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및 일터의 고령화 문제가 주요 원인으로 추정
‘떨어짐‧끼임’ 다발

지난 14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행인들이 코로나19 예방을 독려하는 홍보그림 앞을 지나가고 있다.(사진제공 : 뉴시스)
지난 14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행인들이 코로나19 예방을 독려하는 홍보그림 앞을 지나가고 있다.(사진제공 : 뉴시스)

안전선진국으로 손꼽히는 일본의 사고사망자 수가 지난해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 수년간 지속적인 감소세를 보이며 사고사망자 수 700명대 진입을 앞두고 있었던 상황을 고려하면 이례적인 일이다.

일본 전역을 강타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를 비롯해 일본사회가 고질적으로 겪고 있는 일터에서의 극심한 고령화 문제가 산재지표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나라도 빠른 속도로 고령화 사회에 진입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더블링 되는 등 재확산세 우려가 커지고 있어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고령 근로자에 초점을 맞춘 안전보건대책이 마련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후생노동성(이하 노동성)과 일본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이하 중재방)는 최근 이러한 내용이 담긴 ‘2021년 사고사망 통계’를 공표했다.

이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일본 내 일터에서 사고로 목숨을 잃은 노동자 수는 전년 동기 대비 65명(8.1%) 늘어난 867명으로 집계됐다. 2017년 이후 꾸준한 감소세를 보이다 4년 만에 증가세로 전환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4일 이상 휴업을 요하는 업무상 재해자 수도 14만9918명으로 전년과 비교해 1만8762명(14.3%) 증가했다. 이 역시 1998년 이후 최대치 수준이다.

일본의 사고사망자 수는 정부가 지난 2017년 ‘산재예방 5개년 계획(The 13th 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Plan)’을 수립‧시행한 이래 꾸준히 감소해 왔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978명 ▲2018년 909명 ▲2019년 845명 ▲2020년 802명 등으로 고무적인 감소 추세를 보였다.

일본 내에서는 이처럼 산재지표가 악화된 배경으로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와 일터에서의 심각한 고령화 문제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의 한 관계자는 “최근 4년 동안 감소세를 나타내던 사고사망자 수가 증가세를 보이게 된 주요 원인으로 일터의 작업환경에 악영향을 끼친 코로나19 감염병 사태와 사고 및 질병에 취약한 고령 근로자 문제를 꼽을 수 있다”라며 “실제 일본 노동정책훈련원(Japan Institute for Labour Policy and Training, JILPT)의 분석에 따르면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사망자를 제외한 실질적인 사고사망자 수는 778명으로 오히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창궐하기 시작한 2020년(784명)보다 6명 줄었다”고 설명했다.
 

출처 :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


◇사고사망자 10명 중 8명, 건설‧서비스‧제조업종서 나와
사고사망자 현황을 업종별로 보면 전체의 76.8%(666명)가 건설‧서비스‧제조업종에서 나왔다. 먼저 건설업이 288명(33.2%)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이어서 서비스업 241명(27.8%), 제조업 137명(15.8%), 육상화물운송업 95명(11%), 농수축산업 41명(4.7%), 임업 30명(3.5%), 통신운송업 20명(2.3%), 광업 11명(1.3%), 항만화물운수업 4명(0.5%) 등의 순이었다.

건설업 사고사망자 수는 전년 동기(258명) 대비 30명(11.6%) 늘었으며, 서비스업 사망자는 전년(225명) 보다 16명(7.1%), 제조업 사망자는 전년(136명)과 비교해 1명(0.7%) 증가했다. 또 육상화물운송업, 농수축산업, 통신운송업, 광업 등에서 전년 대비 각각 8명(9.2%), 5명(13.9%), 8명(66.7%), 3명(37.5%) 늘었다. 이밖에 항만화물운송업은 전년과 동일했으며, 임업의 경우에만 6명(-16.7%) 줄었다.

지역별로는 도쿄가 77명(8.8%)으로 가장 많은 사고사망자가 발생했고, 이어서 오사카(64명, 7.4%), 홋카이도(59명, 6.8%), 카나가와(49명, 5.6%) 등의 순이었다.

