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광수의 마음 돋보기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문광수 교수(중앙대 심리학과)

최근 많은 기업들이 사고 예방을 위해 위험성 평가, 안전 건의, 아차사고 보고, 현장 안전 관찰, 현장 개선, 자체 점검/진단, 안전의 날 등 다양한 안전관리 활동들을 하고 있다. 이러한 활동을 하는 데 있어 무엇보다 현장 작업자들의 안전에 대한 관심과 참여 그리고 협조가 중요하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다양한 안전활동을 이끌어가는 안전 팀/부서 직원들과 현장 작업자들 간에 갈등이 커지는 사례들이 발생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현장 직원들이 안전 팀 직원들이 권위적이라고 생각하거나 비밀경찰, 과거 시대의 순사 같다고 인식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과 인식들은 안전 팀 직원들이 현장 직원들이나 협력업체 직원들의 불안전 행동 단속, 안전 위반 금지를 위한 지적/확인을 하는 과정 중에 발생한다. 특히 불안전한 작업 상태나 불안전 행동에 대해 사진을 찍고 이를 바탕으로 징계나 벌점과 같은 처벌이 주어질 때 더욱더 안전 팀 직원들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증가한다.

한 회사의 경우, 산업안전보건위원회 회의를 할 때 협력회사 별로 찍힌 사진을 보여주고, 뭐가 잘못되었는지 확인하고 개선할 것을 요청하는 것이 주요 회의 내용이었다. 그리고 협력업체 직원들이 3회 이상 사진이 찍히면 업체 관리 감독자나 소장이 경위서와 개선안(일종의 반성문)을 작성해야 하는 경우도 있었다. 이러한 부정적인 방식의 상호작용은 부작용이 많다. 개선을 하지 않은 경우 혹은 작업 시간이 촉박하여 개선을 못할 경우 더욱더 처벌적인 방식을 사용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에 대해 현장 직원들과 협력사 직원들은 더 저항하는 모습을 보일 수도 있다.

물론 안전 팀 직원들의 사진 촬영이나 지적/확인하는 행동은 불안전한 상태나 불안전한 행동을 확인하고 이를 개선시키기 위한 것으로, 어찌 보면 안전 팀의 책임이자 주요 업무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회의에 참석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까? 직원들의 잘못된 점을 지적만하고 처벌적인 방식으로 관리하는 사람에게 협력을 할까? 아마 회의에 참석하더라도 말을 하지 않거나, 협력을 하더라도 최소한으로만 할 가능성이 높다.

안전 팀 직원들의 안전 관리의 핵심이 무엇인지에 대해 되돌아 볼 필요가 있고, 안전 행동을 관리하는 방식이 적절한지 평가해볼 필요가 있다. 안전 팀 직원들의 안전관리 핵심은 현장이 더욱 안전할 수 있도록 도움(Help)을 제공하는 것으로 필요한 자원을 지원(Resource)하고, 어떻게 하면 더 편하게 그리고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을지를 분석(Analyze)하는 것이다. 그리고 직원들이 안전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자발적이고 안전관리 활동에 참여하도록 동기부여하고 촉진하는 것이다. 이러한 핵심을 알고 있다면 현장 직원들과 협력업체 직원들을 어떤 태도로 대할지에 대한 답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회사의 모든 구성원은 상호 의존적이다. 같은 공정이나 부서, 팀이 아니더라도 누군가에게 사고가 발생하면 직간접적으로 모든 구성원들이 영향을 받는다. 그리고 같은 공간에서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함께 지내는 동료들이다. 가족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식구라는 마음으로 그들을 대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태도를 심리학에서는 안전과 건강에 대한 Actively Care라고 한다.

불안전한 상태와 행동을 방관하라는 것이 아니다. 좀 더 부드럽고 효과적인 의사소통 기술을 가지고 불안전 행동이나 상태에 대해서는 왜 개선이 필요한지 그리고 구체적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 지에 대해 지시/명령이 아닌 대화하고 논의를 할 필요가 있다. “잘못되어 있으니 개선하세요”라는 방식보다는 어떤 측면이 불안전한 것인지를 스스로 자각하여 변화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모든 변화에는 저항이 존재한다는 것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10년 동안 해오던 작업 방식이 잘못되었으니 변화가 필요하다고 하면 바로 바꿀 수 있을까? 쉽게 바뀔까? 변화에는 시간이 필요하고 지속적으로 변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할 수 있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고 필요한 자원을 충분히 지원해 줘야 한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