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상순 문화재청 유형문화재과 학예연구관

2년 넘게 우리를 괴롭혀온 코로나19 감염병 사태가 천천히 약화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멈췄던 일상이 조금씩 회복되고 있다. 특히 야외에서 마스크를 벗는 것이 제한적으로 허용됨에 따라 그간 온라인으로 진행되었던 각종 문화행사도 다시 본연의 모습을 되찾고 있다.

문화재 분야에서도 지난 5월 15일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도 지정된 국가무형문화재 기지시 줄다리기가 3년 만에 개최되어 만 여명의 관람객이 다녀가기도 하였다.

문화재에 더 친숙하게 다가가고, 우리 고유의 문화를 향유하는 이러한 행사는 매우 뜻깊고 의미있는 일이다. 다만 이러한 행사가 매우 제한된 시간과 장소에서 이루어짐에 따라 예상치 못한 안전사고가 발생할 수 있어 각별히 유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 지난 2009년 2월 9일, 창녕 화왕산에서 진행되었던 억새 태우기 축제에서 갑작스런 돌풍으로 방향을 바꾼 불길이 관람객 등을 덮쳐 7명이 사망하고, 81명이 부상을 당하는 참사가 빚어졌다. 같은 해 4월 고령에서 개최된 대가야축제에서도 가로 10m, 세로 1.8m 크기의 대형전광판이 전도되면서 14명이 다치기도 했다.

2021년 행정안전부에서 발행한 ‘지역축제장 안전관리 매뉴얼’에 따르면, 지난 2007년부터 2019년까지 문화와 문화재를 주제로 한 지역축제에서 발생한 안전사고는 모두 38건으로, 사상자는 171명, 재산피해는 90억이 넘는다.

문화재를 활용한 행사는 문화재를 보존한다는 기본 목적을 넘어서, 문화재의 가치를 깨닫고 이를 활용함으로써, 지속가능한 보존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이러한 취지에 따라 국민들이 일상에서 문화재를 좀 더 가깝게 체감할 수 있는 다양한 문화재 활용프로그램이 지난 2021년 기준 총 358개소(광주 무양서원 등)에서 운영됐으며, 문화재가 밀집된 지역을 거점으로 지역 역사문화자원을 활용한 문화재 야행(夜行)도 42개소에서 진행됐다. 특히 경복궁과 창덕궁을 대상으로 운영 중인 야간관람 프로그램은 온라인 예약이 열리자마자 몇 초 만에 모든 예약이 완료될 정도로 매우 인기가 높다.

문화재청에서는 이러한 행사에서의 안전사고 발생 위험이 상존하고 있음을 인지하고, 문화재와 그 주변에서 개최되는 모든 행사의 계획 수립 시 안전사고 예방에 대한 의무 조항을 포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개최되는 행사를 밀착 관리‧감독 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실제 행사를 주관하는 운영진들도 안전사고 예방에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문화행사를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사항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먼저 출입이 제한되었던 공간을 일반에 공개하는 경우, 관람로의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관람로 주변의 시설물과 관람로 바닥마감재의 관리 상태를 세심히 살피고 선제적인 안전점검에 나서야 한다. 또한 뱀이나 곤충, 동물 등으로 인한 사고 예방을 위해, 안전 표지판 등을 설치하고 위험 구역에 대한 출입을 철저히 통제해야 한다.

야간 통행이 불가능했던 곳을 야간에 공개할 때에는 관람객들의 안전한 통행을 위해 조명과 야광 표지판을 적재적소에 설치할 필요가 있다. 야간 조명을 이용한 미디어아트쇼를 개최할 경우에는 안전이 검증된 조명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일부 조명의 경우 고온의 열로 인하여, 종이나 천 재질이 가열돼 화재가 일어날 우려가 높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행사를 위한 시설물은 문화유산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주의하고, 전도나 비산 등을 방지하기 위해 단단히 고정해 두어야 한다.

올해는 때이른 무더위가 벌써부터 기승을 부리고 있는 만큼, 고온의 날씨에서는, 두터운 전통 복식을 입은 행사 진행자나 참여자에게 적절한 휴식을 보장하여야 한다. 이외에도 어린아이가 참여하는 행사의 경우, 차단봉이나 인제책 등을 설치 시 어린아이의 키를 고려한 세심한 배려도 요구된다.

사고는 항상 예고 없이 찾아온다. 행사를 계획하고 진행하는 주최측의 꼼꼼한 준비만이 사고를 예방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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