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교수(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최근 자동차 업계의 최대 화두는 단연 ‘전기자동차’다.

현대자동차가 국내 완성차 업체 중 가장 먼저 선보인 ‘아이오닉 5’는 출시 전부터 세간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사전 계약 첫날에만 2만3760대가 팔렸고, 일주일 만에는 3만5000대의 판매를 기록했다. 전기자동차의 터줏대감격인 테슬라가 지난 2020년 국내에 판매한 1만 1826대를 훌쩍 뛰어넘는 규모다.

기아의 EV6는 1회 충전으로 주행 가능거리를 크게 늘렸다. 롱 레인지 모델은 450㎞ 이상 달릴 수 있다. 충전 시스템도 세계 최고 수준이다. 800V 초고속 충전 시스템을 이용하면 18분 만에 배터리를 10%에서 최대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가속력도 경쟁 모델보다 뛰어나다. 고성능 버전인 GT 모델은 정지 상태에서 제로백이 3.5초이고 최고시속은 260㎞다. 테슬라의 모델Y는 제로백이 3.7초, 최고시속은 250㎞다.

대표적인 친환경차로 각광받는 전기자동차의 국내 연도별 등록대수는 2018년 5만5756대, 2019년 8만9918대, 2020년 13만4962대이고 2021년에는 2020년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대자동차의 전기자동차 ‘코나EV’의 연이은 화재와 리콜 그리고 2020년 12월 테슬라 차량의 충돌 사고로 사망자가 발생한 소식까지 전해지면서 전기자동차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모습이다.

현재 전기자동차는 리튬배터리를 차체의 바닥에 죽 깔아놓는 형태로 배치한다. 이 때문에 화재 발생 시 폭발사고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다. 전문가들은 전기자동차에 가장 위험한 상황은 측면 충돌이라고 말한다. 그나마 앞뒤 충돌 시에는 나름대로 차체와 배터리간의 여유공간으로 인해 충돌에 의한 안전성을 어느 정도 확보할 수 있지만, 측면충돌 시에는 자동차의 여유공간 조차 거의 없어서 배터리가 충격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차량에 강한 충돌이 발생하면 배터리가 압착되어 눌리고 분리막이 손상되면서 불꽃이 발생해 폭발하는 열폭주(Thermal runaway)현상이 나타나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면 전기자동차에 사용되는 배터리의 화재안전을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지 살펴보도록 하자.

첫째, 전기자동차 전용 소화기를 비치하자
국내 한 업체에서는 전기자동차에 주로 사용하는 리튬배터리 화재 시 소화가 가능한 전용 소화기를 판매하고 있다. 이 소화기는 스마트폰이나 태블릿과 같은 개인용 전자기기는 물론 배터리 수거함, 배터리 충전소 등 기타 리튬배터리의 화재 가능성이 있는 장소에서도 초기 진화를 위해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리튬배터리 자체 화재가 아닌 전기 시스템 계통의 화재라면 기존의 ABC급 분말소화기 또는 BC급 할론 또는 이산화탄소 소화기를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전기자동차 화재의 대부분이 리튬배터리에서 일어나므로 기존의 소화기는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둘째, 전기자동차 화재 시 대피방법을 숙지하자
전기자동차에서 화재가 발생해 초기 진화가 어려운 경우에는 즉시 차량으로부터 가능한 멀리 떨어져서 119에 긴급 구조 요청을 하되 전기자동차에서 발생한 화재임을 설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방관이 화재진압을 위해 공기호흡기, 안전모, 방화복 등을 착용하고 5m 이상을 거리를 두고 전기자동차 화재진압을 하는 것이 보통이므로 일반인이라면 그것보다는 훨씬 더 많은 안전거리를 확보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소방관의 전기자동차 화재진압 훈련을 강화하자
소방청에서는 2021년 10월에 ‘전기자동차 화재 대응기술 등 진압대책’ 매뉴얼을 내놓았고, 같은 달 국립소방연구원에서도 ‘전기자동차 화재 어떻게 대응하여야 하나? 라는 제목으로 책자를 발간하였다. 이렇게 전기자동차 화재에 대해서 매뉴얼 등을 통해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지만 실제 전기자동차에 대한 화재 진압훈련은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재 생산되고 있는 다양한 전기자동차를 수거해 훈련해 활용하여 전기자동차 화재진압에 대한 소방관들의 역량을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

이런 말이 있다. GNP가 1만 달러일 때 사고가 발생하면 안전에 대한 개념이 없고, 2만 달러일 때는 자기가 잘못해서 사고가 났다고 자기 탓을 하며, 3만 달러가 넘을 때는 지자체나 정부 탓을 한다고 한다. 전기자동차 배터리 화재! 지금은 지자체나 정부가 나서서 해결할 때이다.

한편, 전기자동차 배터리의 성능을 최적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최소 월 1회 이상은 배터리 충전량이 20% 이하일 때 100%까지 충전하는 것이 필요하다. 안전한 충전과 배터리 수명의 연장을 위해서는 급속 충전보다는 완속 충전을 권장한다. 또한, 전기자동차를 운행하지 않더라도 배터리가 방전되는 것을 막기 위해 약 3개월에 한 번씩은 완충해 두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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