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한국인이 가장 존경하고 신뢰하는 직업 1위 소방관. 국민의 생명과 재산, 각종 재난과 재해로부터 안전을 지켜주는 그들을 우리는 ‘국민의 영웅’이라고까지 부른다.

하지만 각종 재난과 재해 현장의 일선에서 활약하는 이들의 이면에 말 못할 고충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드물다. 대표적인 것이 'PTSD(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다.

소방대원들은 매일같이 사고현장에 출동한다. 그렇다보니 일반인들이 겪을 수 없는 참혹한 현장을 자주 접하게 된다. 재해자가 어떤 물건에 깔리는 경우를 본다거나, 물놀이철 익사사고, 산업현장에서의 추락사, 질식사, 오토바이나 트럭 등의 교통사고 현장 등 다양한 사고현장을 직접 목격하는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동고동락했던 동료의 죽음, 주취자의 구급대원 폭행, 늘어나는 소방관의 손해배상 사건 등 이런 여러 가지 정신적인 스트레스에 시달리다 보니 많은 소방대원들이 PTSD를 겪고 있다.

화재현장이나 구조, 구급상황이 발생할 때 가장 먼저 신고하는 곳이 119다. 참혹한 사고 현장이나 코로나19 현장 등, 국민의 생명과 안전이 직결되는 곳은 어디든 가장 먼저 출동하는 이들이 소방대원이다. 그러나 소방대원도 우리와 똑같은 인간이기 때문에 이런 현장 자체가 견디기 쉽지 않을 때가 많다.

소방관서에서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매년 정기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서 PTSD 증상이 있다고 판단되는 소방대원을 대상으로 1년에 수 차례 힐링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고 있다. 그런데 이 프로그램을 전체 소방대원이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고 일반적으로 약 10%정도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앞으로는 참여인원을 보다 많이 늘려서 가능한 한 전체 소방대원들이 PTSD를 극복할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마련되었으면 한다.

또한 공무상으로 인해 PTSD가 발생됐다고 하면 소방관서에서 치료까지도 모두 해주지만 공무상 발생했다는 증빙은 소방관이 해야하는 문제가 있다. 또한 치료 후 비용청구과정이 복잡해서 사비로 치료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증빙절차 및 비용청구과정을 간소화해서 소방대원이 본인의 업무에만 충실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2021년 현재 우리나라 소방공무원은 약 6만3천여명 정도로 추산된다. 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이 중에서 약 10% 이상이 PTSD를 경험했다고 답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PTSD를 겪는 소방관들이 적절한 시기에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급자에게 자신의 있는 그대로의 상태를 말을 하면 상급자는 “다 똑같은 일을 하는데 왜 너만 힘들다고 하느냐”라는 말이 돌아오기도 하고 ‘정신력이 약한 사람’이라는 시선을 받을까 봐 자신의 현재 상태를 그대로 알리기가 쉽지 않다고 말한다. 그리고 인사상 불이익까지 걱정해야하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더더욱 그렇다.

어떤 소방관은 “많은 소방관들이 본인이 응급환자가 돼 가는지도 모른 채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게 아닌지 걱정스럽다” 라고 말하기도 하고, 우물에서 구조했던 시신의 모습이 계속 생각난다던지 술을 마시지 않으면 잠을 제대로 잠을 잘 수 없다던지 하는 일들을 계속 겪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소방대원은 PTSD에 취약한 직무에 종사하기 때문에 소방공무원 채용 시에 인성검사를 실시해서 소방관 직무에 적합한지 여부를 판단하기도 하지만 참혹한 사고현장을 목격한 경우에는 어떤 사람이라도 PTSD에 노출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소방대원이 PTSD에 노출되지 않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해서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도와줄 필요가 있다.

그러면 PTSD로 소방대원들이 겪는 고통을 우리 사회가 어떻게 해소해 줄 수 있을까. 이러한 고통에서 소방대원들이 벗어나 강인한 몸과 건강한 정신으로 국민의 안전을 지킬 수 있도록 필요한 경우에는 ‘안식년’을 보장해주는 방법도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일정 기간 열심히 일한 소방대원에게는 충분한 휴식을 통해 재충전의 기회를 주자는 말이다.

우리 시민들의 역할도 중요하다. 많은 소방대원들이 구조현장에서 시민들의 폭행으로 인해 PTSD를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 이제는 시민들도 올바른 인식과 도덕성을 가지고 구급대원을 대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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