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afety Column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2021년 4월 경북 구미에 있는 쓰레기 매립장에서 화재가 발생했는데, 진화하는 데만 4일이 걸렸다. 쓰레기 매립장에서의 화재는 대부분 심부화재다. 겉으로 불이 보이지 않더라도 쓰레기 더미 아래에 남은 불씨 때문에 굴삭기로 쓰레기 더미를 일일이 걷어내며 소화 작업을 해야 하므로 진화가 쉽지 않다.

쓰레기 매립장 등 폐기물 관련시설의 대부분 화재원인은 자연발화(Spontaneous Ignition)다.

자연발화는 가연물이 공기 또는 산소와 혼합되어 연소범위 내에 있는 상태인 가연성혼합기에 자체적으로 열에너지가 공급되면 외부의 도움을 받지 아니하고 온도가 상승하여 화재로 이어지는 것을 말한다. 다시 말해, 물질 내부의 비교적 느린 발열반응에서 발생한 열이 축적되어 그 물질의 온도가 상승하여 착화에 이르는 현상이다. 이것은 대류에 의한 열 이동이 쉽지 않은 가연성고체에서 나타나기 쉬운 현상이며, 가연성기체 또는 가연성액체에서는 잘 일어나지 않는다.

주로 낮에 태양광선이나 복사열 등에서 얻은 열을 축적하여 야간에 발화하는 경우가 많고, 열의 축적이 장시간에 걸쳐서 진행되기 때문에 사전에 감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그리하여 자연발화에 의한 사고는 원인불명으로 처리되는 경우가 많다.

자연발화를 일으키는 주요 물질은 셀룰로이드, 니트로셀룰로우스 등 니트로화합물, 아세틸렌, 정어리유, 아마인유, 해바라기유 등 건성유, 석탄, 원면, 금속분, 고무분말, 기름걸레, 퇴비, 건초, 먼지, 곡물, 목탄, 활성탄, 액화시안화수소 등이다.

이와 같은 자연발화를 방지하기 위해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제237조)에서 “사업주는 질화면, 알킬알루미늄 등 자연발화의 위험이 있는 물질을 쌓아두는 때에는 위험한 온도로 상승하지 못하도록 화재예방을 위한 조치를 취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에 대한 적절한 대책이 없어 자연발화 방지대책 수립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자연발화 방지대책 수립에 꼭 필요한 사항을 짚어보자.

첫째, 습도가 높은 곳을 피하여야 한다.
건조하게 유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습도, 수분 등이 촉매작용을 하여 발화가 되므로 습도가 높은 곳을 피하여야 한다. 폐기물이 옥외에 저장되어 있다면 비가 맞지 않도록 조치를 취하는 것이 필요하다.

둘째, 저장하는 곳의 온도를 낮추어야 한다.
직사광선을 피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여 저장하는 곳의 온도를 낮추면 열축적 시간이 길어져서 열이 모이는데 시간이 걸리고, 이 열이 공기와 만나 식혀지므로 자연발화가 일어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셋째, 통풍이 잘 되도록 하여야 한다.
통풍이나 환기, 저장방법 등을 고려하여 물질과 물질 사이에 공기의 이동이 용이하도록 하여 공기유통이 잘 되도록 하여야 한다.

마지막으로, 퇴적 시 열이 축적되지 않도록 하여야 한다.
퇴적방법도 중요한 요인 중의 하나이다. 매립쓰레기가 썩으면서 생긴 메탄가스와 열이 만나 자연발화되는 경우가 많이 있다. 쓰레기를 높이 쌓기보단 얇고 넓게 분산하여 보관할 필요가 있다. 높이 쌓을 수밖에 없는 여건인 경우에는 다공성 선반을 층층이 만들어 쌓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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