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9월 25일 부산 해운대구의 한 건널목에서 친구와 함께 횡단보도 신호를 기다리던 故윤창호 군이 만취상태의 음주운전 차량에 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머리를 크게 다친 윤 군은 의식불명의 상태로 약 45일간 병원에서 사경을 헤매다 결국 세상을 떠났다.

군 전역을 앞둔 젊은 청년의 안타까운 죽음은 음주운전에 대한 전 사회적 경각심을 일깨운 동시에 음주운전에 대한 규제와 처벌을 대폭 강화하는 계기가 됐다.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 유발 시 최대 무기징역에 처하는 ‘제1 윤창호법’,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제2 윤창호법’이 2018년 12월, 2019년 6월 각각 시행된 것이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 법과 제도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많은 이들의 바람대로 도로 위 무법자들은 사라졌을까?

정부에 따르면 최근 3년간(2018~2020년) 총 5만2336건의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발생해 928명이 숨지고 8만6976명이 부상을 당했다. 연도별로는 ▲2018년 1만9381건(사망 346명·부상 3만2952명) ▲2019년 1만5708건(사망 295명·부상 2만5961명) ▲2020년 1만7247건(사망 287명·부상 2만8063명) 등이다. 

윤창호법 시행 직후 음주운전 교통사고 건수가 잠시 주춤했다가 다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올해만 해도 상반기(1~6월) 기준 총 6987건의 음주운전 교통사고가 발생해 80명이 사망하고, 1만1008명이 다쳤다. 코로나19에 따른 거리두기 강화로 술자리가 많이 줄어든 특수한 상황임을 감안했을 때 음주운전 행태가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처럼 도로 위 살인행위와 다름없는 음주운전이 근절되지 않는 원인 중 하나는 습관처럼 음주운전을 하는 이들이 많다는 데 있다. 음주운전 재범률은 약 44%에 달하는 실정이다. 

그렇다면 이러한 상습적인 음주운전을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법은 없을까. 세계 최초로 자동차를 대중화 시킨 나라, 전 세계에서 자동차 보급률이 가장 높은 국가인 미국에서 그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볼 수 있다.

미국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차량만큼 교통난 등 각종 문제로 골머리를 앓았는데, 그 중 대표적인 것이 해마다 1만3000명 이상의 목숨을 앗아가는 음주운전 교통사고 문제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 내 비영리 단체인 ‘음주운전 반대 어머니회(MADD, Mothers Against Drunk Driving)’는 지난 2006년부터 음주운전 근절을 위한 대대적인 안전캠페인을 전개했고, 그 일환으로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시동잠금장치(Ignition Interlocks)의 부착을 의무화하는 제도가 미국 내 모든 주에서 채택될 수 있도록 목소리를 냈다. 

그리고 현재 미국은 대부분의 주에서 공통적으로 상습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시동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하고 있다. 초범, 재범 및 혈중알코올농도(BAC) 기준에 따른 조금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결과 2019년 기준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는 약 19%(2019년 기준) 감소했으며, 2006년부터 12년간 상습 음주운전자가 음주 뒤 운전하려는 시도를 무려 300만회 이상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행인 것은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이러한 제도 도입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다. 

앞서 국민권익위원회는 음주운전 전력이 있는 운전자의 차량에 시동잠금장치 설치를 의무화하는 방안을 경찰청에 권고한 바 있으며, 현재 이를 제도화 하는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계류 중인 상태다.

윤창호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크게 달라지지 않는 현실을 통해 우리는 특단의 조치 없이는 상습 음주운전을 막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일터에서 노동자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위험기계·기구 등에 인터록 장치를 설치하는 것처럼, 이제는 도로 위에도 국민들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한 인터록 장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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