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실련, ‘산재예방 예산 및 대안마련 전문가 정책 세미나’ 개최
산재예방을 위한 정부의 일반회계 지원 비율 및 금액 확대 절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9일 서울 여의도 소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중소사업장 산재절감 혁신방안'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은 세미나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은 9일 서울 여의도 소재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중소사업장 산재절감 혁신방안'을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은 세미나에 참석한 주요 관계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우리나라 산업안전 분야의 주요 현안 중 하나로 손꼽히는 중소 사업장에서의 고질적인 산업재해 문제 해결을 위해 노‧사‧민‧정‧학이 머리를 맞댔다.

안전생활실천시민연합(이하 안실련)은 9일 서울 여의도에 소재한 한국노총 대회의실에서 ‘중소사업장 산재절감 혁신방안’이란 주제로 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주최자인 권영세 국회 환노위 의원(국민의힘)을 비롯해 정재희 안실련 공동대표, 최미영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장 등 안전유관기관 주요 인사들이 참여했다.

세미나는 이준원 교수(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의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중소 사업장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대책 및 예산 확대 방안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를 위한 토론이 진행됐다.

토론에서는 정혜선 회장(한국안전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이 좌장을 맡았으며, 김광일 산업안전보건본부장(한국노총), 임우택 산업안전보건본부장(한국경총), 김창도 사업총괄이사(대한산업안전협회), 김홍갑 사업총괄이사(대한산업보건협회), 백종배 한국교통대 교수(한국안전학회), 손필훈 산업안전보건정책과장(고용노동부), 원선재 고용환경 사무관(기획재정부) 등 노‧사‧민‧정‧학계의 안전분야 관계자들이 토론자로 참여했다.

권영세 의원은 개회사를 통해 “2021년 국내 산업재해 사망자 중 5인 미만 사업장이 24.2%, 5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63.2%를 기록하는 등 안전관리 역량이 부족한 중소 사업장에서의 산업재해가 심각한 수준”이라며 “오늘 세미나를 통해 산업안전 정책과 제도의 문제점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각계 전문가들의 폭넓은 의견이 개진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재희 안실련 공동대표는 환영사에서 “현재의 재해예방대책은 전시성이고 여론무마용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국가 예산을 적정하게 투입하는 것이 바로 헌법에 명시된 국가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최미영 한국노총 상임부위원장은 "오늘 세미나를 통해 산재예방을 위한 정부의 예산이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합의한 바와 같이 확대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은 축사를 통해 “그동안 우리 협회는 정부의 산재예방 정책에 부응해 중소 사업장 경영자를 대상으로 무상안전교육 등을 실시하고 있지만 전국적으로 수많은 사업장 수와, 소요 인력 및 비용 등 재정 요인을 고려할 때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부디 이 자리를 계기로 안전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중소 사업장에서의 산재 감소를 위한 실효성 높은 해법이 도출될 수 있도록 고견과 지혜를 모아 주시길 당부 드린다”고 말했다.

덧붙여 “우리 협회도 중소사업장에서의 산업재해가 지속 감소될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에 나설 것을 굳게 약속 드린다”고 밝혔다.

 

이준원 교수(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이준원 교수(숭실대 안전융합대학원)

◇산재예방 위한 정부의 지원 확대 절실
일반적으로 중소 사업장은 자본과 인력이 풍부한 대기업과는 달리 부족한 재정과 인력 등으로 인해 안전관리가 상대적으로 취약할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이날 토론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정부의 예산 지원 확대가 절실하다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먼저 이준원 교수는 주제발표를 통해 “2020년 정부의 산재예방 예산의 99%는 사업주들이 부담하는 산업재해보험료로만 구성돼 있고, 정부의 일반회계전입금은 단 0.22%에 불과하다”며 “정부의 산재예방 일반회계 확대 지원을 위한 방안으로 산업재해보상보험법을 일부 개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제95조의 3항은 “정부가 산업재해 예방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회계연도마다 기금지출예산 총액의 ‘100분의 3의 범위’에서 제2항에 따른 정부의 출연금으로 세출예산에 계상하여야 한다”라고 되어 있는데 이를 ‘100분의 3이상’으로 개정해야 한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아울러 이 교수는 “중소 사업장에서의 고질적인 산업재해를 감소하려면 예산 확대 뿐 아니라 산재예방 패러다임의 전환도 이뤄져야 한다”라며 구체적으로 ▲설비안전화(Step1) ▲시스템안전화(Step2) ▲안전문화(Step3) 등의 순차적인 단계를 제시했다.

