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

지난 1월 27일 본격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법이 시행된지 5개월 여 가까이 되지만, 일터에서 중대재해가 끊이지 않으면서 그 실효성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까닭이다.

실제 고용노동부가 최근 발표한 올해 1분기 산재 사망자 수는 586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명(2.1%)이 늘었다. 사고사망자는 241명, 질병사망자는 345명으로 각각 3명(1.3%), 9명(2.7%)이 증가했다.

하지만 단순히 3개월 간의 성적표만으로 중처법의 실효성을 판단하기에는 조금 이른감이 있고, 시각을 달리해 어떤 부분에서 보완이 필요한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먼저 영국과 싱가포르 등의 경우 강력한 처벌보다는 오히려 기업의 자율적인 안전관리체계 방식이 사고 발생률을 낮추는데 효과적이란 연구 결과가 있다. 물론 이들 국가는 강력한 경제적 처벌인 손해배상을 비롯해 평균 몇 백억원의 벌금과 징역형의 사례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처벌보다는 사업장에서 자율적으로 수립한 안전관리체계를 통해 사전 재해예방 활동에 집중하고 있다는 게 핵심이다.

이러한 점에서 우리나라도 사고 발생 후 사후 처벌에 관심을 가지기 보다,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는데 집중하는 방향으로 산업안전 정책 패러다임을 전환해야 한다. 특히 이를 위해 최근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ESG 경영’을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al, 환경 보호)·사회(Social, 사회적 가치 공헌)·지배구조(Governance, 지배구조 윤리경영)를 뜻하는 말이다.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발전 측면에서 기업과 투자자의 사회적 책임이 중요해지면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많은 금융기관들이 ESG 평가를 활용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5년부터 자산 총액 2조원 이상인 유가증권시장 상장사는 ESG 공시 의무화가 도입된다. 또한 2030년부터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로 ESG 공시 의무화가 확대될 예정에 있다.

ESG를 한마디로 정의하자면 사람들에 대한 평판도와 같이 기업의 평판도라고 할 수 있다. ‘이 사람은 괜찮은 사람이냐’를 묻는 것처럼 이 기업은 괜찮은 기업인지 또는 자율적으로 안전관리를 잘하고 있는 기업인지를 객관적이고 정량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표이다.

아무래도 괜찮은 사람에게는 사람들이 모이는 것처럼, 괜찮은 기업에게 많은 투자가 몰릴 것은 자명하다. 안전을 고려한 ESG경영이 산업현장 전반에 확산된다면, 기업 스스로 사망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안전예산과 안전인력을 투입하게 될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2021년 12월 발표한 ‘한국형 ESG(K-ESG) 지표’를 보면 4개 영역 61개 지표 중 안전과 관련된 분야는 사회 영역에서 안전보건추진체계와 산업 재해율 2개 지표가 반영돼 있다.

글로벌 ESG 평가 중 가장 범용적으로 활용되고 있는 지표인 MSCI(모건스탠리 캐피탈 인터내셔널) ESG 지표에서는 사회영역의 인적자원분야에 안전‧보건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세부평가 항목으로서는 작업장 안전관리와 작업장 안전표준 준수여부가 해당된다.

최근 안전의 중요성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최근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건설현장에서의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건설공사 입찰 과정에 안전을 고려한 ESG 지표를 반영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건설업종 특성상 이를 충족시키지 못한다면, 결국 입찰 경쟁에서 도태되는 만큼, 앞으로 건설기업들은 생존 전략 중 핵심 요소로 안전을 고려한 ESG 경영을 추진해야 할 것이다.

실제 싱가포르와 사우디 등의 경우에는 ESG에 대한 등급 승인 기준을 만족한 건설기업들에게만 건설공사 입찰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주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전 세계적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따라서 국내 건설기업들은 스마트 건설안전기술이나 자율적인 안전관리체계를 고도화하여, 입찰과정에서 요구하는 ESG 경영지표들은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지속적인 혁신에 나서야 한다. 이제 안전을 고려한 ESG 경영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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