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76개 품목에서 최대 30%까지

내년부터 약값이 평균 17%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신약의 특허기간이 끝나고 1년이 지나면 약값이 절반 수준으로 떨어지는 조치에 따른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12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하는 ‘약가제도 개편 및 제약산업 선진화 방안’을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 보고하고 내년 1월 시행을 목표로 추진해 나간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2000년 의약분업 이후 처음으로 약가 결정 제도를 대폭 수정한 것이다.

현재는 신약의 특허기간인 약 15년 동안 제값을 받게 해준 다음, 특허기간이 끝나면 종전 가격의 80% 수준으로 약가를 책정하고 있다. 신약과 효과가 동일한 복제약의 경우 특허 만료 전 오리지널 약값을 기준으로 건강보험에 등재하는 순서에 따라 첫 5개는 신약 가격의 68%로 약가를 정한다. 그 후 등재하는 약의 가격은 조금 낮게 정하고 있다.

하지만 내년부터는 신약과 복제약을 구분하지 않고, 특허기간이 끝난 뒤 1년이 지나면 일괄적으로 종전 가격의 53.55%로 낮추기로 했다. 즉 1,000원인 약의 특허기간이 끝나면 신약, 복제약을 가리지 않고 모두 535원이 되는 것이다.

다만, 특허 기간만료 후 1년 동안은 제약산업 보호를 위해 신약은 종전 가격의 70%, 복제약은 59.5% 선에서 약가를 결정키로 했다. 또한 특허의약품과 필수의약품 등은 약가 인하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런 제도 개선으로 현재 건강보험에 등재된 약품 14,410개 가운데 8,776개의 약값이 최대 30%, 평균 17% 정도 인하될 것으로 내다봤다. 아울러 건강보험 지출 1조 5,000억원, 국민 부담액 6,000억원 등 모두 2조 1,000억원의 절감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복지부 ‘국민 약값·건강보험 안정 위해 불가피’

복지부가 이와 같은 정책을 들고나선 이유는 국민들의 약값 부담을 줄이고 매년 적자 위기에 시달리는 건강보험 재정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의 약값이 얼마나 높은 지는 각종 통계 자료에서 잘 드러난다. 지난 2008년 기준으로 국민의료비 지출 중 약품비 비중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14.3%보다 1.6배 높은 22.5%로 조사된 바 있다. 아울러 국민의 실질구매력을 기준으로 봤을 때 국내 약가는 노르웨이, 스웨덴, 스페인, 이태리 등 선진 16개국 가운데 가장 높다.

건강보험 적자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건강보험 재정 적자액은 1조 3,000억원이며, 복지부는 2015년 5조 8,000억원, 2020년 17조 3,000억원까지 적자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 같은 건보 재정 불안의 원인 중 하나가 지나치게 높은 약값 때문이라는 것이 복지부의 분석이다.

한편 약값 인하 정책에 대해 제약업계는 도저히 수용할 수 없다며 강력 반발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들은 12일 서울 방배동 제약회관에서 모임을 갖고 ‘제약업계의 생존을 위협하는 정부 방안에 총력 투쟁하겠다’고 선언했다.

제약협회의 한 관계자는 “이미 기존 약값 인하 정책으로 약 1조 9,000억원 정도 매출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라며 “이번 인하조치로 인해 연구개발과 해외진출에 타격을 받고, 8만 제약업 종사자 중에서 2만명이 실직자로 전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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