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중 관장(광나루 안전체험관)

나는 4분의 의미를 안다.

4분은 기적을 이룰 수 있는 시간이다. 심장정지가 발생한 후 4분이 지나면 뇌세포가 손상되기 시작한다. 적어도 4분 안에 조기 심폐소생술, 6분 안에 전기충격, 8분 안에 병원이송을 해야 한다. 이 중 한 가지 조건이라도 충족되지 않으면 생명을 살릴 수가 없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현실은 어떠할까. 우리나라에서는 심정지환자가 매년 2만명 가까이 발생하고 있다. 그렇지만, 뇌손상 없이 가족의 품으로 다시 돌아온 사람은 채 500명이 되지 않는다. 최초 목격자가 심폐소생술을 시도하는 경우가 그리 많지 않은 것은 물론, 도시의 교통체증, 운전자의 양보의식 미흡 등 여러 이유로 인해 응급처지가 조기에 이뤄지지 않는 것이 주이유다. 대국민적인 심폐소생술 교육, 그리고 교통운전자들의 안전의식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소방방재청에서는 이를 감안, 심정지환자의 소생률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에 최근 박차를 가하고 있다. 삼성전자, LG전자와 협의하여 심폐소생술 교육용 동영상을 휴대폰에 탑재, 보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이 동영상은 일반인들이 심장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 동영상을 보며 심폐소생술을 따라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그리고 방재청은 긴급 출동 중인 소방차나 119구급차에 대해 양보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 2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는 내용으로 최근 법을 개정, 12월 9일부터 본격 시행키로 했다. 이외에도 서울소방 및 여러 소방본부에서는 심정지환자를 심폐소생술로 살린 경우에 하트세이버 배지를 주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정책들이 꼭 성공해서 내년도에는 우리나라도 미국(8%), 일본(12%)과 같은 심폐소생률 선진국 대열에 들어설 수 있길 기대한다(괄호안 심정지환자 소생률).

필자는 그동안 심장정지로 쓰러진 환자가 어떻게 응급치료를 받고 살아났는지 궁금했다. 그러던 중에 종로소방서에서 심장정지환자 2명의 사례를 찾을 수가 있었다. 2009년 심장정지로 쓰러졌다가 정상적으로 소생되어 일상으로 복귀한 사람들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다시 돌아온 불사조 2명을 소개한다.

먼저 종로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40세의 김진수 원장이다. 평소처럼 아내의 차를 타고 출근한 그는 경복궁 근처에서 아내와 헤어진 후 한의원으로 가던 중 몸이 가라앉는듯하면서 길에서 의식을 잃었다. 다행히 인근에 위치한 종로소방서 신교119 구급대가 출동해 전기충격 요법을 가하면서 3분 만에 심장기능이 되돌아왔고, 기적처럼 5시간 만에 의식을 찾았다.

그는 사고 당시를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다. 깨어날 때에도 “술을 많이 마시고 다음날 아침 몽롱하게 깨어난 것 같았다”고 말했다. 한 순간 죽음의 문턱에 들어섰던 그는 12일 만에 일상생활로 복귀했다.

다음은 종로 국민은행 지점에서 근무하고 있는 46세 이광일 부지점장의 이야기다. 2009년 2월 17일 아침, 사무실에 출근하여 업무 준비를 하던 중 갑자기 심장정지로 쓰러졌다. 마침 사무실에 있던 직원이 신속하게 119에 신고하고 나머지 직원들은 서투르긴 했지만 구급대가 올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신고한 지 6분 만에 도착한 119구급대원들이 심폐소생술과 제세동처리를 하여 강북성심병원으로 이송했다. 중환자실에서 심전도 리듬이 정상으로 돌아왔으나 깨어나지 못해 의료진이 가족들에게 뇌손상 가능성이 있으니 마음의 준비를 하라고 했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이루어야 할 과제가 많이 남았던 것일까. 그는 14시간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났다. 그는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을 동안 죽음의 세계를 경험했다고 한다.

“큰 강을 앞에 둔 광활한 벌판에 혼자 서있는데 너무나 외롭고 막막하여 어쩔 줄을 모르고 있습니다. 한 참을 기다려도 아무도 안 나타나 ‘나 혼자 어쩌란 말인가’라고 탄식하다가 의식이 돌아왔습니다.” 그는 14일 만에 일상으로 돌아왔다.

이들 모두 구급차가 가까운 거리에 있었고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을 실시 하였기 때문에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어떻게 보면 4분의 기적이 이루어낸 결과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제자리로 돌아와 살면서 어떤 생각을 할까. 인명은 재천이라는 말도 때에 따라서는 명제가 될 수 없다. 응급의료 종사자뿐만 아니라 국민 누구나 심폐소생술을 배워 꺼져가는 생명도 내 손으로 살릴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는 것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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