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호 교수(동명대학교)

우리 동네 입구인 아파트 상가 한 켠에는 구두 미화소(구두 닦는 곳)가 전쟁터의 요새보다 더 견고한 모습으로 버티고 있다. 겨울철 눈보라와 여름 태풍에도 끄덕 않는 단단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그곳에는 빛바랜 온갖 도구와 수선재료, 고객들이 맡긴 남녀 구두로 항상 발 디딜 틈이 없다. 우연히 들려서 요새(?)안을 살펴보니 장인의 손 떼 묻은 공구의 다양함에 놀라운 마음이 들었다. 주인과 기술을 배운 동기, 난이도, 수입, 고객특성 등등 이야기를 나누다 몇 가지 교훈을 얻게 됐다. 이 소중한 깨달음을 안전저널 가족에게도 소개하고자 한다.

야윈 얼굴에 깡마른 몸매의 주인은 항상 웃음을 머금고 구두를 수선한다. 분명 하는 일이 만만치 않을 터인데, 그의 얼굴에는 힘든 기색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그래서 직접 지금 하는 일이 힘들지 않으냐고 물었다. 그러자 되돌아오는 답변이 명쾌했다. 하는 일이 너무 즐겁다는 것이다. 그래서 필자는 다시 일이 즐거운 이유를 물었다.

그러자 주인은 몸과 마음이 건강하다보니 하는 일도 너무 즐겁다고 답했다. 그 주인은 한 해도 거르지 않고 정기적인 건강검진으로 건강을 챙긴다고 했다. 또 일을 욕심 부리지 않고 하며 휴일엔 가벼운 나들이로 건강을 유지한다고 했다.

좁은 공간에서 허리도 제대로 펴지 못하고 일할 정도면 분명 귀찮고 피곤할 텐데, 매일 그리고 매주 자신의 건강 스케줄에 따라 항상 건강을 챙긴다는 말을 들으니 산업현장의 안전을 생각하는 필자는 큰 깨달음을 얻게 됐다.

산업현장의 안전도 결국 근로자의 건강을 지키는 것이다. 이 안전은 각종 안전수칙을 준수하는데서 출발한다는 것은 어느 누구든 부인할 수 없다. 안전수칙을 거부하거나 게을리 해서는 안되는 것이 나의 일터와 나 자신을 지키는 첩경인 것이다.

하지만 산업현장의 현실은 어떠한가. 귀찮다고 안전모와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고, 피곤하다는 이유로 작업수칙을 지키지 않은 채 빠른 작업을 하려고만 노력한다. 심지어 동료 근로자를 위험에 처하게 할 가능성이 있는데도 위의 행동을 서슴지 않고 행하고 있다.

동료와 나 자신의 신체와 생명을 소중히 하는 간절한 마음을 가지고, 규칙적이고 반복적으로 위해잠재요소에 대한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작업안전 수칙을 철저히 실천 하는 것이 근로자들의 가장 큰 덕목이요, 선진산업국가 국민의 자질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산업현장에서 안전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뜻하지 않은 크고 작은 사고들은 기업의 이미지를 단번에 추락시키고 개인의 삶을 파국으로 몰고 간다. 기업은 각종 시스템을 총 점검하고 직원을 소중히 여기는 마음을 가져야 하며, 근로자들 개개인은 자신의 건강을 챙겨 집중력을 높이고 사고를 예방하는 노력을 펼쳐야 한다. 이것이 후기 산업사회를 사는 현대인들의 바람직한 모습일 것이다.

만약 위의 구두집 주인이 건강유지를 등한시했다면, 좁은 공간 속에서 근골격계 등의 여러 질환이 발생했을 것이고, 심한 스트레스로 정상적인 작업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또 이로 인해 장사의 기본 덕목인 웃음을 잃으면서 손님들도 하나둘씩 떠나다가 결국 구두집의 문을 닫게 되는 상황에 이르게 됐을 것이다.

귀찮고 피곤해도 자신의 건강은 자기가 챙기는 모습, 그리고 이를 통해 즐겁게 일하는 그의 모습은 우리나라 산업현장의 근로자들이 본받아야할 덕목이 아닌가 싶다.

학교로 출강하는 길 고속도로 전광판에 놀라운 숫자가 나타났다. ‘빗길 교통사고 사망자 매년 560명, 갓길 교통사고 사망자 매년 30명’이라는 경고 문구다. 참으로 놀라운 현실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운전대를 잡은 손에 힘을 주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그리고 빗길 감속운전과 안전수칙 준수를 마음속에 다시 한 번 새겨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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