社 說

“두 번 다시 이런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정운이의 죽음이 촛불이 되어 다른 친구들의 등불이 되면 좋겠다는 바람입니다”

전남 여수의 요트 선착장에서 잠수작업 중 숨진 고(故) 홍정운 군의 아버지가 추모제에서 남긴 말이다.

현장실습을 나간 전남 여수의 한 특성화고 3학년 학생이 물에 빠져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잠수 관련 자격증이 없는 학생이 감독자도 없이 혼자서 요트 바닥에 붙은 따개비 등을 제거하다가 참변을 당했다. 2017년 제주 생수공장에서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이민호군이 숨진 뒤 정부에서 현장실습 제도 개선책을 내놨지만, 4년이 지나서도 위험에 노출된 채 일을 해야 하는 현실은 달라지지 않은 것이다. 어린 학생들이 학습과 훈련이라는 미명 하에 위험한 노동환경에 내몰려 목숨을 잃는 상황을 언제까지 되풀이할 것인가.

현장실습생을 보호하기 위한 규정은 허울만 좋을 뿐 현장에서 전혀 작동하지 않았다. 고용노동부가 사고발생 요트 업체를 대상으로 재해조사 및 산업안전 감독을 실시한 결과, 다수의 위반사항이 적발됐다. 우선 사업주는 홍군이 잠수 관련 자격이나 면허, 경험, 기능을 가지지 못했음에도 요트에 붙은 따개비 제거를 위해 잠수작업을 지시했다. 잠수작업은 산안법상 유해‧위험작업으로 분류되고 있는데, 이 위험한 일을 관련 지식과 경험이 없는 실습생에게 시켰는지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해경에 따르면 홍군은 잠수작업을 하다가 장비를 정비하기 위해 잠시 수면 위로 올라와 산소통 등을 먼저 풀었다. 물속에 가라앉기 위해 무게를 늘리는 용도로 사용하는 납 벨트는 마지막까지 차고 있었는데, 이것이 문제였다. 실제 현장검증에 투입된 해경 잠수부가 홍군이 했던 대로 납 벨트만 남기고 장비를 해체하자 그대로 물속으로 가라앉았다. 잠수작업 전에 잠수기, 압력조절기 및 잠수작업자가 사용하는 잠수기구 등도 점검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상황에서 2인 1조 작업, 감시인 배치 등 작업규정이 지켜졌을 리 만무하다.

2019년 1월 현장실습 참여 기업을 늘리기 위해 규제를 완화했던 것도 이번 사고와 무관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2017년 이민호군 사망사고를 계기로 현장실습생 안전규정을 강화하면서 참여업체가 줄어들자 교육부는 고교생들의 취업기회가 축소된다는 이유로 2019년 규정을 강화한 ‘선도기업’과 완화한 ‘참여기업’으로 관리체계를 이원화했다. 게다가 선도기업을 선정하기 위해 필요한 '사전' 현장실사도 '사후'로 바꾸고, 방문횟수도 네 차례에서 두 차례로 줄였다. 홍군이 현장실습을 나간 업체는 현장실사 없이 학교현장실습운영위원회의 심의만 거치면 되는 ‘참여기업’이었다.

교육부는 고용노동부와 시도교육청 등과 협의를 통해 제도 개선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현장실습 시 사전방문, 산업안전전담관‧학교전담노무사 지정 의무화 등 당장의 재발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할 테지만, 이번 개선안에는 학교에서도 현장실습생에 대한 안전교육을 의무화하는 내용이 꼭 담겼으면 한다. 나아가 유치원, 초등학교 때부터 안전교육을 의무적으로 시행하는 정책이 마련되기를 소망한다.

교육정책은 백년대계라고 한다. 미래의 사회와 나라를 이끌어갈 인재를 기르는 정책이라는 의미다. 어렸을 때부터 교육이 이루어져야 학교에서, 사회에서도 자연스럽게 안전이 생활화될 수 있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 조기안전교육을 받은 이들이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를 잡는다면, 우리나라도 자연스럽게 안전선진국 반열에 오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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