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대수 의원 ‘중대재해처벌법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 정책 토론회 개최
경총 “모호성 해소하고 구체적 이행 지침 마련 시급”
고용부 “처벌 받는 것을 두려워 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박대수 의원(국민의 힘 노동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안전 분야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박대수 의원(국민의 힘 노동위원장)은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은 토론회에 참석한 각계 안전 분야 주요 인사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중대재해처벌법)’의 본격적인 시행이 60여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이에 따른 일선 현장에서의 애로사항과 문제점 등을 진단해 보고, 법의 원활한 현장 안착방안을 모색해 보기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박대수 의원은 지난 22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중대재해처벌법 어떻게 안착시킬 것인가’를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주최자인 박대수 의원(국민의힘 노동위원장)을 비롯해 김도읍 의원(국민의힘 정책위원회 의장), 박대출 의원(국회 환노위 위원장), 임이자 의원(국민의힘 환노위 간사), 박화진 차관(고용노동부), 박종선 회장(대한산업안전협회), 백헌기 회장(대한산업보건협회) 등 각계 안전 분야 주요 인사들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

이날 정책 토론회는 권혁 교수(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와 최진원 변호사(법무법인 태평양 중대재해대응본부)의 주제발표를 시작으로 중대재해처벌법 현장 안착방안에 대한 심층적인 논의가 진행됐다.

토론은 임무송 교수(서강대학교 경제대학원)가 좌장을 맡았으며, 강검윤 과장(고용부 중대산업재해감독과), 김광일 본부장(한국노총 산업안전보건본부), 임우택 본부장(한국경총 안전보건본부), 김태국 본부장(대한산업안전협회 안전지원본부), 권순원 교수(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과), 강성규 교수(가천대학교 의과대학) 등 노‧사‧민‧정‧학 안전보건분야 전문가들이 참여했다.

박대수 의원은 환영사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르면 경영책임자가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모르고 있어야 처벌을 면할 수 있다는 모순적인 측면이 있고, 기업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산재예방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전문가조차 분명한 답을 내리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오늘 토론회를 통해 중대재해처벌법의 구조적 문제점과 쟁점, 실무상의 문제점, 향후 보완입법 방향 등에 관해 심도있게 논의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화진 고용부 차관은 축사에서 “이 법의 궁극적인 목적은 산업재해와 사망사고를 줄이는데 있다”라며 “처벌보다는 사망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안전보건관리체제를 갖추는데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기업에서는 안전을 경영의 중요한 가치로 포함시키고 현장에서 안전한 작업이 이뤄질 수 있도록 경영자가 배려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박종선 대한산업안전협회장은 “당장 내년부터 시행되는 중대법을 앞두고 일선 현장에서 막연한 두려움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다만 가장 큰 문제는 법 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산재 사고사망자의 80% 이상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에서 법의 당초 취지인 중대재해 예방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이들에 대한 지원과 대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수사의 과잉 등으로 인한 사회적 분쟁 빈발 우려
중대재해처벌법은 지난 9월 28일 시행령 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하위법령 제정 작업은 사실상 마무리 됐다. 하지만 경영책임자의 의무 등이 여전히 모호해 기업들 사이에서는 어떻게 준비할지 모르겠다는 불만 섞인 목소리가 거듭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주제발표에 나선 권혁 교수는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법 제정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모호한 개념과 의무 등으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다.

먼저 권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은 만든 의도는 좋았지만 예방이 아니라 처벌법 형식을 취하고 있어 많은 논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조치 확보 의무를 규정하고 있음에도, 의무 불이행에 따른 처벌을 가하는 것이 아니라 중대재해가 발생했을 때에만 처벌하는 구조로 만들어져 있어, 기업 입장에서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권 교수는 “엄정한 형사처벌을 규정해 놓은 이상 그 구성요건은 구체적이야 함에도 그렇지 못하다”면서 “이에 따라 수사의 과잉으로 인한 사회적 분쟁이 빈발할 우려가 높고 특히 경영자 리스크가 큰 중소기업의 경우 결과적으로 무죄 판결을 받게 되는 것과는 별개로 그 과정에서의 심각한 피해 등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권 교수는 “궁극적으로, 처벌을 목적으로 한다는 메시지가 전달되서는 안된다”라고 밝혔다.

권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기 위해 ▲결과책임주의에서 벗어나, 과정책임주의(예방법체계) 채택 ▲모호한 개념의 명확한 재정비 ▲타법과의 관계에서 체계적 연계성 구축 등을 제언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이 최소한의 안전틀 역할을 충실히 해내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준비 정도를 점검하고 보완하는데 중점을 두고 법이 집행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최진원 변호사는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 예방을 위한 법임을 천명하면서도 안전보건 확보의무 위반 자체에 대해서는 제재가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이로 인해 실제 중대재해가 발생해 수사와 재판을 받기 전까지 경영책임자나 기업 입장에서는 자신들이 제대로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고 있는지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 받을 수가 없어 불안함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최 변호사는 “기업들이 예측 가능성을 갖고 해당지침에 따라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면서 “현실적으로 보완입법이 이루어지기 어렵다면 실제 수사를 담당할 고용노동부와 경찰, 검찰 등 유관기관에서 법령상 의무 이행을 위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나 수사 지침을 만들어 배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덧붙여 “그래야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처벌이 아닌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목적에서 도입된 법이라는 설득력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임우택 본부장(한국경총)은 중대재해처벌법 입법보완의 필요성에 대해 거듭 주장했다.

