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재해예방기관의 선도적 역할 수행 필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고 눈에 띄는 변화 중 하나는 안전에 대한 기업들, 특히 경영책임자 등의 관심이 크게 높아졌다는 것이다.

안전에 초점을 맞춰 조직을 개편·확대하는가 하면 기업 내 전사적 안전보건관리를 총괄하는 C레벨(Chief)급의 임원이 늘고 있는 것이 두드러지는 특징이다.

산재지표 추이도 고무적이다. 지난해 11월 말 기준 산재 사고사망자는 전년 동기(815명) 대비 25명 줄어든 790명으로 집계됐다. 당초 정부가 감축 목표치로 제시했던 700명대 초반을 넘어 안타깝지만 노력하면 변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처럼 산업현장에 불고 있는 안전 열풍 속에 우리나라도 이제 안전 선진국 반열로 올라설 수 있
다는 기대감도 고조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를 지속 유지해 나가기 위해 앞으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하고 준비해 나가야 할까.

주요 안전선진국 중 하나로 손꼽히는 일본, 사고사망만인율이 우리나라의 3분의 1정도 수준인 그곳에서 대표적 민간재해예방기관인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JISHA)를 이끌고 있는 다케고시 토오루 이사장에게 그 비결을 들어봤다.

                                       다케고시 토오루 일본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 이사장
                                       다케고시 토오루 일본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 이사장

Q.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에 대한 소개 부탁드립니다.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Japan Industrial Safety and Health Association, 이하 협회)는 일본 내 기업들의 자율적인 산재예방 활동을 촉진하고 산업계 전반에 안전보건의 증진과 향상을 도모하기 위해 지난 1964년 노동재해방지단체법에 의해 설립된 민간재해예방기관입니다.

도쿄 미나토구에 소재한 중앙회를 비롯해 일본 전역에 13개 지역 본부와 지회, 안전보건 교육·훈련센터, JISHA-ISO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감사·인증 센터 등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요 활동으로는 ▲위험성 평가 및 안전보건경영시스템 구축 지원 ▲안전보건 증진 ▲안전보건교육 훈련 ▲무재해 캠페인 도입 및 운영 지원 ▲안전진단 등 컨설팅 ▲국제협력 ▲중소규모 사업장 안전보건 지원 ▲화학물질 독성 및 안전성 검사 조사 ▲최신 안전 정보 제공 및 관련 간행물 제작·배포 등이 있습니다.

특히 우리 협회는 ‘안전한 작업과 안전한 삶-근로자 모두에게 안전과 건강’이란 경영 이념 하에 지난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일본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체계를 바탕으로 안전 중심의 경영 문화를 일본 산업계 전반에 전파·확산시키는데 선도적인 역할을 한 기관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코로나19 등 다양한 악조건에도 불구하고 ‘제35차 아시아 태평양 국제안전보건기구(APOSHO) 컨퍼런스 및 연차총회’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글로벌 민간재해예방기관으로서의 입지도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Q. 안전보건에 대한 이사장님의 신념 또는 철학이 궁금합니다.
지난 1982년 스미토모 금속공업(現 일본제철)에 입사하며 사회생활의 첫발을 뗐습니다. 40년 가까이 철광업계에 종사해 오며 인사·총무, 경영기획 부문 등 여러 분야에서 업무 경험을 쌓았고, 일터에서 안전의 중요성을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그간의 업무적 역량과 성과, 기업 내 안전 중심의 경영 분위기 조성에 기여한 공로 등을 인정받아 지난해 7월 1일부터 협회 이사장을 맡아 이끌어 오고 있습니다. 여러분들도 익히 아시겠지만 제가 과거 몸 담았던 스미토모 금속공업은 일본 산업현장 안전 분야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킨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힙니다. 대표적으로 제조업·건설업계에서 흔히 사용되고 있는 ‘안전하세요’라는 구호를 꼽을 수 있습니다.

이는 스미토모 금속공업에서 처음 시작된 것으로, ‘안전’을 ‘인사’와 같은 일상적인 문화로 정착시키기 위해 착안된 것입니다. 현재는 일본 산업현장 전반에 안전의 기본이자 시작이 되는 훌륭한 구호로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안전은 일터에서 기본이 되는 가치입니다. 자칫 사소하게 여겨질 수도 있지만 그러한 기본이 소외되고 방치되면 전체가 무너지는 결과가 초래됩니다. 기본이 무너지지 않는 일터 내 분위기를 조성·유지해 나가는 것이 바로 ‘안전’이라 생각합니다.

 

Q. 일본 내 산업재해 현황과 주요 특징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일본 내 산업재해는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감소하는 경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최근 3년(2018~2020년)간 사고사망자 수는 2556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연도별로는 2018년(909명), 2019년(845명), 2020년(802명) 등으로 3년 연속 역대 최저치를 기록하는 등 고무적인 상황입니다.

다만 코로나19에 따른 변화의 조짐도 보이고 있습니다. 산업재해로 인한 사상재해자수(사고·질병)가 2018년(12만7329명), 2019년(12만5611명)에서 2020년 기준 13만1156명으로 지난 2002년(12만5918명)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한 것이 그 예입니다.

