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에는 강수량이 적고 건조한 날씨가 계속돼 전국적으로 산불 발생 우려가 높다. 특히 동해안은 영서지방에서 영동지방으로 부는 양간지풍(襄杆之風)의 영향으로 산불 시 확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2000년 동해안, 2005년 고성군과 2019년 고성‧속초에서 발생한 산불이 양간지풍을 타고 대형 산불로 번진 사례다.

경북 울진과 강원 삼척‧강릉 등 동해안 일대에서 발생한 이번 산불 역시 양간지풍을 타고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7일 오후 11시 기준 산림 2만1772ha가 불에 탄 것으로 추정된다. 닷새간 불에 탄 면적만 여의도 면적의 약 75배, 축구장 면적의 약 3만492배에 달한다.

지난 4일 발생한 경북 울진~강원 삼척 산불과 강원 영월 산불, 5일 발생한 강원 강릉~동해 산불 등이 아직 꺼지지 않은 만큼, 이번 산불은 지난 2000년 동해안 산불의 피해 규모(2만3794ha)를 넘어설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2년 만에 발생한 최대 규모의 산불을 수습하기 위해 현재 인력 1만7940명, 헬기 92대, 장비 781대 등을 총동원해 악전고투 중이나, 50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겨울 가뭄과 강풍으로 인해 화재진압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낮에 불길이 잡혔다가도 밤에 되살아나는 상황이 반복되면서 소방당국과 주민들의 시름도 깊어지고 있다.

지난 6일 울진과 삼척, 8일 강릉과 동해가 특별재난지역으로 신속하게 지정된 점이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이다. 특별재난지역은 중앙정부 차원에서 피해 상황을 조사해 복구 계획을 수립하고, 시설 피해에 대한 복구비 일부를 국비로 지원한다. 또 피해 주민에게는 생계안정 차원의 재난지원금과 구호비가 지원된다. 전기요금·건강보험료·통신비·도시가스 요금 등 총 29종의 간접 지원도 제공된다.

산림청에 따르면 최근 10년(2011~2020년)간 전국에서 총 4737건의 산불이 발생했으며, 이중 76%는 실화, 소각 등 사소한 부주의로 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다시 말해, 한 사람의 실수나 고의로 일어난 산불로 인해 거대한 산림들이 한순간에 잿더미가 되고 있는 것이다.

산불의 경우 범죄자를 특정해서 붙잡기도 어렵다. 실제로 같은 기간 검거된 가해자는 1973명(41.7%)에 불과하다. 10명 중 6명이 막대한 피해를 내놓고도 두 다리를 뻗고 잠을 자고 있다는 얘기다.

이번 강릉 옥계에서 발생한 산불 역시 방화(放火)로 밝혀졌다. 방화범은 잡혔지만 불씨는 바람을 타고 순식간에 산을 태웠다. 경북 울진군에서 발생한 산불은 담뱃불에 의한 실화(失火)에 가능성을 두고 조사 중이다.

문제는 방화범을 검거하더라도 고의 아닌 과실범 또는 초범, 고령인 경우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에 그치고 있다는 점이다. 다행히도 정부는 7일 산불방지 담화문을 통해 고의나 과실로 인해 산불 피해가 발생한 경우 관계 법령에 따라 강력하게 처벌하고, 최근 발생한 산불에 대해서도 발화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해 법에 따라 엄정 조치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반드시 엄중한 법 집행을 통해 산불 가해자를 일벌백계하여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산불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사전 예방활동이다. 산불로 큰 피해를 입은 산림을 원래 상태로 복구하는 데에는 10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된다.

후세대가 아름답고 건강한 산림을 누릴 수 있도록 지금의 산림을 소중하게 잘 보존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이자 책임인 만큼, 지금껏 잃어버린 숲을 복원하고 지키기 위해 국민 모두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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