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버랜드안전관리(주) 장덕재 대표

여름철이면 고온 환경에 노출되거나 심한 육체적 노동으로 인하여 피로를 호소하는 근로자가 많다.

인체는 외부환경변화에 대하여 일정하게 체온을 유지하려는 경향이 있어 고열환경에서 작업이나 활동을 계속할 경우 혈류량이 증가한다. 또 땀을 흘리면서 열의 발산을 촉진시키는 체온조절도 일어난다.

여기서 피부의 온도보다 주위기온이 더 높으면 열 발산이 효과적으로 안되어 체온조절기능이 변하거나 열중증 등 고열장해를 초래하게 된다. 땀을 많이 흘리면 머리가 무겁고 어지러운 증상이 나타나는 것이 이에 해당한다. 이럴 경우 근로자들은 쉽게 피로를 느끼게 되고, 자신도 모르게 무의식적인 행동을 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이러한 환경적·신체적인 요인으로 산업현장에서는 추락사고의 위험성이 매우 높아진다는 것이다.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 통계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383명이 업무상재해로 목숨을 잃었는데 이 중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가 453명으로 33%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우리나라 근로자 10만 명 당 추락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3.64명으로 영국의 24배, 미국의 6배, 일본의 4배 이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다.

더 큰 문제점은 추락사고의 경우 사망재해로 이어질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던 A중공업에서도 최근 5년간 발생된 추락재해를 보면 협착이나 전도에 비해 빈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중대재해는 추락이 단연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일반적으로 추락재해는 순수하게 작업을 하던 과정이 아니라 작업장을 이동하면서 구조물이나 사다리 등에서 추락한 경우가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또한 추락사라면 높은 장소에서 추락하는 것으로 생각하기 쉬우나 의외로 2미터 이하의 높이에서 추락한 경우가 40~50%를 차지하고 있다.

그리고 안전대 등 기본적인 안전장구를 착용하지 않아 발생한 경우도 매우 많다. 지난 2010년 조선업종에서 발생됐던 추락사고를 분석한 결과, 45%가 안전대미착용 때문에 발생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A중공업에서도 이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아 사망한 사례가 많았다. 5미터 높이의 고소차에서 안전대를 착용하지 않고 작업을 하다가 고소차 바스켓이 다른 물체에 충돌하며 기울어져 바스켓 안에 있던 근로자가 추락하여 생명을 잃은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에 반해 10여 미터의 높이에서 곤돌라가 충격을 받아 사람이 튕겨 나왔으나 안전대를 잘 걸고 있어서 가벼운 찰과상만 입은 일이 있었으며, 13미터 높이에서 와이어로프의 이상으로 곤돌라가 떨어졌으나 역시 안전대 덕분에 허공에 매달려 있다가 구조된 일도 있었다.

이들 사례는 안전대의 중요성을 잘 일깨워주고 있다. 높은 장소에서 작업을 해야 할 경우라면 안전대를 착용하고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다.

그러나 작업여건에 따라 수시로 풀어버리거나, 잠깐하는 작업이라해서 활용을 하지 않았다가 깜빡하는 사이에 추락사고와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잠시의 안전대 미착용이 대형 추락사고를 불러올 수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깨닫지 못하기 때문이다.

동료가 추락으로 끔찍한 사고를 당했는데도 사고 현장에서 느끼는 순간적인 전율 후에는 금방 그 사고를 남의 일로 잊고 안전수칙을 외면하는 것이 우리의 현주소다. 이렇게 기본이 지켜지지 않는 현장에서는 비정상적인 규칙이나 무질서가 당연한 규범가치로 받아들여진다. 안전수칙을 적당히 어기고, 안전점검에는 무관심과 태만으로 임하는 것이 누구도 모르게 그 사업장의 문화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망각은 무더위로 시달리는 여름철에 더 강하게 나타난다. 하지만 더위도 어차피 정신으로 극복해야 하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덥다고 짜증스러워 하기 보다는 느긋하게 기본을 지키며 천천히 일하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이에 맞게 관리감독자들 역시 건강에 이상이 있는 직원들은 가능한 고소작업을 배제하는 등 작업관리에 만전을 기해야 한다. 기본을 지키는 것이 여름철 추락사고, 더 나아가 건설현장의 중대재해를 예방하는 길임을 현장 구성원 누구도 잊지 말아야한다.
저작권자 © 안전저널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