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칼럼

이준원 숭실대학교 안전융합대학원 교수
이준원 숭실대학교 안전융합대학원 교수

‘안전제일, 품질제이, 생산제삼’

지금부터 약 115년 전인 1906년 미국 철강회사 U.S. Steel의 게리(E.H.Gary) 회장이 실천한 회사의 경영방침이다. 오늘날 우리 모두가 잘 알고 있는 안전제일(Safety First)이라는 구호가 바로 여기서 나온 것이다.

게리 회장이 취임할 당시 회사의 경영방침은 ‘생산제일, 품질제이, 안전제삼’이었다. 경영의 후순위로 밀린 안전은 등한시 될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수많은 재해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게리 회장은 회사의 경영방침을 ‘안전제일, 품질제이, 생산제삼’으로 변경했다. 그 효과는 기대한 것 이상이었다. 중대재해가 절반(43.2%) 가까이 감소한 것은 물론, 품질과 생산성이 모두 향상된 것이다.

이렇게 좋은 선례가 있지만 여전히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안전제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제대로 실천하고 있는 기업이 얼마 되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내년 1월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는 중대재해처벌법에 관심이 집중될 수밖에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면서 국민들은 기업 경영자들이 안전 리더십을 바탕으로 실질적인 재해예방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적극 투자하는 등 안전을 제일로 여기는 문화가 산업현장에 자리 잡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최근 기업들의 행보를 보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와는 사뭇 다른 듯하다. 법 시행까지 불과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바빠진 곳이 대형 법무법인과 로펌이라고 한다. 많은 사업장에서 이들을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겠지만, 주목적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노력보다는 중대재해 발생 시 처벌을 줄이거나 피할 수 있는 방안을 찾기 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기업들이 처벌에 대한 두려움을 느끼는 것도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현 시점에서는 처벌을 피하기 위한 방법보다는 법의 취지를 이해하고 법을 지키기 위한 실천방안을 마련하는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한 자동차그룹 회장은 사장단 회의에서 “현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여러분의 자식처럼 생각해라. 여러분의 자식이 회사에 와서 일을 하다 다치고 죽는다면 여러분은 자식을 회사에 보내겠는가? 사람이 먼저다. 안전이 최우선이다. 사망사고 발생 우려가 있는 유해위험한 공정과 설비는 예산이 얼마가 들더라도 자동화를 하거나 로봇 등을 투입하여 절대 사망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개선을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구슬이 서 말이어도 꿰어야 보배라는 말이 있다. 아무리 좋은 것을 가지고 있더라도 활용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뜻이다. 중대재해를 막기 위해 법과 제도를 아무리 강화해도 현장에서 제대로 실천하지 않는다면 구슬에 지나지 않을 뿐 결코 보배가 될 수는 없다.

안전제일은 역사가 증명하는 기업 성장과 발전의 비법이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을 계기로 우리나라 모든 사업주가 안전제일의 경영을 실천하여 안전한 대한민국이 하루빨리 구현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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