짐을 반복해 보지만, 자괴감과 무능감만 더 커질 뿐 주변에 피해만 주고 있는 자신이 암담하기만 했다.

◇조언이나 충고보다, 곁에서 공감해 주는 마음으로
우울증이 시작될 때 가장 무서운 것은 자기비난이다. ‘다 잘될 거야’라는 주변의 무심한 희망의 말이나, 의지를 강하게 가지라는 부담스러운 조언도 자신의 무능함을 더 확인하고 자기비난을 악화시킬 위험이 있다.

수술을 앞둔 환자에게 당장 등산을 권유하지 않는 것처럼, 우울증 환자에게도 그저 곁에 있어 주고, 고통을 공감해 주고, 조심스럽게 전문가의 도움을 받도록 권유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의 의지대로 실천하려면, 우선 우울증을 치료하는 것이 첫 번째 지름길이다.

우울장애는 의지가 약하거나 나약해서 오는 것이 아니다. 우울장애는 우울하고 슬픈 기분, 의욕 저하 등의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지만 이보다 더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다.

1. 잦은 감정 변화와 예민한 기분: 하루에도 여러 번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하며 별 일 아닌데도 갑자기 눈물이 난다. 주위 사람들에게 짜증을 내고 사소한 일에도 자주 화가 난다.
2. 식욕 증가와 과다 수면: 식욕 저하, 불면증이 전형적인 증상이지만 체중 및 식욕의 증가, 과다 수면이 나타나기도 한다.
3. 정신운동성 초조: 불안감 혹은 신경이 곤두서는 등 과도한 긴장감이 있고 안절부절 못하기도 한다.
4. 월경 주기 관련: 월경 시작 1주일 전에 우울, 과민, 긴장, 분노 같은 증상이 생겼다가 월경이 시작되면 점차 증상이 호전된다.
5. 계절성 특징: 우울한 기분이 명백한 스트레스 인자 없이 해마다 특정한 기간에 나타났다가 회복되며 적어도 2년간 같은 양상이 반복된다. 주로 가을 또는 겨울에 시작되어 봄에 회복된다.
이런 증상이 지속되면서 집안일을 하거나 직장 및 사회생활을 하는데 지장을 받는다고 느낀다면 혼자 견디지 말고 정확한 진단 및 치료를 위해 도움을 청하기를 간곡히 권유 드린다. 왜냐하면 우울장애는 적절한 치료를 받으면 좋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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