백종배 한국 교통대 교수(한국안전학회)는 중소 사업장의 산재예방을 위해서는 이들을 위한 전문인력 채용 등 실질적인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백 교수는 “중소기업중앙회 등에 따르면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싶어도 안전을 이해하고, 이행할 수 있는 직원이 전무한 상황”이라며 “안전관리 전문 인력 지원 등 실질적인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백 교수는 “고용 분야의 경우 채용 시 일부 예산을 지원하는 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안전 분야에서도 영세 사업장들이 우수한 안전 전문인력을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왼쪽), 임우택 한국경총 산업안전본부장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왼쪽), 임우택 한국경총 산업안전본부장

◇노총‧경총 “노사정 합의내용 조속히 이행돼야”
노동계와 경영계는 지난 2006년 산재보험 제도개선에 대한 노사정 합의 내용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광일 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지난 2006년 12월 13일 노사정 합의를 통해 산재예방 사업에 대한 국고지원 규모는 기금 지출예산 총액의 3%를 목표로 연차적, 단계적으로 확대키로 했는데 전혀 이행 되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난 2008년에도 경사위에서 합의 내용 이행을 촉구했고, 지난해에도 노사정 합의를 통해 2006년 2008년 합의내용에 대한 이행을 지속 요청했지만 변화가 없다”라며 “이처럼 이행되지 않을 합의라면 노동계가 나서서 합의할 필요성이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임우택 한국경영자총협회 안전보건본부장은 “경총에서 최근 기업들을 대상으로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경영책임자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법 시행일까지 준수 가능한지 여부’를 묻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기업의 66.5%가 ‘어렵다’고 답했다. 주된 원인으로 안전비용 확보 문제”가 꼽혔다며 기업들이 겪는 현실적인 문제를 전했다.

임 본부장은 “정부가 산업안전보건본부를 출범하는 등 외형적인 노력은 기울이고 있지만 산재예방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이뤄지고 있는지, 특히 노사정 합의 내용도 이행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창도 대한산업안전협회 사업총괄이사(왼쪽), 김홍갑 대한산업보건협회 사업총괄이사
김창도 대한산업안전협회 사업총괄이사(왼쪽), 김홍갑 대한산업보건협회 사업총괄이사

◇안전사각지대 해소 위해 안전‧보건관리자 선임기준 강화돼야
중소사업장에 대한 체계적인 안전보건관리를 위해서는 안전보건담당자 선임기준 강화 등 구조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김창도 대한산업안전협회 사업총괄이사는 “과거 정부가 기업의 비용부담 경감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안전관리자의 의무고용 인원 기준을 ‘30인 이상의 사업장’에서 ‘50인 이상의 사업장’으로 완화하면서 소규모 사업장에서의 안전관리가 크게 취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김 이사는 “가장 큰 문제는 최근 개정 기업규제완화법,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으로 우수한 안전 인력이 대기업으로 쏠리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영세 소규모 사업장을 위한 안전 전문 인력을 구하기 어렵고, 특히 이들을 위한 국고지원 사업의 경우 일시적인 지원에 불과해 일선에서는 물량을 해소하는 데에도 벅찬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홍갑 대한산업보건협회 사업총괄이사는 “지난해 전체 산재 사망자 수 가운데 질병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1180명에 달하고, 이 가운데 34% 가량이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했다”라며 “중대재해처벌법에서 열사병 등 24개 질병을 직업성 질병으로 규정한 만큼 향후 다양한 화학물질에 대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영세 사업장에서는 인력 변동이 극심해 이러한 전문적인 관리가 실질적으로 어렵다”라며 “보건관리자 선임기준 강화 등을 비롯해 직업병 유소견자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를 위해 작업환경측정, 근로자건강검진 등을 위한 정부의 예산 지원이 확대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필훈 고용부 산업안전보건정책과장(왼쪽), 원선재 기획재정부 고용환경 사무관
손필훈 고용부 산업안전보건정책과장(왼쪽), 원선재 기획재정부 고용환경 사무관

◇정부, 산재예방 위한 노사정 거버넌스체계 마련 준비 中
정부는 중소사업장에서의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예산 확대 등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손필훈 고용부 산업안전보건정책과 과장은 “정부가 추진해온 산재 사망사고 절반 감축이 목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특히 경사노위 합의 내용이 이행되지 못하고 있는 점에 대해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손 과장은 “산재예방 사업이 단기간에 성과를 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장기적으로 진행돼야 하는 부분인 만큼 필요한 기반들을 차근 차근 다져나가고 있다. 특히 산재예방 사업의 전체 규모를 확대하는 것 뿐 아니라 확대된 사업을 효과적으로 관리해 나갈 수 있는 체계를 갖춰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정부는 산업재해 예방을 위한 노사정 거버넌스체계 마련을 준비 중에 있다”라며 “예산 확대 부분도 유관부처와 협력하는 등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원선재 기획재정부 고용환경 사무관은 “우리부처에서는 산재예방의 중요성과 문제 해결의 필요성에 대해 깊이 인지하고 공감하고 있다”라며 “산재예방 분야 예산의 경우 0.3조원에서 1조원까지 굉장히 빠른 시간에 늘어났다”고 강조했다.

원 사무관은 “하지만 일반회계 지출의 경우 국가의 채무 등을 고려할 때 재정 재원배분의 효율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이라며 고충을 토로했다.

끝으로 정혜선 한국보건안전단체총연합회장은 “현재 기금 지출 총액의 3%를 목표로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으며, 심지어 현재 0.22%에 불과하다. 이것이 수년 째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지고 있는 배경”이라고 강조하며, “국가 채무 등 재정상황을 고려했을 때 일반회계 전체로 보면 어려운 일이지만 그에 따른 예방효과가 다른 일반회계 예산을 감소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예산 확대를 위한 정부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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