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2년 3월 미국의 범죄심리학자인 제임스 윌슨(James Q. Wilson)과 조지 켈링(George L. Kelling)은 사회 무질서를 연구한 내용을 담고 있는 ‘깨진 유리창(Broken Windows)’이라는 이론을 발표했다.

이것은 사소한 무질서를 방치하면 큰 문제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이론으로, 그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연히 한 아이가 야구공을 가지고 놀다 낡고 허름한 어느 빈 집의 유리창을 깼다. 그런데 이 사고 후 몇 주가 지나자 그 집은 집안 내부까지 모두 파손되고 말았다. 깨져 있는 유리창을 본 이웃사람들이 저 집은 망가뜨리거나 막 대해도 괜찮다고 생각해 심심풀이로 집을 함부로 부순 것. 즉 깨진 유리창 한 장을 방치해서 집 전체가 파손되고 만 것이다.

작은 일이 군중의 심리에 영향을 끼쳐가는 과정을 분석한 이 ‘깨진 유리창 이론’은 발표 후 사회학은 물론 경제학에서도 많이 인용됐는데, 주로 아주 사소한 사건이 나중에는 회사를 망하게 하거나 또는 흥하게 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소개됐다.

이처럼 사소한 일들이 결국 대형 사고를 불러옴을 경고하는 이론은 ‘깨진 유리창 이론’말고도 여러 가지가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많은 안전인들이 주지하고 있는 ‘하인리히 법칙’이다.

1930년 미국의 여행보험회사 관리자였던 하인리히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는 과정에 대한 실증연구 중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다. 중상자 한 명이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또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상해자가 300명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다시 말해 사람들이 무심코 잊어버린 사소한 실수들이 쌓여 결국 대형 사고를 불러온다는 것을 통계적으로 증명한 것이다.

‘깨진 유리창’과 ‘하인리히 법칙’ 등의 이론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명확하다. 작은 실수나 사소한 것들이 큰 사고의 전조(前兆)가 될 수 있으니, 철저히 분석하고 제거하라는 것이다. 다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분석과 제거의 과정에 있어 위험요인을 제대로 바라볼 줄 아는 판단력이 필수적으로 수반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 예로 횡단보도를 건너다 넘어진 사고를 들어보자. 단 한 번, 단 한 명이 그 지점에서 자신의 다리에 걸려서 넘어진 것이라면, 이 사고는 그저 단순하고 흔한 사고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 지점에 넘어지는 사람이 많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곳의 바닥이 유독 다른 부분과 높낮이가 맞지 않을 수도 있고, 패어 있을 수도 있다.

헌데 관리자가 이를 살펴보지도 않고 단순한 넘어짐 사고들로 판단해 그냥 넘어간다면 후에 큰 사고를 불러올 수도 있다. 차가 빠르게 달려오고 있는데 때마침 보행자가 그 자리에서 넘어져 인명피해가 날 수도 있는 것.

이런 점을 반영해 수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대기업에선 ‘하인리히 법칙’을 CEO 및 임원들 교육에 활용하고 있다. 사고의 징후들을 면밀히 분석할 줄 아는 인재를 육성해 결정적인 사고를 피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앞선 예시들에서 살펴봤듯 언제, 어디서 나타날지 모르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사소한 일들이 큰 대형사고로 이어지지 않도록 미리미리 조치를 취하면 되는 것이다. 이를 명심하고 모든 산업현장의 구성원들은 작고 사소한 징후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으로 맡은 바 업무를 충실히 이행하는 한편 항상 주변을 면밀히 살펴보는 습관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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