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규 포스코 PNR 광양공장 안전환경팀 팀장

‘2016년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망사고’, ‘2018년 충남 태안화력발전소 김용균씨 사망사고’ 등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산업재해 등을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이 28년 만에 전부 개정됐다. 그러나 전부 개정 산안법의 시행에도 불구하고,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자 이번에는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에 형사처벌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부과 등의 내용을 골자로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돼 올해 초부터 본격 시행됐다. 모두 5년 안에 일어난 일이다.

노동자 안전보건 강화에 초점을 맞춘 변화가 이처럼 짧은 시간 내 이뤄질 수 있었던 배경에는 일터에서 되풀이되는 비극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는 국민들의 염원이 있었다. 그렇다면 모두의 염원대로, 강화된 법과 제도의 취지대로 일터에서의 안전은 제대로 확보되고 있을까?

최근 고용노동부가 최초로 발표한 ‘재해조사 대상 사망사고 통계’를 살펴보면 올해 1분기(1월 1일~3월 31일) 동안 발생한 사고사망자 수는 전년동기(165명) 대비 8명 줄어든 157명으로 집계됐다. 전체 사고사망자 수가 줄어든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나, 보다 면밀히 살펴보면 여전히 눈에 띄는 변화는 나타나지 않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실제 올해 1분기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대상인 상시근로자 50인 이상(공사금액 50억원 이상) 사업장에서의 사망사고는 57건(사망자 6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66건(사망자 68명) 대비 건수는 9건이나 줄었지만, 사망자 수는 오히려 1명 늘었다.

법 시행 전후로 많은 기업들이 사업장 안전보건을 강화하기 위해 투자 규모를 확대하고, 관련 조직도 대폭 강화하는 등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온 것을 알기에 필자 개인적으로도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필자가 재직 중인 포스코 PNR은 철강 부산물을 재활용하는 전문법인이다. 철강산업 특성상 대규모 설비가 운용됨에 따라 포괄적 위험요인이 사업장 곳곳에 내재돼 있는 것이 특징이다.

올해 초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따라 이곳에서도 사업장 안전관리 수준을 강화하기 위해 남다른 노력을 기울였다. ▲전담조직 구성 ▲사외 전문 기관 컨설팅 ▲Smart Safety 구축 ▲도급인 안전 및 보건조치 확보 ▲유해‧위험요인 발굴 제거활동 ▲협력사 작업중지권 부여 등이 대표적인 예다.

여기에 더해 PNR에서 한 가지 더 신경 쓰고 있는 것이 바로 ‘100% 표준준수(R&P)’ 활동이다. 안전사고의 대부분이 작업자의 휴먼에러에 의해 발생한다는 점에 착안해 이 같은 리스크를 최소화 하기 위해 추진되고 있다.

PNR에서는 모든 작업에 표준과 프로세스가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특히 이러한 표준과 프로세스를 누구나 100% 준수할 수 있도록 구성하고 있다. 표준과 프로세스가 없는 작업이 진행될 경우에는 작업 전 작업방법 및 순서에 대한 절차를 구성해 관계자에게 반드시 교육토록 하고 있으며, 사전 안전점검을 실시해 혹시 모를 위험요소를 선제적으로 발굴‧개선해 나가고 있다. 특히 표준과 프로세스가 있는 작업의 경우에도 작업 시작 전 반드시 TBM을 실시해 관계자 모두가 안전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글로벌 공룡기업으로 우뚝 성장한 넷플릭스의 창업자 리드 헤이스팅스(Reed Hastings)의 저서 ‘No Rules, Rules(규칙없음)’에서도 표준준수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문구가 나온다. 자유 분방함을 강조하는 넷플릭스 창업자도 모든 작업에 있어서 표준준수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는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을 준비하고 대응하기 위해 현재 전국 수십만 명의 안전‧보건관계자들이 노력하고 있다. 전담 조직이 필요한 회사는 채용을 확대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 확보를 위하여 컨설팅이나 안전보건공단 등에 지원도 받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부담스러워하는 기업들이 많다. 허나 법과 제도가 어떻게 바뀌더라도 일터의 안전,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일에는 큰 변화가 없다. 종사자 모두가 함께 Rule(기준) & Process(절차), 즉 표준준수 활동을 통해 굳건한 안전문화를 구축해 나간다면 일터에서의 안전사고가 획기적으로 감소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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