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화에 따른 화석연료의 사용이 지구온난화 등 급격한 환경 변화를 불러오고 있다. 남극의 만년설이 녹고, 극심한 가뭄과 때 아닌 홍수로 지구가 열병을 앓고 있는 것.

한반도 역시 이 변화의 흐름에서 예외가 아니다. 봄과 가을이 점점 짧아지고, 겨울과 여름이 길어지는 등 계절의 경계가 무너지면서 뚜렷했던 ‘4계의 매력’을 점점 찾아보기 힘들어 지고 있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기존 계절적인 특성도 우리의 상식을 뒤엎고 있다.

특히 최근 여름의 경우는 마치 아열대성 기후를 연상케 할 정도다. 맑은 날이 어색할 정도로 흐리거나 비오는 날이 대부분이다. 계절적으로 발생되는 태풍의 영향을 감안해도 과거와는 상황이 현저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강수량 등의 기상 기록도 수십 년 혹은 백년 내 최대 폭우, 단위 시간별 최대 폭우 등 매번 기록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역적인 이상 일기 현상도 심해지고 있다. 중부와 남부 지방은 폭염경보가 내려져 있는데 강원도는 이상 저온 현상이 나타나는 날이 늘고 있는 것.

이러한 이상기후와 급격한 환경변화는 기존 재해대응체계를 무능하게 만들고 있다. 일례로 지난달 게릴라성 폭우로 인한 산사태와 물난리로 우리나라는 미처 손을 써볼 여유도 없이 순식간에 큰 피해를 당하고 말았다. 우리나라 정치와 경제의 심장인 서울 한복판에서 산사태로 인명피해가 발생하고, 도심대로에 가득 찬 물위로 차량이 둥둥 떠다녔을 정도니 여타 지역의 피해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이번 물난리는 우리나라 재해대응체계에 큰 변화가 필요함을 알려줬다. 이에 이명박 대통령은 한계에 이른 기존 재난방재시스템을 혁신하고, 기후변화 시대에 맞춘 새로운 재난대응시스템을 마련할 것을 천명했다.

그 첫걸음으로 국립방재연구원이 확대·개편되고, 총리실 주관으로 분야별 종합대책수립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이제라도 기후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다양한 방재 시나리오 마련에 총력을 기울인다니 환영할만한 일임에 틀림이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우려되는 부분이 있다. 바로 산업현장에 대한 부분이다.  산업현장은 우리 경제의 중추이고 국민의 삶과 직결되는 부분임에도 그간 방재대책 수립과정에서 다소 소홀히 다루어진 면이 있다. 대부분의 근로자는 많은 시간을 소속 사업장 혹은 업무와 관련된 장소에서 머물고 있다. 깨어 있는 활동시간 중 대부분의 시간을 산업현장에서 보낸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닌 것이다.

게다가 산업현장 시설의 경우 대부분 다중이용시설로, 재해를 입을 시 큰 인명피해 등 대규모 사회적 혼란을 초래할 소지가 높다. 실제 이번 일본의 경우만 해도 자연재해로 원전에 문제가 생기자 방사능 물질의 누출 등 국가적 위기상황까지 발발했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이번에 새롭게 재편되는 재난대응시스템에 산업현장에 대한 대응책 마련을 핵심사항으로 다뤄야 할 것이다. 먼저 최근 기후 변화 패턴에 대한 정보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한편 사전점검 사항과 상황별 대처방안 및 행동요령 등을 매뉴얼로 제작해 산업현장에 보급해 주어야 한다. 또 그 시행결과를 피드백하여 산업현장의 대응능력이 일정 수준에 이를 수 있도록 이끌어주어야 한다.

산업현장도 스스로 기존 방재시스템을 이상기후로 인한 피해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할 필요가 있다. 기존에 시행하고 있는 해빙기, 장마철, 혹서기, 혹한기 등의 계절적 점검과 대처를 기후변화에 맞게끔 적정하게 업그레이드하여 자연재해에 대한 대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앞으로 우리는 예측을 하기도 어려울 정도의 기상이변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이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는 길은 정부와 산업협장이 일심으로 협동해 견고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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