임 본부장은 “정부가 중대재해처벌법 해설서를 배포했지만, 여전히 사업장에서 만족할만한 기준이나 지침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하다”며 “당장 법이 적용되는 대기업들의 경우 모호한 점을 감수하고 법에서 규정한 수준 이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중견‧중소 사업장의 경우 애로사항이 많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임 본부장은 “특히 처벌 위주로 법이 제정돼 아쉬움이 있다”면서 “로펌 등 법률시장만 커지고, 우리사회에서 사고 예방을 위한 안전관리 기법이나 예방 중심의 논의는 실질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처벌이 아닌 예방 중심의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임 본부장은 “죄형법정주의와 책임주의 원칙에 기반해 입법 보완이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하며, “우선적으로 경영책임자 면책 기준, 도급용역 위탁 관련해 모호한 부분에 대한 보완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막연한 공포심 가질 필요 없어…50인 미만 사업장 골든타임 2년 남아
이날 토론회에서는 법 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는 의견도 거듭 제기됐다.

먼저 김광일 본부장(한국노총)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된 배경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산업재해 및 산재사고사망자 수가 줄어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며 “최근에도 사고성 재해가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강조했다.

이어서 김 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했다고 무조건 처벌받는 것이 아니라 경영책임자 등의 안전보건확보 의무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에만 발동된다. 한국노총에서 파악한 바로는 수사 대상 기업은 400곳, 기소되는 곳도 미비함으로 기업들이 막연한 공포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업들은 처벌에 중점을 두지 말고 중대재해를 어떻게 하면 예방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집중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김 본부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정부 지원이 시급하다고도 주장했다.

김 본부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은 우리나라 전체 사업장의 98%에 달하는데 지금부터 불과 2년의 골든타임이 남아 있다”며 “정부가 안전보건관리체제 구축 가이드북을 배포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지만 일선 현장에서는 불충분하고, 이렇게 시간이 흐른다면 이들 사업장은 중대재해처벌법에 무방비 상태라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김 본부장은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안전보건관리자 선임 의무가 없어 현 상태에서 자율적으로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 지금부터라도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김태국 본부장(대한산업안전협회)도 “중대재해처벌법과 관련해 일선 사업장에서 관련 내용을 문의하는 전화가 쇄도하는 등 많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들은 안전진단 등을 통해 선제적인 시스템 개선에 노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본부장은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법 적용이 유예된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한 지원”이라며 “이들의 경우 현재 무방비 상태에 있다고 봐도 된다”고 밝혔다.

덧붙여 “정부에서 이들을 위해 추진하는 국고지원 사업의 경우 단기간에 실시된다는 점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사업장 자율안전관리체계 구축은 실질적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안전경영 유인요건 마련하고, 사고성 재해뿐 아니라 질병관리에도 관심 가져야
중대재해처벌법 현장 안착을 위해서는 안전경영 활성화를 위한 유인요건을 마련하고, 질병재해 관리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권순원 교수(숙명여대 경영학과)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받으면 기업 존속이 위태로운 만큼 이들 기업들을 위한 표준매뉴얼 구축, 공동 교육시스템 구축 등에 서둘러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최저가 입찰제가 아직도 만연한 상황에서 하도급 업체에서의 사고를 근본적으로 예방하기 어렵다”며 “조달사업이나 대형 계약 사업의 경우 사업자 선정 시 노동기본권, 재해위험관리 등을 입찰 결정 요소에 포함하는 것이 해결 방안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강성규 교수(가천대 의과대학)는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산업현장에서 사고 사망자는 800명대, 질병 사망자는 1200명이고, 독일의 경우 사고 사망자 300명, 2300명 정도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했을 때 작업환경에 관심을 갖지 않으면 미래에 큰 부담으로 다가 올 수 있는 만큼 질병관리에도 각별한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용부 “사업장 위험요인 파악‧발굴‧개선이 중대재해처벌법 준비의 첫 걸음”
경영책임자의 개념과 의무 등의 모호성 등에 대한 거듭된 지적에 대해 고용부도 입장을 밝혔다.

강검윤 과장(고용부)은 “일선 사업장에서 중대재해처벌법이 모호해서 어떻게 이행할지 모른다는 문의가 많이 오고 있다”면서 “이는 역설적으로 그동안 기업이 안전에 대해서 얼마나 거리를 두고 있었는 지에 대한 방증”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 과장은 “중대재해처벌법 대응을 위해 기업들이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사업장에서 일어난 재해, 동종업계에서 발생한 사고 사례 등을 파악해 자체 사업장에서의 위험요인을 발굴하고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 개선방안을 마련하는 것”이라며 “처벌을 받는 것에 대해 두려워하기 보다 어떻게 하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을까에 더 많은 시간과 고민을 투자한다면 처벌 받을 일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수사과잉에 대한 사회적 분쟁 우려에 대한 고용부의 방침도 밝혔다.

강 과장은 “현재 고용부 근로감독관들이 기존 산업재해 사례를 중심으로 모의수사 연습을 하고 있고, 산안법 중심에서 탈피해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제기되는 부실수사, 과잉수사 우려를 해소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끝으로 강 과장은 “우려하시는 영세사업장에 대해서는 근로감독관 등을 통한 컨설팅 지원에 나서는 등 문제 해결에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여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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