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ty Column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2017년 12월 발생한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무려 29명이 사망했다. 비상구가 창고처럼 활용되는 등 폐쇄돼 있어, 인명피해가 커졌다. 비상구에 대한 영업주의 인식 부재가 낳은 인재라 할 수 있다.

물론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노력이 없던 것은 아니다. 소방관서에서는 문화 및 집회시설, 위락·운수·숙박시설, 대형마트와 같은 판매시설, 판매·숙박시설이 포함된 복합건축물, 노래연습장 등과 같은 다중이용업소의 소방시설물 실태를 점검하고 있다. 하지만 점검인력 부족 등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이에 소방관서에서는 시민들이 참여하는 소방시설 등에 대한 불법행위 신고 포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시민들이 소방시설의 전원차단 및 방치, 비상구 폐쇄 등과 같은 불법 행위를 발견해 신고하면, 소정의 포상금을 지급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경북소방본부는 지난 2010년부터 ‘소방시설 등 불법행위 신고포상제’를 운영하고 있다. 제도 시행 이후 현재까지 경북에서만 모두 260건의 신고가 접수됐고, 이 중 58건의 신고에 290만원의 포상금이 지급됐다.

접수된 신고 중에는 한 대형마트에서 방화셔터 라인에 라면 상자와 물, 휴지 등 각종 생필품이 무질서하게 놓여 있는 사례도 있었다. 만약 이 마트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방화셔터가 완전히 내려오지 않아 방화구획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화재 확산을 막기 쉽지 않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지역의 한 노래연습장에서는 비상구에 각종 주류와 음료 등을 쌓아두어 적발되기도 하였다.

문제는 시민들의 신고율이 해마다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다.

경북소방본부의 경우 제도 시행 초기인 2011년에는 불법행위 신고가 81건, 2012년 57건이었으나 이후 2020년 18건, 2021년 14건으로 점차 줄어들고 있다. 포상금지급 건수도 최근 4년 동안 단 1건밖에 없었다.

전북소방본부의 상황도 별반 다를 바 없다. 2013년 불법행위 신고건수는 166건, 2015년 192건에 달했으나 2016년에는 75건으로 급격히 감소했다. 포상금 지급건수도 2013년도에는 120건에 달했으나 2020년에는 5건밖에 되지 않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여전히 비상구 폐쇄와 같은 소방시설 등의 불법행위가 다수 적발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소방당국은 소방기본법 등을 위반한 혐의로 경북도내 다중업소 460곳을 대상으로 과태료를 부과하기도 했다.

어떻게 하면 신고포상제를 활성화시켜서 소방시설 등의 불법행위를 줄일 수 있을까? 먼저 소방관서에서는 연간 동일인에게 지급하는 포상금의 최대금액을 늘릴 필요가 있다. 포상금 시행초기에는 현금으로만 지급되었고, 연간 제한금액도 두지 않아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였다.

하지만 포상금을 노린 전문 신고꾼 양산과 업주 간 감시에 따른 불신감 조성 등 역기능이 크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를 개선하고자 1회 포상금은 5만원으로 변동이 없으나 1인당 연간 최대 50만원으로 제한하고 실정이다. 또한 포상방법도 주로 현금으로 지급되다가 상품권이나 소화기세트 등의 물품으로 변경되면서 참여율이 급감한 것으로 보인다. 현금으로 지급하더라도 월 및 연간제한 금액이 생기면서 경제적인 도움이 안 돼 신고포상제는 유명무실해졌다.

그러므로 위와 같은 제한 금액을 없애고 시행초기와 같이 홍보 활동을 적극적으로 펼쳐주었으면 한다. 위의 부작용은 다른 방법으로 그 대안을 찾아서 신고정신이 위축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국민은 어떤 사항이 불법행위인지 잘 알아두고 신고방법을 익혀야 한다. 특히 ‘내 주변의 안전은 내가 지킨다’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평상시 우리들이 무심코 지나쳤던 방화셔터가 내려오는 곳의 물건방치, 방화문 개방, 복도·피난계단 및 피난에 사용되는 출입구에 물건적치, 수신반의 전원을 꺼놓거나 경종이 울리지 않도록 정지시켜 놓는 등 쉽게 눈에 보이는 것부터 현장 사진, 동영상 등 증빙자료를 첨부하여 자신의 주민등록지 상의 소방본부 또는 소방서 홈페이지에 방문하여 신고하면 된다. 이외에도 팩스, 우편 등으로도 신고가 가능하다. 안전에 대한 국민들의 보다 적극적인 관심이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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