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

소방청의 ‘2020년도 화재통계연감’에 따르면 관공서, 학교, 문화재, 지하철, 지하가, 지하구, 공공건물, 공공시설, 이재민 100명 이상 및 이와 유사한 장소에서 발생한 중요 화재를 기준으로 볼 때 학교에서의 화재가 56건(42.4%)으로 가장 많았다. 그 다음으로 관공서 6건(4.5%), 공공건물 3건(2.3%)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중요 화재 중 가장 화재발생 빈도가 높은 학교에서 화재로 인한 인명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안전교육을 통해 학생들의 신속한 피난능력을 길러주는 것이 중요하다. 여기에 더해 피난에 효과적인 최적화된 학교시설을 갖추는 것 또한 필요하다.

이에 필자는 고등학교에서 화재발생 시 중요한 피난로로 사용되는 경사로의 기울기와 계단의 단높이에 주목하였다.

그리하여 고등학교 건물에서 피난소요시간(RSET; Required Safe Egress Time)을 단축시켜주는 경사로의 기울기와 계단의 단높이를 알아보기 위한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경사도 기울기 7°가 정답은 아냐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제15조)에 따르면 건물에 계단을 대체해 경사로를 설치할 경우에 기울기는 1:8을 넘지 않아야 한다. 이 기울기는 약 7°정도에 해당된다.

이 기준을 초과할 때에 피난에 장애가 되는 지의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서 Pathfinder라는 피난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남녀 각각 25명씩 경사로의 경사도가 1:8이 넘는 10°, 15°, 20°로 변화를 주어 피난소요시간을 분석하였다.

여학생의 피난소요시간은 경사도가 15°일 때가 10°일 때보다는 17% 단축되었고, 20°일 때보다는 3.3% 단축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남학생의 피난소요시간도 15°일 때가 10°일 때보다는 17%가 단축되었고 20°일 때보다는 4.5%가 단축된 것으로 분석되었다.

학생을 50명으로 증가시켜 피난시뮬레이션을 실행해도 역시 경사로의 기울기가 15°일 때의 피난소요시간이 10°와 20°일 때보다 단축됐다. 경사도의 기울기가 15°일 때 신속한 피난이 이루어지는 것으로 확인된 것이다.

◇계단 단높이, 20cm일 때 피난속도 가장 빨라

다음으로 계단의 단높이에 대해서 알아보도록 하자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제15조)에는 고등학교의 계단 단높이를 18cm 이하로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기준을 근거로 하여 신속한 피난을 위한 단높이에 대해 살펴보기 위해 동일한 피난시뮬레이션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남녀 각각 25명씩 단높이( 0.16m, 0.18m, 0.2m)에 변화를 주어 피난소요시간을 분석하였다.

실험 결과 남학생과 여학생 모두 단높이 0.16m 보다는 0.18m가 0.18m 보다는 0.2m에서 피난소요시간이 단축되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정리하면 계단의 단높이가 0.2m일 때 학생들의 피난이 가장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실험 결과에서 알 수 있듯이, 특정소방대상물의 용도, 구조 등과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적용되어 있거나 보다 구체적으로 세분화되어 있지 않은 ‘건축물의 피난·방화구조 등의 기준에 관한 규칙’의 개정이 시급하다.

경사로의 경사도 및 계단의 단높이 기준을 정할 때에는 특정소방대상물의 용도별, 건물의 구조별 특성을 고려하고, 피난시뮬레이션과 같은 성능위주설계에 기반해야 한다. 안전한 피난을 위한 꼼꼼하고 빈틈없는 규정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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