출처 :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
출처 :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

 

사고사망자의 78.2%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발생

사업장 규모별로는 전체 사고사망자의 78.2%(678명)가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나왔다. 세부적으로는 ‘10인 미만’이 306명(35.3%)으로 가장 큰 비중을 나타냈고, 이어서 10~29인(261, 30.1%), 30~49인(111명, 12.8%), 50~99인(79명, 9.1%), 100~299인(78명, 8.9%), 300인 이상(32명, 3.7%) 등의 순이었다. 소규모 사업장일수록 사고사망자가 많이 나온 이유는 대기업 대비 안전관리를 위한 인력 및 재정이 상대적으로 열악하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출처 :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
출처 :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

 

주요 사망재해 유형은 '떨어짐·끼임'

사망재해를 유형별로 봤을 때 ‘떨어짐’이 217명(25%)으로 가장 큰 비율을 차지했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 2021년 기준 ‘떨어짐’으로 인한 사고사망자 수가 전체의 42.4%(351명)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를 통해 ‘떨어짐’ 재해는 안전선진국으로 손꼽히는 일본에서도 공통적으로 겪고 있는 문제임을 엿볼 수 있다.

다음으로는 끼임(135명, 15.6%), 교통사고(129명, 14.8%) 기타(113명, 13%), 충돌(62명, 7.1%), 전도(42명, 4.8%)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이번 사망재해 유형 통계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기타’ 항목이다. 기타의 경우 전년(41명)과 비교해 71명(175%) 늘었는데 이는 기타 항목에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가 포함돼 있어서다.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를 사고사망자로 분류하지 않는다.

정진우 교수(서울과학기술대학교 안전공학과)는 “안전관리 측면에서 근로자 사망 원인이 사고인지 질병인지를 구분할 때 만성적이냐 아니냐를 고려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이 만성적인 질병이라기보다 갑작스런 원인에 의한 것인 만큼 일본에서는 학문적 기초를 기반으로 코로나19로 인한 사망자를 사고사망자로 분류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출처 :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
출처 :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

 

사고사망자 10명 중 4명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

◇늙어가는 일터…고령 근로자 안전 문제 심각
인구의 고령화 문제는 전 세계가 안고 있는 공통적인 숙제다. 일본의 경우 다른 선진국에 비해 급속한 고령화가 진행됐다. 문제는 산업현장도 늙어감에 따라 각종 부작용을 앓고 있는 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일터 내 고령 근로자의 안전 문제다.

실제 이번 통계에 따르면 사고사망자 10명 중 4명이 재해 취약 계층으로 손꼽히는 60세 이상 고령 근로자로 확인됐다. 연령별로 보면 ‘60세 이상’이 368명(42.4%)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50~59세’ 216명(24.9%), ‘40~49세’ 142명(16.3%), ‘30~39세’ 72명(8.3%), ‘20~29세’ 67명(7.7%), 19세 미만 2명(0.2%) 등의 순으로 집계됐다.

출처 :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
출처 : 중앙노동재해방지협회

일본 내 일터에서 60세 이상 근로자의 안전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328명(33.5%) ▲2018년 343명(37.7%) ▲2019년 306명(36.2%) ▲2020년 318명(39.6%) ▲2021년 368명(42.4%) 등으로 평균적으로 봤을 때 최근 5년간 전체 사고사망자의 약 40%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지난 2021년 기준 우리나라 일터에서도 60세 이상 근로자는 전체 사고사망자의 42.5%(352명)를 차지했다. 이는 전년 동기(347명) 보다 5명(1.4%) 늘어난 수치다.

앞으로 일터의 고령화는 피할 수 없는 현상이다. 우리 정부도 일본 산업현장에서의 이러한 변화 추세를 고려해 고령근로자들의 취약한 부분을 감안한 빈틈없는 안전보건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기업에서도 고령 근로자 산업재해 및 업무상 질병 예방을 위해 자율적인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선제적인 대응에 나서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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