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2020년 4월 경기 이천 한익스프레스 물류창고 신축 공사장 화재로 38명이 사망했다. 화재는 저온창고 지하 2층에서 용접작업 중 용접불꽃이 단열재인 우레탄폼에 옮겨 붙으면서 발생했다.

화재 당시 평상시보다 약 2배 많은 67명의 근로자가 투입되어 지하 2층에서부터 옥상에 이르기까지 동시에 많은 종류의 작업이 이루어지는 등 공정 전반의 안전관리 수칙이 지켜지지 않았다. 이 화재를 계기로 국토교통부에서는 건설 현장 대형화재 재발 방지를 위해 ‘건설 현장 화재안전대책’을 수립, 발표하고, ‘건축법’ 개정을 통해 주요 건축자재에 대한 품질인정제도를 확대했다. 우레탄 폼에 불연재 또는 난연재를 쓰도록 하는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하지만 한익스프레스 사고 이후 불과 3개월 후 2020년 7월 경기 용인 SLC물류센터 화재로 5명이 사망했다. 지하 4층 제상수 탱크의 가열설비 과열로 화재가 발생하였다. 안전수칙 미준수로 제상수 탱크 청소를 위해 탱크 내 물을 모두 빼내면서 물 데울 때 쓰는 전열기 전원을 차단하지 않고 방치하여 일어난 화재이다. 제상수란 냉동실에 냉매를 공급하는 파이프가 얼지 않도록 주위에 흘려보내는 온수를 말한다.

한익스프레스 화재사고 후 1년도 채 되지 않은 2021년 6월 발생한 경기 이천 쿠팡물류센터 화재는 6일 동안이나 계속되었다. 소방관 1명이 순직하고 1명이 다친 것은 물론 재산피해액은 3042억 원에 달할 정도로 피해가 상당했다. 이 화재를 계기로 ‘소방기본법’과 ‘소방시설법’으로 분산되어 있고 잦은 개정으로 법체계가 복잡한 ‘소방시설법’을 ‘화재의 예방 및 안전관리에 관한 법률’과 ‘소방시설 설치 및 관리에 관한 법률’로 각각 분리하는 등 소방관련법령을 화재예방법, 소방시설법, 화재조사법 등 화재예방 3법으로 개편하게 되었다.

이상과 같은 과정에서 알 수 있듯이 대형 화재참사 이후에 관련 법‧제도가 제‧개정되는 등 보완이 이루어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화재 예방 강화를 위해 화재 예방 관련법을 따로 구분한 것은 긍정적이지만, 일부 관련 법령들이 화재 발생 이후에 편중되어 있고, 화재 예방 안전진단 프로그램 개발 및 수행을 위해 다수의 전문기관이 참여해 신뢰성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기도 한다. 연이은 물류창고 화재를 계기로 다각적인 노력이 이어지고 있지만, 다음 사항은 꼭 지켜졌으면 한다.

첫째, 콘센트 전용 아크차단기를 설치하자

물류센터의 구조 상 공간이 넓고 천장고가 높아서 에어컨 설치의 효과성이 낮기 때문에 여름에는 대형 선풍기를 다량 설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처럼 많은 대형 선풍기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콘센트를 병결로 연결하여 문어발식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게 된다. 그런 경우 콘센트의 접촉불량이나 과부하 등으로 인해 전기불꽃이 발생할 수 있다. 때문에 물류창고에는 콘센트 전용 아크차단기를 설치하여 전기 불꽃에 의한 화재를 예방해야 한다.

둘째, 선반마다 스프링클러헤드를 설치하자

물류창고는 면적당 수납상품 저장공간을 최대한 확보하기 위해 선반을 사용한 랙크식 창고(Rack Storage)가 주로 이용되고 있다. 랙크식 창고는 상품을 수납한 선반이 수직으로 적층되어 있는 구조이므로 화재 확산속도가 빠르고 그 규모 또한 큰 특징을 보이며 선반의 적층구조로 인해 화재진압도 쉽지 않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스프링클러설비의 화재안전기준(NFSC 103) 제10조에 의하면 스프링클러헤드는 선반 등에 설치하되 특수가연물을 제외한 일반 상품의 경우에는 선반 높이 6m이하마다 스프링클러헤드를 설치해야 한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물류창고의 선반간격은 최대 2m를 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러므로 현행 규정에 따라 여러 개의 선반 중 한곳에만 스프링클러헤드를 설치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프링클러헤드가 설치된 선반에서 화재가 발생하지 않는 이상 화재를 제대로 감지할 수도 없고, 신속한 진화도 불가능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물류창고는 각 선반마다 스프링클러헤드를 설치하여 어느 선반에서 화재가 발생하더라도 즉시 진압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전 직원에 대한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자

물류창고에서는 상품 입고, 출고, 재고조사, 물건분류 및 상하차 등 수많은 작업이 이루어진다. 때문에 일손은 많이 필요하고, 업무가 단순 업무이다 보니 아르바이트를 다수 채용하게 된다. 아르바이트로 채용된 사람은 단기간 근무조건으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아 보통 건물구조에 익숙하지 못하기 때문에 화재가 발생하면 우왕좌왕하게 되고 출구를 바로 찾지 못해 피난동선이 길어져서 인명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므로 아르바이트를 포함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화재예방, 진화, 대피 등의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여 사고를 예방하고, 피해를 최소화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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