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 분야에 몸을 담고 있는 이들이라면 주목해야 할 유의미한 통계치가 나왔다.

교통경찰업무관리시스템 통계에 따르면 올해 추석 연휴 기간(9월 18~22일) 발생한 교통사고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21.3% 감소한 총 1773건으로 집계됐다. 사망자는 34명에서 26명으로, 부상자도 3663명에서 2330명으로 각각 23.5%, 36.4% 줄었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번 추석 연휴기간에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가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지난 1976년부터 실시한 교통사고 통계 집계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추석 연휴에는 가족, 친족, 친구, 지인 등과의 잦은 술자리로 음주운전에 따른 사망사고 발생 우려가 높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교통안전 분야에서 기록될만한 성과라 할 수 있다.

경찰청은 이 같은 성과가 만들어진 배경으로 집중적인 음주단속 활동을 꼽았다. 고속도로 사고 다발 구간을 밀착 관리한 가운데 음주운전 사망사고 제로화를 주요 과제로 선정해 집중 단속을 펼친 것이 주효했다는 평가다.

그러나 단순히 경찰의 단속 활동만으로 이러한 성과가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라 본다. 보다 근본적인 관점에서 보면 ‘강화된 교통 법규와 제도’, ‘음주운전에 대한 국민들의 높아진 경각심’, ‘빈틈없는 행정력(집중단속)’ 등 3박자가 고루 갖춰졌기 때문에 가능했던 일이다.

실제 과거와 비교했을 때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감소시키기 위한 교통 관련 법규와 제도는 크게 강화됐다. 이른바 ‘윤창호법’, ‘안전속도 5030 제도’가 그 예다. 

또한 음주운전 사망사고 사례가 각종 매스컴 등에서 수시로 보도되면서 음주운전이 곧 살인행위라는 인식도 전 사회적으로 확산돼 국민들의 경각심도 크게 높아졌다. 특히 음주운전 방조자에 대한 처벌도 강화돼 음주 후 운전대를 잡는 친구나 지인, 직장 동료를 적극적으로 말리는 분위기도 조성됐다.

교통안전 분야의 이러한 뿌듯한 성과를 두고 쌍수를 들며 반기고 싶지만, 마냥 기뻐만 할 수는 없는 현실이 안타깝다. 궁극적으로 우리나라가 안전 선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선결돼야 할 과제들이 여전히 많아서다. 그중 가장 시급한 것이 일터에서의 산재 사망사고 문제다. 현재 삶을 영위하기 위해 일터에 나가 사고나 질병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노동자는 하루 평균 6명에 달한다. 

이러한 비극을 되풀이하지 않도록 정부가 법과 제도를 손질하고, 안전보건감독을 강화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여전히 기대만큼의 성과는 나오지 않고 있다. 

현재 감독당국이 지난 7월부터 수 차례 현장점검의 날을 운영하는 등 고위험 사업장에 대한 집중관리를 실시하고 있지만, 기본적인 안전수칙인 3대 안전조치 미비사항이 거듭 지적·적발되고 있는 현실이 이를 여실히 나타낸다.

지난달 28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내년부터 본격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답보상태의 산재 사망사고 추이에 변화의 물꼬를 틀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특히 강화된 법과 제도와 함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있다. 기업 최고경영자, 노동자들의 보다 성숙한 안전의식, 그리고 부실한 안전보건관리 행태에 경종을 울릴 수 있는 지속적인 언론 보도와 국민들의 각별한 관심이다.

이제 산업안전 분야에도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날 차례다. 모두가 합심해 노력한다면 우리의 염원인 산재 사망사고 ‘0’건은 결코 먼 이야기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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