여기에는 코로나19 감염에 따른 사상자(6041명)가 포함돼 있습니다. 즉 코로나19가 산업재해 지표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육상화물운송사업과 제3차 산업인 소매업, 사회복지시설에서의 사상재해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이 발생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로는 신종 코로나19에 따른 외출제한, 비대면의 확산으로 택배물의 취급량 증가를 꼽을 수 있습니다.

초고령 사회의 본격화에 따른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는 상황입니다. 초고령 사회는 이미 전 세계적인 추세로 일본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실제 일본 내 산업재해로 인한 사상재해자 가운데 4분의 1이 만 60세 이상의 고령자입니다.

지난 2020년 기준 4일 이상의 요양을 요하는 만 60세 이상의 사상재해자 수는 3만4928명으로 전체의 26.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된 재해 유형으로는 ‘넘어짐’ 재해 발생 비율이 높고, 특히 고령 여성에게서 이러한 특징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건장한 젊은 계층과 달리 이들은 상대적으로 거동이 불편하고, 요통 등 근골격계질환에 취약하다는 것이 주된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Q. 일본 정부와 협회는 이러한 현상에 어떻게 대응해 나가고 계신가요?
일본 정부와 우리 협회는 고령 노동자 산업재해 감소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전 산업계를 대상으로 추진 중인 ‘STOP! 넘어짐 재해 예방 프로젝트’ 운동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또한 고령 노동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지난 2020년 3월 ‘고령 노동자 안전확보 가이드라인’을 제작·배포하였으며, 이를 통해 기업들 스스로 고령 노동자들을 위한 작업환경 개선 및 안전보건 대책을 수립·운영해 나갈 수 있도록 지속적인 홍보 및 지도에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변화된 안전보건분야 법과 제도의 현장 안착에도 만전을 기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협회가 일본 정부와 협력해 선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금속 아크 용접 작업자를 위한 용접 흄에 의한 건강장애대책지원’, ‘석면규칙개정에 따른 지원’, ‘에이지 프렌들리(Age-friendly) 가이드라인’의 보급에 따른 고령 노동자에 대한 지원, 직업능력향상교육 등에 대한 세미나, 연수사업 등을 운영하는 것이 그 예입니다.

이와 함께 정부가 건설업종에서의 ‘떨어짐’ 사고의 효율적인 예방을 위해 올해 1월 1일부터 기존 안전대 사용을 금지함에 따라 풀 하네스형(전신형) 안전대 사용에 대한 특별교육도 마련해 진행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우리 협회는 국제 안전보건경영시스템 표준인 ISO 45001과 일본판 JISQ 45001의 인증을 동시에 취득한 취고의 기관으로서, 향후 일본 내 기업들이 글로벌 수준의 안전보건관리체제와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해 나갈 방침입니다.

Q. 협회의 향후 중점 사업계획이나 전략적 추진과제가 있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 신기술의 도입, 코로나19에 따른 재택근무의 증가, 고령 노동자 급증 등으로 인해 최근 일하는 방식, 기술 등 일터의 작업환경이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시대가 아무리 변한다고 하더라도 노동자의 안전과 보건을 지키는 일에는 차이가 없습니다. 우리 협회는 이러한 인식을 바탕으로 기업들이 노동자의 안전보건을 강화할 수 있도록 산업현장 일선에서 이들을 지원하는 것을 주된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아울러 오는 2030년까지 유엔과 국제사회가 공동 목표로 추진 중인 ‘지속가능한 발전 목표(Sustainable Development Goals, SDGs)’의 17개 목표와 169개 세부 사항 중에는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안전하고 안심할 수 있는 노동환경의 촉진’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일본 산업현장의 안전보건수준 향상의 촉진에 있어 선도적인 역할을 맡고 있는 우리 협회는 이러한 세부 목표에 적극 부응해 산업계 전반에서의 안전보건관리 수준을 높이고 글로벌 공급망을 포함한 전 세계 안전보건의 향상에도 박차를 가할 계획입니다.

Q. 새해를 맞이해 한국의 안전보건관계자 여러분들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산업재해는 장기전입니다.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 기업과 노동자들의 자율적인 노력과 의식 개선이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는 점에서 오랜 시간과 노력, 비용이 필요합니다.

일본 정부와 우리 협회는 지난 반세기 넘는 시간 동안 한마음 한뜻으로 산업현장 안전보건 증진을 위해 꾸준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특히 기업과 노동자들도 이러한 노력에 적극 부응하기 위해 5s활동, 히야리하트(아차사고), 무재해 전원 참가 운동 등 자율적인 안전활동과 의식 개선을 추진하며 안전 최우선 분위기 조성에 적극 동참해 왔습니다.

오랜 노력과, 시간, 투입된 비용이 한 데 모여 현재 산업재해 지표의 긍정적인 변화로 나타나고 있는 것입니다. 안전보건에 대한 정부의 과제나 대책 마련에 있어 한국과 일본간에 서로 다른 점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노동자의 생명과 건강을 지킨다는 원칙은 동일하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정부와 민간재해예방기관, 그리고 기업, 노동자 여러분들께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포기하지 말고 꾸준한 노력을 기울이시길 당부 드립니다. 끝으로 정부, 기업과 노동자들 사이에서 민간재해예방기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대한산업안전협회 등 한국 내 대표적인 민간재해예방기관에서 산업재해 근절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에 나서주시기를 염원하는 바입니다. 우리 중재방에서도 대한산업안전협회와의 지속적인 협력을 통해 양국 안전보건분야의 성장과 발전에 기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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