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홍렬 팀장(서울시 안전총괄실 시설안전과 안전점검팀)

정부부처와 지방자치단체 등에서 시행하는 각종 시설물 안전점검은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된다. 시설물을 점검한 후, 위험한 부분을 세세하게 기록하고 때에 따라서는 보강 방안까지 도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해 시설물 관리자‧건물주 등에게 점검 결과를 알리고, 보강 및 안전 조치를 요청하는 등의 행정 처리에도 상당한 노력이 필요하다.

국가안전대진단도 비슷하다. 해마다 실시되는 국가안전대진단이 작년에 이어 올해도 8월 17일부터 10월 14일까지 59일간 진행된다. 이번에는 여름철 사고 예방을 위한 사전 점검도 계획되어 있다.

세월호 참사를 계기로 시작한 국가안전대진단은 애초에 2월부터 4월까지 시행되었으나, 작년부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미루어지다가 8월부터 실시되고 있다. 서울시의 경우에도 추석명절 다중이용시설 점검과 병행하여 국가안전대진단이 실시될 예정이다.

코로나19 상황 속에서도 정부가 관심을 갖고 안전업무를 추진하는 것은 마땅히 박수를 받을 만하다. 국가안전대진단에 관심을 가진 많은 사람들은 전문적이고 상세한 안전점검을 원하고 있다. 그렇다고 모든 시설물들을 처음부터 막대한 비용과 장비를 들여 점검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건축물, 산비탈, 시장, 산림, 교량 등 여러 종류의 시설물을 두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에 점검해야 하므로 당연히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서울시의 경우에도 작년부터 점검 개소를 대폭 줄였다. 2019년도 1만9,712건에서 2021년도는 2,452건을 점검했으며, 올해도 2,693건을 점검할 예정이다. 예전에 비해 점검 개소를 확연히 줄인 것은 ‘선택과 집중’을 위한 것뿐만 아니라, 코로나19의 영향도 있다. 또한 과거 3년 동안 점검 대상이 아니었던 시설물을 우선적으로 점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점검의 방식에도 차이가 있다.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IoT 기반에 의한 안전점검과 드론을 이용한 안점점검이 실시된다.

문제는 여기까지가 끝이라는 것이다. 정확히는 점검에 따른 이력 관리체계가 아직은 제대로 확립되지 않은 것이 문제다. 안전점검의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예를 들어, 현장에서 점검을 하다 보면 “그거 작년에 지적된 거예요”라는 말을 시설물 관리자로부터 듣기 일쑤다. 올해 지적한 사항이 알고 보니 몇 년 전에 지적했던 사항이었던 것이다. 안전조치를 했는데 재발생된 것인지, 아니면 아예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그냥 방치한 채 내버려 두었는지 알 수 없는 것이다.

안전점검에서 지적된 사항은 체계적으로 관리해야 한다. 수천 개를 안전점검하고 지적 사항을 도출했다고 해도, 후속 조치가 미비하다면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 지적된 위험 사항을 반복해서 지적하는 것이 아닌, 왜 지적된 사항을 보수하고 있지 않은지에 대해 확인하고 문제점을 개선해야 한다.

이를 위해 국가안전대진단의 사후 평가체계의 개편이 요구된다. 지적된 사항이 규정대로 시정되고, 안전하게 보강되었는지에 대해 좀 더 높은 비중으로 평가해야 될 것이다. 그리고 시정 조치에 걸린 시일도 감안되어야 한다. 위험에 노출된 채 수년이 흐른 뒤 보수한다면, 시민 안전을 위해 점검을 실시한 취지가 무색해지기 때문이다.

국가안전대진단은 횟수를 거듭하면서 제도의 미흡했던 부분들이 상당부분 개선됐다. 시행 과정에서 여러 문제점이 드러나긴 했지만, 자율 점검에 의해 국민 스스로 위험 요인을 찾아 안전 조치를 하는 등 국가안전대진단으로 국민의 안전 인식이 더 높아졌다는 데에도 이론은 없다. 국가안전대진단이 앞으로 더욱 내실화되어 국민 안전의 첨병 역할을 톡톡히 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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