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업위생협회 차상은 본부장

7월초 어느 부대 내에서 병사들 간의 왕따로 인한 참극이 일어나 군에 자식을 보낸 부모들은 불안과 걱정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여기서 말한 왕따는 이제 초등학생 또는 중고등학생들의 문제를 넘어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경쟁사회에서 우월성을 가진 자의 평가논리로, 아니면 학창시절부터 일류대학에 목말라 하는 학부모들의 자존감에 경쟁과 왕따는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일류·경쟁 문화는 기러기 아빠와 홀로서기 부적응자 또는 실직자 등 많은 문제점들을 양산해내고 있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런 현상은 산업현장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일한 생산라인에서 시간과 생산성의 경쟁은 또 다른 왕따를 만들어가고 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니고 로봇도 아니다. 생각하고 고민할 수 있는 이성을 가진 자연 최고의 동물이다. 학벌이 생존경쟁에서는 우위를 점할 수도 있지만 생산현장에서는 아니라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일례로 작업 시의 반응과 동작에서 우위를 점유하는 것은 지능이 아니다. 소위 손재주가 많은 친구는 다소간에 생산성이 높을 수 있는데 비해 생각이 많고 고민거리가 많은 친구는 동작이 느려 생산성 측면에서는 동료보다 뒤질 수도 있는 것이다.

이처럼 사람마다 특성이 다르고, 신체 외형 조건이 다르고, 생각과 행동이 다르며, 먹거리 취향도 다르다는 점에서 조직적이고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조직문화에서는 짧은 기간 동안 적응하지 못하는 친구도 충분히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주목할 점은 군대 신병 또는 회사의 신입사원 모두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 동질성을 가져야 하며, 조직의 존재가치와 경쟁의 틀 안에 강하게 적응하기를 조직은 요구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준비된 병사와 준비된 신입사원은 잘 견딜 수 있을지 몰라도 상당수 신병과 신입사원은 그렇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상대방이 나와 틀린(wrong) 생각을 가진 존재가 아니라 나와 다른(different) 생각을 가진 존재로 이해하는 것이 중요한데도 능력과 승진의 생존 경쟁만이 강요되면서, 상당수 신입사원들은 갖은 스트레스 속에 신체·정신적 위험에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문제는 공동생활과 조직생활에서 이 스트레스가 불가분의 요소로 인식되면서, 사회 부적응자만 양산될 뿐 그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인식이 불명확하고, 복합적 원인이 공존하며, 개인별 체감 정도의 차이가 크므로 위험요소는 항시 상존한다. 창조경영시대에는 사람의 에너지 충전 정도가 조직의 성과를 좌우하는데, 여기서 개인별 에너지 즉 사고와 행동은 육체와 심리 모두가 건강할 때 극대화되는 것이다.

군의 신병이든 회사의 신입사원 또는 경력사원이든 간에 개인별 맞춤관리가 필요하며, 이를 통한 조직의 스트레스 통합관리가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공공장소 또는 공장에서 사고가 난 후에 ‘사람의 부주의’라는 천재(天災)가 아닌 인재(人災)의 유형으로 사고원인을 몰고 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다. 그럼 과연 인재의 원인에는 무엇이 작용하고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여기에는 상당한 변수로 과로가 도사리고 있다. 과로의 가중요소는 잔업 등의 장시간 근무, 생산성 달성과 시간에 대한 압박, 조직관리의 경직성, 피로에 대한 신체회복 기회 미흡, 직장동료 또는 가족 간의 갈등 등이 있다. 이들은 생산활동과 작업동작에 한계성을 초래하고, 100개의 공을 넘게 던진 투수처럼 정신집중을 저하시켜 ‘부주의’라는 인간 스스로 의식하지 못하는 행동으로 몰고 갈수 있다.

이번 군부대 사고로 인해 군기확립과 전력증강 차원에서 병사의 직무스트레스에 대한 육체적·정신적 건강관리가 중요시되고 있는 것처럼, 기업에서도 건강한 구성원을 만들기 위해 직원들의 정신·신체적 관리에 좀 더 관심과 투자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건강검진 지원, 종합건강검진 지원 등의 행정 편의적이며 의무적인 단계에서 벗어나 좀 더 구체적으로 EAP프로그램을 통한 육체적·정신적 건강관리에 회사가 적극적으로 개입해야 한다. 더 나아가서는 가정까지 포함하는 확대 개념의 건강증진 프로그램을 도입해야 하며, 건강성과 평가 등을 통해 건강관리가 개인성과와 조직성과에 기여토록 하는 새로운 건강관리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이는 산업안전보건 기준의 법규 통합관리에 발맞추어 사고를 경감시키는 것은 물론 건강한 조직문화의 형성과 생산성 향상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그렇다면 결국 기업의 부가가치를 높여 국익에도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강하게 주장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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